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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스캔들’ 핀란드 마린 총리, 재집권 실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2일(현지시간)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산나 마린(38)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사민당)이 득표율 3위에 그쳐 재집권에 실패했다. 2019년 34세로 세계 최연소 선출직 지도자에 오른 마린 총리의 시대는 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산나 마린

산나 마린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에 따르면, 친기업 성향의 중도우파 국민연합당이 득표율 20.8%로 원내 제1당을 차지했다. 마린 총리의 사민당(19.9%)은 극우 성향의 핀란드인당(20.1%, 2위)에도 근소한 차이로 밀렸다.

이로써 에두스쿤다(핀란드 의회) 200석 중 국민연합당이 48석, 핀란드인당 46석, 사민당 43석을 각각 차지하게 됐다. 마린 총리는 “선거의 승자 국민연합당과 핀란드인당을 축하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마린 총리는 재임 기간 솔직한 화법과 화려한 패션 등으로 시선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키 사노마트 여론조사에서 마린 총리 지지율은 64%(여성 지지율 69%)로 상당히 높았다. 취임 후 코로나19 대응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을 무리 없이 이끌면서 정치 역량도 인정받았다.

다만 튀는 언행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다. 지난해 사적인 파티에서 춤을 추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마약 복용 의혹까지 제기돼 검사를 받기도 했다.

페테리 오르포

페테리 오르포

마린 총리는 높은 인기에도 경제 문제가 선거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재집권에 실패했다. 핀란드 국민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9년 64%에서 현재 73%로 뛰었다. 국민연합당 페테리 오르포(53) 대표는 선거 기간 “마린 총리가 공공 지출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오르포 대표는 3일 국민연합당 주도의 새 정부 수립을 위한 연정 협상에 돌입한다. 현지 언론들은 극우 정당인 핀란드인당과 손잡는 ‘청(국민연합당 대표색)·흑(핀란드인당 대표색) 연합’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핀란드인당은 2021년 리카 푸라 대표가 당을 이끌면서 반(反)이민, 유럽연합(EU) 탈퇴, 반기후정책을 내세워 극우 표심을 자극했다.

일각에선 핀란드인당 대신 사민당(빨간색)과의 ‘청·홍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핀란드 사회에 극우에 대한 거부감이 큰 데다 스웨덴인당·좌파연합·녹색당 등은 핀란드인당과의 연정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NYT는 “1~3위 정당 득표율이 엇비슷해 연정을 꾸리기까지 최소 수 주가 걸릴 것”이라며 난항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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