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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하루 116만 배럴 감산” 유가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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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제유가가 잠잠해지던 물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 방어를 위해 인위적 생산 조절에 나서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같은 국제유가발 물가 상승이 재현되면, 긴축 정책 완화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세계경제 불안은 더 커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소속 일부 국가들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자발적 추가 원유 감산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감산에 동참한 나라들의 총감산량은 하루 최대 116만 배럴이다.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한 감산량(하루 200만 배럴)과 러시아의 자체 감산량(하루 50만 배럴)까지 합하면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하루 총 366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줄어드는 셈이다. 세계 원유 수요의 약 3.7%다.

기습 감산 소식에 이날 6월물 서부텍사스유(WTI)는 장중 한때 8% 이상 오르며 배럴당 85달러까지 치솟았다.

사우디 감산 주도, 또 미국에 반기…국제유가 전망치도 급등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에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것도 경기 침체에 대응해 원유 가격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OPEC+가 지난해 감산을 결정할 때와 달리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요인들이 지금은 더 많다는 점이다. 미국의 여름철 휘발유 수요 성수기인 ‘드라이빙 시즌’이 오는 6월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탈피로 하반기 원유 수요는 더 늘 수 있다.

대응 수단은 마땅치 않다. 감산을 주도하는 사우디는 최근 원유 생산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다. 이미 지난해 사우디는 미국 요청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등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협조도 기대할 수 없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감산 결정은 세계경기 침체 전에 국제유가를 올려 국내 사업 자금을 조달하려는 사우디와 원유 비축량을 보충하기 위한 러시아 간의 협상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전문가들도 국제유가 전망치를 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말 브렌트유 예상 가격을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높여 잡았다. 대니얼 하인즈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 수석 상품 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연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이 “이번 감산 조치로 확실히 커졌다”고 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긴축 정책 완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당 부분이 국제유가 하락에서 나오고 있는데, 유가가 만약 재상승하면 물가 상승 우려에 기준금리 상단을 더 올리거나, 상당 기간 ‘피벗’(기준금리 인하로 전환) 없이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가 영향을 미치면서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14.6원 떨어진 1316.5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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