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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1년새 최저, 2개월 연속 4%대…‘금리 동결’ 청신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직원이 도시락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최근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직원이 도시락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최근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 뉴스1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4%대를 유지했다. 다만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불씨가 여전한 데다, 최근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점이 변수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2월(4.8%)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최소 상승 폭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이 4%대를 유지한 건 고무적이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5.1%)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7월엔 6.3%까지 치솟아 정점을 찍었다.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다 11월(5.0%)→12월(5.0%)→올해 1월(5.2%) 바닥을 다졌다. 2월부터는 4%대로 떨어졌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물가 상승이 둔화한 건 국제 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국제 유가는 단순히 기름값뿐 아니라 석유류 제품과 일반 공산품 등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해서다. 3월 석유류 물가는 14.2% 하락했다. 2020년 11월(-14.9%)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휘발유(-17.5%), 경유(-15.0%), 자동차용 LPG(-8.8%) 물가가 모두 내렸다.

김보경 심의관은 “(석유류 물가가 하락한 건) 지난해 3월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른 기저효과(base effect·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가 컸다”며 “석유류 물가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0.76%포인트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단속에 나선 공공요금이 들썩거렸다.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28.4% 올라 2월과 같았다. 별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료가 36.2%, 지역 난방비가 34.0% 각각 올랐다.

공공 서비스 물가(1.2%)는 택시요금(7.2%), 개인 서비스 물가(5.8%)는 외식 서비스(7.4%)가 각각 급등한 영향을 받았다. 집세도 전세(1.2%)·월세(0.7%)가 모두 오르며 9.9% 상승했다. 먹거리는 농산물(4.7%)과 가공식품(9.1%)은 올랐고, 축산물(-1.5%)은 내렸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은 4.4%로 전월(5.5%)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달과 상승 폭이 같았다.

두 달 연속 4%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가 상승하되 상승률은 둔화)’으로 집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와 거리가 있다. 여기에 물가 상승 불씨도 남아있다.

최근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깜짝 감산’을 발표해 국제 유가가 요동쳤다. 유가와 다른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처럼 고공비행을 이어간다면 한국의 수입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하려던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잠정 보류됐지만,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악화를 고려하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높다.

물가가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결정은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다. 다가올 11일 회의에서 기존 금리(3.50%)로 동결할지, 3.75%로 인상할지 갈림길에 섰는데 숨통이 트였다. 한은 안팎에서는 ▶물가상승률 5% 이상 지속 시 기준금리 인상 ▶3~4%대로 하향 시 기준금리 동결 ▶2~3%대로 물가안정 목표치 달성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당분간 기저효과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겠지만, 근원물가 둔화 속도는 소비자 물가에 비해 더딜 것”이라며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 및 시기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상고하저(上高下低)’ 물가 흐름을 예측한 정부는 물가와 총력전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닭고기, 가공용 감자 같은 주요 식재료에 대한 할당 관세(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관세 적용) 인하 및 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물가 안정 기조가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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