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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있어도 '놈' 사러 뛴다…주 매출 1000억 찍은 굿즈 비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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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굿즈 중 최고 인기 상품 놈. AFP=연합뉴스

마스터스 굿즈 중 최고 인기 상품 놈. AFP=연합뉴스

마스터스 굿즈를 파는 머첸다이즈숍에 들어가려고 줄을 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4일(한국시간)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다.

머첸다이즈숍에서 선수들이 연습하는 드라이빙 레인지 근처까지 다다른 줄은 150m가 넘어 보였다. 웬만한 주말 골퍼 5번 아이언 거리가 넘었다. 삼십 분이 넘게 걸려 건물로 들어가서도 곧장 숍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건물 안 로비에 이리저리 친 줄을 따라, 미로에 갇힌 쥐처럼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서 들어가야 했는데 가장 긴 직선 라인은 샌드웨지 풀샷을 쳐야 할 정도였다. 한 시간 걸려 숍에 들어갔지만, 사람이 많아 신중하게 물건을 고를 수는 없었다. 이것 저것 집어들다 보니 원하는 물건을 다 사지 못하고 계산대 쪽으로 밀려나 나와야 했다.

지난해 포브스의 보도로는 마스터스는 굿즈 판매 매출이 6900만 달러(약 905억원)다. 입장권 수입이 3900만 달러이고, 미국 제외 중계권이 2500만 달러였다. 식음료 매출은 800만 달러다. 마스터스의 수입 1억4100만 달러 중 굿즈 판매액이 절반에 육박한다.

마스터스 관중들이 굿즈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스터스 관중들이 굿즈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해 대회장에 와서 보니 사람이 더 늘었다. 굿즈 판매액은 1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대회 중 아침 7시에 문을 연다. 관중들은 문 앞에 대기하다가 문이 열리면 경보 비슷하게 빠른 걸음으로(마스터스에서는 뛸 수 없다) 골프장으로 들어가는데 절반 이상이 일단 머첸다이즈 숍으로 향한다.

만약 그때 골프 코스에 타이거 우즈가 없다면, 물건을 사려 오픈런을 하는 관중의 비중은 훨씬 더 늘어난다.

물건 구매 액수로 보면 관중들이 쇼핑하기 위해 마스터스에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스터스 관중은 총 30만 정도다. 1인당 33만원 정도의 물건을 산다. 음식값의 다섯배를 굿즈 구매에 쓴다. 굿즈 구매비는 다른 메이저 골프 대회보다 너덧 배는 되는 듯하다.

마스터스 키링. 성호준 기자

마스터스 키링. 성호준 기자

1000억원 어치를 일주일 동안 파는 데도 없어서 못 판다. 매일 아침 물건을 들여놓지만, 아침 일찍 인기 상품은 동난다. 주말이 되면 물건이 없어 매대가 썰렁하다.

골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마스터스 물건을 원하겠지만 1000억원 매출은 놀랍다. 이유가 있다. 마스터스 굿즈는 온라인으로 팔지 않는다. 골프장 바깥에서도 팔지 않는다. 또한 마스터스 기간이 아니면 팔지 않는다. 대회장에 와야만 살 수 있는데 티켓을 얻기가 매우 힘들다.

한국에서 온 정 모 씨는 “마스터스에 쉽게 오기 어려우니 무조건, 꼭 사야 한다”고 했다. 처음 오는 사람은 당연히 사고, 매년 오는 사람도 그 해를 기념하기 위해 산다. 골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스터스 굿즈만큼 좋은 선물도 없으니 모자를 한 움큼 집어 든다.

마스터스 굿즈는 모자, 티셔츠 등 의류, 볼 마커 등이 기본이었는데 컵과 열쇠고리, 가방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매년 새로운 에디션을 내면서 일종의 한정판을 만들어 수집 시장도 만들었다. 마스터스 굿즈를 파는 mmogolf.com에서는 20달러짜리 볼 마커 세트를 49.99달러에 판다. 32달러짜리 모자는 79.99달러다.

몇 년 전부터 놈(gnome) 신드롬이 생겼다. 놈은 서양의 신화에 나오는, 뾰족한 모자를 쓴 작은 남자 모습의 땅속 요정을 말한다. 집 마당이나 현관에 놓고 액운을 쫓는 역할을 한다.

처음 등장한 2016년 아가일 패턴의 카디건을 입은 놈이 관심을 끌더니 2020년 인기가 폭발했다. 그 해는 코로나 때문에 11월에 대회가 열렸다. 산타클로스 버전이 나왔다.

미니 놈. 성호준 기자

미니 놈. 성호준 기자

놈은 키가 30cm가 조금 넘는다. 49.5달러다. 작은 버전인 미니 놈은 29.5달러다. 키가 큰 놈을 사기가 훨씬 더 어렵다. 숍이 열리고 10분 정도 지나면 놈은 사라진다.

벌써 이베이에 나온 2023년 놈은 300달러에 가깝다. 타이거 우즈가 드라마틱하게 우승한 2019년 에디션 중에는 480달러에 판매된 것도 있다. 놈 3개를 묶어 1000달러에 파는 물건이 가성비 높은 상품으로 표시됐다. 올해 놈은 입장권을 달고 마스터스 바이저를 쓰고 어깨에 접는 의자를 멨다. 작은 놈은 캐디 복장이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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