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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운 고금리…서비스업 3곳 중 한 곳 이자도 못 벌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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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금리 여파에 제조업 4곳 중 1곳, 서비스업 3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기 버거운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완화로 지난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매출이 다소 회복됐지만,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돈 벌어 이자 갚기에 급급한 기업이 더 늘었다는 의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조사 대상인 상장기업 1542개 중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18개(27.1%)가 한계기업으로 추정된다. 2021년 말 기준 263개(17.1%)에서 155개(10%포인트)나 늘었다. 예산정책처는 2019년부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 이하인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하고 증가 추이를 분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값이 낮을수록 이자 부담이 크고, 1 이하면 해당 기간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제조업 업종별로는 지난해 기계·전기·전자 한계기업이 81개(116개→197개)로 가장 크게 늘었다. 이어 석유화학 31개(83→114개), 운송장비 14개(25→39개) 순이었다.

서비스업의 경우 조사대상 814개 중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52개(31.4%)가 한계기업이었다. 2021년 말 기준 191개(23.5%)였는데 61개(7.9%포인트) 늘었다. 업종별로는 영상출판정보통신이 23개(55→78개), 도소매가 12개(48→60개) 증가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예산정책처는 한계기업이 늘어난 주된 원인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꼽았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이후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금리도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2021년 5월 2.67%에서 2022년 11월 5.67%로 3%포인트 올랐고, 비은행권 대출금리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예산정책처는 “대출금리 인상은 기업의 생산 활동을 감소시키고 자금조달에 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의 수익성을 감소시킨다”며 “특히 자기자본의 비중이 작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 조달하는 비중이 큰 기업의 수익성이 더 낮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비상장기업을 포함하면 한계기업은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통화정책 시차가 1년 정도인 걸 고려하면 올해 금리 인상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한계기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실업자가 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 이들을 보호할 장치를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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