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 아스티호텔 24층. 이곳은 지난 2월 문을 연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이하 거점센터)가 있는 곳이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평소 업무장소를 떠나 일을 하면서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업무형태를 말한다.
대형 카페 느낌의 660㎡(200평) 크기의 거점센터로 들어서자 통유리창 너머로 부산항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창 앞으로는 1인이 앉아 노트북 등으로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는 테이블이 여러 개 설치돼 있는데, 고개를 들면 대교와 부산 앞바다 등이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오른쪽에는 문서나 책 등을 밝게 볼 수 있도록 작은 램프가 설치돼 있고, 왼쪽에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을 충전하는 어댑터와 USB 단자도 2개 마련돼 있다.
한국쓰리엠㈜에 다니는 이남영(49·여)씨는 “3월 초 출장을 왔다가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1박2일씩 5차례나 재방문을 했다”며 “부산역 인근이라 교통편도 편리하고 혼자 집중하며 일하다 고개만 들면 푸른 바다도 볼 수 있어 다른 직원들에게도 추천했다”고 말했다.
거점센터에는 오션뷰와 도시뷰의 개인용 업무공간 33석, 단체석(오픈형) 17석, 화상회의가 가능한 폰 부스 4곳과 (1~2인), 미팅룸 2곳(각 10명 수용), 미니바와 개인 사물함 등이 있다. 또 외부 발코니에 빈백과 비치 의자도 놓여 있다.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거점센터 외에 영도구에 더휴일워케이션 센터와 시타딘 커넥트 호텔 하리 부산, 금정구에 패스파인더 부산대점 등 3개의 위성센터도 함께 운영 중이다. 올해 안에 서구와 중구에도 위성센터를 추가한다.
부산 워케이션 센터는 개장 초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2월 7일 개원식 때 구글코리아, 슬랙 코리아, 메가존 클라우드 등 국내외 주요 IT 기업 대표가 참석해 워케이션 협약을 맺는 등 지금까지 70여 개사 700여 명이 참가 신청을 해 순차적으로 워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올해 2000여 명 정도가 워케이션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이 워케이션 최적지로 급부상한 것은 일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있어서다. 우선 접근성이 뛰어나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부산까지 기차와 항공편이 잘 연결돼 있다. 또 도심지 구석구석까지 지하철이 잘 연결돼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여기다 워케이션 거점 및 위성 센터가 있는 영도구 등 구도심과 해운대와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 등 신도시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 과거와 현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특히 부산은 워케이션 선발주자인 제주·강원과는 다른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제주와 강원도가 ‘관광형 워케이션’에 가깝다면 부산은 ‘비즈니스형 워케이션’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이 부산에 지사를 설립할 때 센터를 임시 지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서울 성수동과 연남동, 인사동 등에서 복합문화공간 개발 및 운영을 하는 ‘다이브인(DIVEIN)’이 그런 사례다. 이 회사 대표 정창윤(36)씨는 “우리 회사는 화가나 조각가 등 예술인들과 연계해 호텔 내부를 갤러리화 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며 “올해 부산 영도구 한 호텔에서도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센터를 임시지사로 활용해 미팅도 하고 작업도 하는 등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을 ‘W데이’로 정해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일정 시간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비즈니스형 모델 중 하나다.
현재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워케이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5일 이상 숙박 예약 시 1박당 최대 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부산지역 관광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3만원 상당의 바우처도 지급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전혜영 기획조정팀장은 “부산 워케이션 사업의 큰 목적 중 하나가 역외기업의 부산 이전인 만큼 앞으로 기업 맞춤형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