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산을 제대로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하늘에 구름이 없고, 바람이 오염물질을 날려 보내야 산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 지난겨울부터 북한산을 관찰하려 기회를 노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늘부터 봤다. 맑은 날이면 단단히 껴입고 화구를 챙겼다. 그런데 웬걸, 햇살이 퍼지면 금세 하늘이 부옇게 흐려졌다. 그러기를 몇 번 만에 제대로 된 날을 만났다.
상암동에 있는 어느 빌딩 꼭대기에 올랐다. 평소에 오가며 눈여겨보았던 장소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북한산 서쪽과 은평구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찬바람 불어 날씨는 매웠지만 멀리서도 산의 골격이 뚜렷하게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