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인생 흔적 못 찾았다, 골목서 얼어죽은 그녀의 쪽방

  • 카드 발행 일시2023.04.04

이미 몇 년이 지난 일이다.

고인이 된 이는 50대 후반의 여성. 딸에게서 연락을 받고 찾아간 곳은 서울 구의동에 위치한 쪽방촌이었다. 고인이 살던 집은 마당을 5~6개의 방이 네모나게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주택이었다. 고인은 이 중 방 세 칸을 사용했다. 보통은 한 칸을 쓸 텐데, 희한한 일이었다. 집 안에 쓰레기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지만, 쓰레기집 청소 의뢰를 받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였다.

여러 칸의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었다. 현장을 살피기 위해 작업 전에 쪽방촌을 방문했을 때, 동네 노인들의 온 시선은 내게 집중됐다.

고인과 한 대문 안에 살던 세입자들은 마당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인이 살던 쪽방. 사진 김새별

고인이 살던 쪽방. 사진 김새별

“안녕하세요. 여기 방 세 개를 한 분이 쓰셨다고 하던데요. 그 집을 청소하려고 현장 확인차 왔어요.”

“쓰레기가 가득해.”
“여편네가 꿍하니 말이 없고 정신이 이상했어.”
“사람들하고 말도 안하고 쓰레기만 주우러 다녔어.”
“나이도 젊은데 제정신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