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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기후위기 시대 환경 이슈, 전문가에게 배워요

중앙일보

입력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여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 기업이 투자할 때 친환경적·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하는 ESG 경영, 종이·플라스틱 컵부터 비닐봉지까지 일상에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일회용품 규제 등. 우리 사회에서 최근 적극적으로 논의 및 실천 중인 있는 정책의 공통점은 기후위기(기후변화)입니다.

박수진·전민선·신숙희(왼쪽부터) 환경교육사가 국가공인자격인 환경교육사가 되는 방법과 환경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박수진·전민선·신숙희(왼쪽부터) 환경교육사가 국가공인자격인 환경교육사가 되는 방법과 환경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기후위기란 지구 온난화로 폭염·폭설·태풍·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걸 말해요.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 의무를 부여하는 ‘교토의정서’ 채택(1997년)에 이어,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파리협정’을 2015년 채택했어요.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3일 파리협정을 비준했죠.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이며 화석연료 사용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도 최근 30여 년 사이에 평균 온도가 1.4℃ 상승했어요.

인류가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면서,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목표로 국민이 환경을 보전하고 개선하는 데 필요한 지식·기능·태도·가치관 등을 배양 및 실천하도록 하는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대두했어요. 정부는 2008년 환경교육진흥법(현 환경교육법) 시행을 분기점으로 환경교육 활성화에 나섰죠. 2015년에는 환경교육프로그램의 기획·진행·분석·평가를 수행하는 전문가인 환경교육사 자격증도 도입했습니다. 그렇다면 환경교육사는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될 수 있을까요.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에서 신숙희·박수진·전민선 환경교육사와 원지은 전시교육부 기획팀장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어요.

두드림의 환경교육 전시실에서는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여러 방법을 만날 수 있다.

두드림의 환경교육 전시실에서는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여러 방법을 만날 수 있다.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은 시민에게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적응하는 생활방식을 교육해 에티즌(Eco+Citizen)을 육성하는 환경교육기관으로 연 9~1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옵니다. 마침 환경교육사들이 기획한 교육프로그램인 '방탈출 기후위기 시그널'이 진행되고 있었죠. 기후변화로 환경이 파괴된 2050년에 사는 내가 2023년 과거의 나에게 기후위기 탈출과 관련 있는 6개의 시그널이 담긴 편지를 보내 암호를 해독하게 한다는 설정인데요. 그 무대는 기후변화의 개념부터 UN 기후변화협약 등 지구촌 기후행동, 생활 속 탄소 배출량, 가정에서 물·전기를 절약할 방법 등이 담긴 기후위기 관련 전시실입니다. 여기에 밀폐된 방에서 단서를 찾아 탈출하는 놀이인 '방탈출'을 접목해 전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죠.

신 환경교육사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매번 다른 프로그램으로 기획해 전달하는데, 전시로 콘텐트를 보여주는 경우 누군가 해설을 꼼꼼히 하지 않는 이상 관람객은 그냥 '쓱'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부분이 안타까워서 관람객이 자발적으로 탐구할 방법을 고민했고, 놀이로 접근하면 좋겠다 싶었죠"라고 설명했어요. 환경교육이라면 유익하지만 지루하고 딱딱한 내용을 생각했는데, 게임처럼 재밌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환경교육사는 어떤 직업일까요. 박서현 학생모델과 이연지 학생기자가 소중 편집부에 보내온 질문을 통해 알아봐요.

'방탈출 기후위기 시그널'의 참가자들이 기후위기 탈출과 관련 있는 6개의 시그널을 찾기 위해 전시실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있다.

'방탈출 기후위기 시그널'의 참가자들이 기후위기 탈출과 관련 있는 6개의 시그널을 찾기 위해 전시실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있다.

서현: 환경교육사는 어떤 직업이며, 언제부터 환경교육사로 일하셨나요.

신: 환경교육사는 환경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도를 위해 짜 둔 교수안대로 수업을 진행하며, 수업에 대해 평가도 하는 국가전문자격이에요. 저는 2018년부터 3급 환경교육사로 근무했고, 지난해 2급 자격증을 땄어요. 이전에는 탄소배출권을 만들고 개발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박: 저는 2019년부터 3급으로 환경교육사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대학교에서는 환경공학을 전공했죠. 제가 환경교육사 3급을 준비할 때는 하루 9시간 정도 수업을 들었는데, 장시간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어요.

전: 온실가스 배출 관련 일을 하다 2019년부터 3급으로 활동했어요. 대학교에서 환경 관련 전공을 했었기 때문에 환경교육사 양성 교육을 받을 때 내용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는데요. 환경'교육'사이다 보니 누군가를 교육한다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죠.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에서는 기후변화의 개념부터 올바른 쓰레기 분리수거 등 기후변화 관련 다양한 콘텐트를 만날 수 있다.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에서는 기후변화의 개념부터 올바른 쓰레기 분리수거 등 기후변화 관련 다양한 콘텐트를 만날 수 있다.

연지: 환경교육사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원: 전국에 있는 환경교육사 양성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해요.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 역시 양성기관입니다. 환경교육사는 3·2·1급으로 나뉘는데 등급별로 역할이 좀 달라요. 3급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수행하는 강사 역할, 2급은 기획·운영관리를 하는 실무자·관리자 역할, 1급은 (환경교육이 이뤄지는) 체험관·센터의 기관장 역할을 해요. 1급은 해당 직위는 있지만, 아직 자격제도가 운영되고 있지 않아요. 환경교육사 교육은 기본·실무과정으로 나뉘는데, 먼저 기본과정 교육 수료 후 필기평가를 통과하면 실무과정 교육을 받고 실기평가를 보죠.

신: 환경교육사 3급을 취득한 뒤 환경교육 관련 업무에 3년 이상 종사하거나, 환경교육 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하거나, 환경교육 관련 업무에 6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으면 환경교육사 양성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2급이 될 수 있어요. 환경교육사 2급은 환경교육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진행되고, 프로젝트 형태의 수업이 많았죠. 만약 4시간 동안 1개 과목을 수업하면 1시간 정도 이론을 배우고, 3시간은 팀별로 아이디어를 내 주제를 개발해서 다른 팀과 협업하는 거죠. 이렇게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부하다 보면 머리에서 연기가 날 것 같았는데요. 환경 이슈를 여러 각도로 볼 수 있었기에 자산이 된 시간이었죠.

환경교육사들이 기획에 참여한 두드림의 환경교육 콘텐트는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적응하는 생활방식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경교육사들이 기획에 참여한 두드림의 환경교육 콘텐트는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적응하는 생활방식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현: 환경교육사가 되려면 초·중·고 때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을까요. 대학에서 환경 관련 분야를 꼭 공부해야 하나요.

박: 환경 관련 분야를 전공할 필요는 없고,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2급과는 달리 3급은 자격요건도 따로 없습니다. 환경 이슈는 다 우리 생활과 연결된 이야기니까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환경을 접목할 수 있다면 누구나 환경교육사가 될 수 있어요.

연지: 환경교육사는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원: 관련 부서와 협의해서 환경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요. 저희가 필요한 주제를 먼저 요청할 때도 있고, 환경교육사들이 '이런 주제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먼저 제안하기도 하죠.

신: 교육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평가·보완도 해요. 관람객 연령대와 기후변화에 대한 사전지식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적당한 수준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탄소중립 관련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저희가 준비한 문제를 수월하게 풀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면 어른과 함께여도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죠. 그래서 교육이 끝날 때마다 3명이 함께 수정·보완·평가합니다.

박: 두드림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신청한 학교·아동센터에서도 교육을 진행해요. 과거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대한) '탄소 어몽어스'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해당 프로그램을 신청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 사는 수원에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수업을 했죠. 수인분당선 고색역 주변 주차장, 자신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 등 여러 의견이 나왔고, 실제로 그 장소들을 함께 찾아갔었죠. 그런데 최근 고색역 부근이 탄소중립 그린도시 공모사업지에 선정돼 태양광 발전 장치가 설치되는 등 탄소중립 마을처럼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 입장에서는 내가 공부한 일이 실현된 거죠.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해요.

환경교육사는 수강생의 연령대와 사전지식 등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것은 물론, 변화하는 관련 데이터·정책의 동향도 꾸준히 살펴야 하는 직업이다.

환경교육사는 수강생의 연령대와 사전지식 등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것은 물론, 변화하는 관련 데이터·정책의 동향도 꾸준히 살펴야 하는 직업이다.

서현: 환경교육사가 되면 어디에서 일할 수 있나요.  

전: 시청·구청 등 지자체는 물론 복지관·청소년수련관 등 환경교육을 필요로 하는 교육·체험시설에서 환경교육 관련 운영자·강사 등으로 활동할 수 있어요.

연지:환경교육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신: 기후변화 이야기를 지식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모습을 볼 때 보람차요.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을 이용하는 주 연령층은 청소년인데, 지난해에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제가 준비한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한 분이 다음 회차 때 오셨는데요. 정확한 분리배출법을 배워 집에 가셔서 배운 지식을 실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런 걸 보면서 환경 관련 시민 소양 교육이 어른들에게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데 청소년보다 교육 접근성이 떨어져서 아쉽죠. 반면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효과적으로 교육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지는 늘 고민이죠. 기후변화 자체가 단순히 일일 교육으로 체감 가능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관련 데이터와 정책도 계속 바뀌어 최신 동향에 계속 귀 기울여야 해요.

전: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환경교육은 아이들의 학습 능력 향상이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이 되기 위한 교육이죠. 국민 전체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성인 대상으로는 교육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환경 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집에 가서 배운 걸 실천했을 때 어른들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까요. 제가 기억하는 보람찬 순간은 지난해 한 고등학교 수업이에요. 어떤 여학생이 교육이 끝난 뒤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될 수 있나요' 묻더라고요. 그런 질문을 받아 놀랐지만, 기특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꼈죠.

박: 제 수업을 들은 친구가 저의 다른 수업에 참여하거나, 제 이름을 기억해줄 때 보람을 느껴요. 지역아동센터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교육이) 안 끝났으면 좋겠어요. 또 보고 싶어요"라고 했을 때가 기억나요. 교육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해당 수업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 힘도 필요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교육 내용을 아이들이 잘 받아들여 주지 않아요. 요즘 그런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환경교육사가 추천하는 환경 관련 책

환경교육사가 되는 출발점은 여러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환경교육사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청소년을 위해 책을 추천했어요.

신숙희 환경교육사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롭 시어스 글, 톰 시어스 그림, 박규리 옮김, 96쪽, 비룡소, 1만8000원

최근에 계속 관심 있게 보는 책이에요. 전 세계에 있는 사람과 동물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 주는 내용인데, 이들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재미있게 풀어냈죠. 기후 변화에 얽힌 하나의 문제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 틀을 볼 수 있도록 관련 개념을 확장할 수 있어요.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이 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박수진 환경교육사

『굴뚝 이야기』
리우쉬공 글, 김미홍 옮김, 56쪽, 지양어린이, 1만2500원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에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죠. 저는 환경교육이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등 여러 관계를 배워가는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계의 연결성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이에요.

전민선 환경교육사

『환경 논쟁』

장성익 글, 박종호 그림, 184쪽, 풀빛, 1만3000원

환경 문제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결과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여러 찬반 논란이 따라와요.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를 예로 들면 '화석연료를 쓰지 말자'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죠. 아직 화석연료 소비량이 많고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치니까요. 이처럼 여러 면이 있는 환경 문제를 토론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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