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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오죽하면 ‘여의도 1당이 중도·무당층’이란 말 나오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을 찾아 이재명 대표와 당선 인사를 나눴다. 김성룡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을 찾아 이재명 대표와 당선 인사를 나눴다. 김성룡 기자

총선 캐스팅보트 중도·청년층서 “여야 모두 싫다” 증가

지지층만 보는 혐오 정치로는 ‘외면과 대체’ 직면할 것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28~30일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33%로 같았다. 전주보다 각각 1%포인트, 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에 무당층은 29%로, 4%포인트 늘었다. 특히 이념 성향 중도층에서 양당 지지율은 20% 후반대인 데 반해 무당층은 39%에 달했다. 20대와 30대에서도 무당층이 각각 46%와 41%나 됐다. 지난해 대선 무렵 중도층의 무당층 비율은 20% 중반 수준이었다. 이러니 “여의도 제1당은 중도·무당층”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은 내년 총선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유권자가 여야에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여권은 국정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전주 대비 4%포인트 떨어졌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물꼬를 텄지만 일본 측의 상응 조치 미흡에다 후쿠시마 오염수, 수산물 논란 등이 겹쳤다. 국빈 방미를 앞두고 외교·안보라인 인사 혼란이 노출됐는데도 제대로 설명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없었다. 준비 부족이 낳은 ‘주 69시간 근무’ 논란도 진행형이다.

여당이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친윤’ 일색의 지도부 등장으로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도 없었다. 최근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로 시끄럽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리도 못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제명하라고 하고, 전 목사는 “저놈들은 공천 주지 마”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169석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의원들이 일본 후쿠시마를 찾아 원전 주변 시찰과 일본 어민 면담 등을 하겠다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국민 건강에 타협은 없다”고 밝혔지만, 반일 여론 선동을 이어갈 기세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 내용이 극비라며 국정조사를 거부해 놓고 한·일 정상회담 국조를 추진하니 정의당조차 비판한다. 양곡관리법 강행 처리와 방송 및 대법원 장악 시도 등 입법독주도 여전하다. 이재명 당 대표와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키고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에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지는 ‘내로남불’도 보여줬다.

민심의 지지를 얻으려면 여야는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부터 그만둬야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아픔 치유를 약속했었지만, 어제 ‘제주 4·3 추념식’에 한덕수 총리를 대신 보냈다. 네 차례나 찾았던 대구 서문시장에서 적극 지지층을 만난 것과 비교됐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노출된 민주당 역시 ‘오로지 여당 반대’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여야가 협치 대신 혐오의 정치만 계속해 외면받는다면 대체 정치 세력의 필요성은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