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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사회' 일본서…‘캐시리스’ 결제 1100조원 최대치 찍었다 왜

중앙일보

입력

신용카드로 운임을 결제할 수 있는 후쿠오카 하카타역. 연합뉴스

신용카드로 운임을 결제할 수 있는 후쿠오카 하카타역. 연합뉴스

유독 현금 결제를 선호해 ‘현금사회’로 알려진 일본에서 신용카드·간편결제 등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캐시리스(Cashless)’ 결제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의 지난해 캐시리스 결제액이 111조엔(약 1095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100조엔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에 비해서는 지난해 17% 증가했다. 일본은행과 일본신용협회, 캐시리스추진협의회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다.

일본 ‘캐시리스’ 결제 금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일본 ‘캐시리스’ 결제 금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캐시리스 결제가 전체 결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36%로 나타났다. 전체 결제액의 3분의 1을 넘어선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 비율은 2010년 13.2%에서 2021년 32.5%까지 매년 꾸준히 높아졌다. 항목별로는 신용카드 결제액이 전년 대비 16% 늘어난 93조7926억엔(약 925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QR코드를 활용한 결제액은 7조9000억엔(약 78조원)으로 50% 증가했다. 체크카드는 19% 증가한 3조2000억엔(약 31조원)이었다.

최근 일본에서 캐시리스 결제가 성장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코바야카와 슈지 메이지대학 교수는 “감염·위생을 염려해 코로나19 이후 동전을 안 쓰려 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은행에 따르면 2월 동전 유통량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에 비해 2% 감소했다.

일본 정부가 ‘마이 넘버 카드’ 신청자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준 것도 캐시리스 선호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마이 넘버 카드’는 2016년 1월부터 발급을 시작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한 일본 국민이 신청을 주저하자 정부는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신청자에게 포인트를 지급했다. 일본 QR결제 1위 사업자인 페이페이(PayPay)는 “포인트를 기반으로 캐시리스 결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캐시리스 결제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는 점포가 늘면서 선불식 전자화폐 단말기 대수는 지난해 말 707만대로, 5년 전보다 약 3배 확대됐다.

하지만 일본의 캐시리스 비율은 한국(2018년 기준 94.7%)과 중국(77.3%)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미국과 유럽은 60%대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상반기까지 캐시리스 결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소비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대응을 위해서다. 또 현금 결제 인프라를 유지하는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캐시리스 결제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ATM과 계산대 등을 유지·관리하는 데 연간 2조8000억엔(약 28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달부터는 일본에서 ‘급여 디지털 지급’ 정책도 시행된다. 은행 계좌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캐시리스 결제가 한층 더 퍼지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다만, 경제산업성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60%가 급여 디지털 지급을 “이용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등 보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사업자의 수수료 부담은 일본에서 캐시리스 결제가 확산하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는 PayPay 표준 수수료율 1.6%를 제외하면 사업자가 내는 결제 수수료는 약 3~4%”라며 “영업 이익률이 낮은 지방 소점포 등에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화폐 성격으로, 수수료 없는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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