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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잔기술·잔승리 집착 말라" 이준석 "이견 냈더니 배신자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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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진중권·이준석 ‘맞짱 토론’ 

“‘이준석은 대통령을 공격하는 세력’이란 인식을 보수 지지층에게 줬다.”(진중권)

“(당 대표를) ‘자르는’ 방향으로 갔다. 나는 ‘출구’가 없었다. 순응하면 정치적 매장이었다.”(이준석)

 진중권

진중권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4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나 일대일 ‘맞짱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간 서로를 향해 “골방 철학자”(이준석), “철학 없는 정치인”(진중권)이라고 비판했던 터라 감정적으로 날 선 공방이 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도 이미 10년이 훌쩍 넘습니다. 냉정한 비판 속에는 진심 어린 조언과 솔직함도 배어났습니다.

진 교수는 “이 전 대표의 정치가 너무 정치공학적이다. 잔기술, 잔 승리에 집착했다”며 ‘정치인 이준석’의 실책과 근본적 문제점을 차분하게 비판했습니다. ‘지면서 이기는 법을 알았으면 한다’고 조언도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선거·지방선거 승리 후 더는 당 대표로서 명예가 더해질 게 없었다. (상대가) 칼을 들고 온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자세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진 교수는 다시 “(이 전 대표가) 국정운영 방해 세력이라는 프레임이 먹혀들어가고 있다. 보수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수 정치에선 완장을 차는 과정 자체가 구질구질하고 더럽다. 토론·시험보다 나은 대안이 없었다.”(이준석)

이준석

이준석

“정치를 토론·시험 같은 개인적 스킬 싸움으로 만들어 버리면 정치가 가벼워진다.”(진중권)

이 전 대표가 과거 내걸었던 ‘정치인 자격시험’과 ‘토론 배틀’을 놓고 두 사람은 이렇게 맞붙었습니다.

진 교수는 “정치인이라면 약자 혐오에 편승하면 안 된다, 대중의 현상적 분노에 편승하면 일시적 지지를 받을지 몰라도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이 전 대표는 “정치인이 의제를 다룰 때 ‘내 말로 인해 누군가 혐오 표현을 쓰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은 그 의제를 다루지 말란 말과 비슷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할 분기점이죠. 바로 내년 총선에 국민의힘 간판으로 출마가 가능할까요. “국민의힘이 공천 안 해줄 것”이란 진 교수의 예측에 이 전 대표가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MZ노조와 여성할당제, 주 69시간 근무제 논란 등에 대한 두 사람의 열띤 논쟁도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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