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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우리 집 조명계획 세워 '제대로 빛나는 생활' 꾸려볼까

중앙일보

입력

책상 위 900lux 스탠드로 집중력 높이고 
침실엔 150~600lux 조명으로 편안함 주고

빛은 적색(Red)·녹색(Green)·청색(Blue) 등 3원색(RGB)으로 구성되고, 물체와 부딪히는 굴절도가 각기 달라 3원색이 서로 중첩돼 여러 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빛의 3원색이 물체에 모두 반사되면 흰색, 모두 흡수되면 검은색이 되죠. 빛을 통해 인간은 사물을 보고 색을 구별하며 일상생활을 해 나가요. 빛이 필요한 곳에 충분한 빛을 밝히는 것을 ‘조명’이라고 하는데요. 인간의 생활 속에서 조명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 소중 학생기자단이 알아봤습니다.

김민솔·조유진·오수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조명박물관에서 우리 생활에 필요한 빛을 내는 조명에 대해 알아봤다.

김민솔·조유진·오수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조명박물관에서 우리 생활에 필요한 빛을 내는 조명에 대해 알아봤다.

조명(照明)은 사전적으로 빛을 밝게 비춤, 또는 그 빛을 말합니다. 조명에는 태양광·번개·달빛·별빛 등의 ‘자연조명’과 인간이 만든 등잔·백열전구·형광등·LED 등 ‘인공조명’이 있어요. 자연조명에 의지하던 오래전, 밤에는 달빛·별빛이 있지만 생활하기에는 빛의 양이 부족했죠. 불을 피우기 시작한 인간은 여러 조명을 만들게 됩니다. 근대 이후 전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인공조명이 크게 발달했고, 현재는 낮과 밤이 다르지 않은 빛 환경 속에서 생활하게 됐죠.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조명박물관은 조명회사 KH 필룩스가 운영하는 곳으로, 조명의 역사와 다양한 조명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김민솔·오수아·조유진 학생기자가 안상경 조명박물관 팀장을 따라 조명역사관으로 들어갔죠. “인류 최초의 인공조명은 ‘불’을 활용한 것이에요. 원시시대 인간은 해가 뜨면 일어나 사냥하고, 어두워지면 굴 안에서 잠을 잤죠. 그러다 누군가 벼락 맞은 나무에 붙은 불이 체온을 보호하고, 밤에도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을 거라고 추정해요. 인간은 나무와 나무, 돌과 돌을 마찰시켜 ‘모닥불’이라는 인공 발화에 성공하고 필요에 따라 불을 피울 수 있게 됐어요. 이후엔 나무·풀 묶음에 동식물성 기름을 묻히고 불을 붙인 ‘횃불’, 말린 쑥을 넣고 싸리 껍질이나 짚으로 감아 오랫동안 불타게 한 ‘화심’ 등을 만들어냈죠.”

마차·기차·배·자동차·자전거 등 교통수단 조명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마차·기차·배·자동차·자전거 등 교통수단 조명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조명의 발전

청동기·철기 시대 조명은 참기름·콩기름·들기름 등 식물성 기름과 어유(魚油)·돼지기름·소기름 등 동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등잔불로 발전했어요. ‘등잔’은 돌·토기·도자기·놋쇠·철제의 잔·종지 형태로, 기름을 채운 뒤 솜·한지·노끈 심지를 담가 불을 켰죠. 안 팀장은 1971년 충남 공주시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등잔을 소개했어요. “이건 백제 무령왕릉 출토 등잔을 재현한 것이에요. 실물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있죠. 현존하는 우리나라(남한)의 가장 오래된 등잔으로, 그을음이 있고 심지가 확인돼 등잔임을 알게 됐죠. 왜 무덤에 등잔이 있었을까요?” 안 팀장의 질문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고개를 갸웃했죠. “옛날에 불은 권력을 상징했어요. 무령왕릉 등잔은 무령왕과 왕비가 깜깜한 무덤에서도 빛을 환하게 밝히는 권력자로 살라는 의미가 담겼죠.”

묶은 싸리 껍질·짚 안에 말린 쑥을 넣어 오래 불타는 ‘화심’

묶은 싸리 껍질·짚 안에 말린 쑥을 넣어 오래 불타는 ‘화심’

밑받침·기둥·등잔받침으로 구성돼 등잔을 올려놓는 대(臺)인 ‘등가’는 고려~조선시대에 많이 사용했어요. “등가에 등잔을 올려놓으면 높이가 높아져 실내 전체가 밝아져요. 옛날에는 초가집이 많아서 등잔이 넘어지면 불이 자주 났는데요. 불이 나지 말라고 물에 사는 물고기나 불의 기운을 막아주는 상상의 동물 해태 문양을 등가에 넣었죠.” 등잔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기둥에 턱을 여럿 만든 것은 ‘등경’이라고 합니다.

석유를 사용하며 뚜껑의 심지꽂이에서 불이 나오는 ‘호형등잔’.

석유를 사용하며 뚜껑의 심지꽂이에서 불이 나오는 ‘호형등잔’.

등잔·등가·등경이 생활용 조명이라면, 주마등(走馬燈)은 장식용·관상용 조명입니다. 주마등은 삼국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등에 불을 밝히면 말이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대나무 살과 한지로 골조를 만든 원통형 등갓에 말 그림을 오려 붙인 모양으로, 회전할 수 있는 축이 있어 촛불을 밝히면 그 열기가 대류현상을 일으켜 말 그림이 저절로 돌아가 끊임없이 뛰는 모습이 나타나요. “‘옛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라고 하죠. 빙빙 돌아가는 주마등 형상에서 나온 말로, 세월의 빠름과 사물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을 뜻해요.”

안 팀장이 “어둡게 하는 조명”이라며 소중 학생기자단을 ‘조족등(照足燈)’ 앞으로 안내했어요. "무엇을 할 때 쓰는 조명일까요?" 묻자 유진 학생기자가 “계단을 걸어갈 때 발밑을 비추는 조명일 것 같아요”라고 말했죠.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조족등은 그럴 때 사용하기도 했지만 밤에 포졸·순라꾼 같은 옛날 경찰이 도둑을 잡을 때, 군인이 전투·훈련을 할 때 많이 사용했어요. 환한 횃불을 쓰면 도둑이나 적이 내 위치를 쉽게 알겠죠. 발걸음 아래를 비추는 조족등을 쓰면 밤길에 상대가 모르게 접근할 수 있어요. 조족등은 대나무 대에 여러 겹의 한지를 붙이고 옻칠을 한 뒤 기름을 발라 비가 와도 물이 새거나 잘 찢어지지 않아요. 내부 틀이 초를 단단히 고정해 조족등을 들고 달려도 초가 떨어지지 않죠.”

밤길에 발걸음 아래를 비춰주는 조족등.

밤길에 발걸음 아래를 비춰주는 조족등.

주마등·조족등에서 알 수 있듯 조명에는 기름뿐 아니라 ‘초’도 사용했어요. 예전에는 보통 벌집을 끓여 만든 밀랍(밀초)이나 돼지기름(돈지초)·소기름(우지초)으로 초를 만들었죠. 초를 꽂아 쓰는 도구가 ‘촛대’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대표적으로 ‘유기촛대’를 살펴봤죠. 일반 백성은 귀금속인 금(金)을 사용할 수 없어 구리·아연을 혼합해 금을 닮은 유기를 만들어 썼어요. “촛대는 등가·등경과 다르게 초를 꽂는 뾰족한 부분이 있죠. 초는 삼국시대부터 사용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사치품이라 제사·결혼식 등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사용했죠.” 유기촛대의 초꽂이 뒤에 달린 실패형·달형 등의 화려한 반사판은 360도 회전이 가능해 공간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어요. 초꽂이 위에 종처럼 생긴 장식은 연기가 천장으로 올라가는 걸 막아 그을음이 생기지 않게 해주죠.

유기촛대는 초꽂이 뒤 반사판으로 공간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유기촛대는 초꽂이 뒤 반사판으로 공간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조명에 석유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석유는 휘발성이 강해 동식물성 기름을 담는 뚜껑 없는 등잔에 사용하면 큰불이 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뚜껑이 있고, 뚜껑의 심지꽂이에서만 불이 나오는 ‘호형등잔(호롱)’을 만들었죠. 민솔 학생기자가 “호형등잔에 손잡이는 왜 달렸나요?”라며 호형등잔 손잡이를 가리켰어요. “석유는 동식물성 기름보다 에너지가 강해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오르고 뜨겁죠. 맨손으로 호형등잔을 잡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어 손잡이를 만들었어요.” 석유를 사용한 조명으로 ‘남포등’도 있습니다. 남포등은 영어로 ‘Lamp(램프)’예요. 처음 들어왔을 때 조선인들이 ‘Lamp’ 발음을 ‘남포’로 알아들어 남포등이 됐다는 설이 있죠. 유리등갓이 강한 빛을 보호하고, 밑에는 석유통과 심지 조절 나사가 있어 들고 다니면서 쓰기 편했죠. 호형등잔·남포등 등 서양 조명의 등장으로 전통 등잔·촛대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습니다.

(왼쪽부터) 크리스털 유리로 만든 ‘크리스털 스탠드’, 동식물성 기름·석유 등으로 불을 붙이는 ‘오일램프’, 개화기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램프인 ‘남포등’.

(왼쪽부터) 크리스털 유리로 만든 ‘크리스털 스탠드’, 동식물성 기름·석유 등으로 불을 붙이는 ‘오일램프’, 개화기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램프인 ‘남포등’.

과거 서양에서는 유리·도자기 등으로 촛대·램프를 만드는 등 인테리어를 위해 조명의 화려함에도 신경 썼어요. 천장에 다는 실링라이트, 와이어·체인 등을 이용해 천장에서 내려뜨리는 펜던트·샹들리에, 바닥이나 테이블에 세워두는 스탠드 등이 있죠. “크리스털 유리로 만든 촛대·램프는 산업혁명 이전 유리 공예가 발달한 영국·체코 등에서 주로 사용했어요. 화려한 도자기 몸체에 크리스털 유리 장식이 매달려 있죠. 크리스털 유리는 투명하고 빛을 아름답게 반사해서 왕족·귀족들의 사치품으로 많이 쓰였어요. 스탠드는 크기별로 사용하는 공간이 달랐어요. 대형 스탠드는 거실이나 침실 바닥에 놓았고, 중형 스탠드는 테이블에 올려놨으며, 소형 스탠드는 침대 옆에 놓았죠. 과거 서양 조명의 특징은 그 시대의 문화를 문양·장식 등으로 담아낸 겁니다. 조명을 빛을 밝히는 도구뿐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으로 생각했다는 걸 알 수 있죠.”

“동식물성 기름이나 석유 외에 어떤 것으로 불빛을 낼 수 있을까요?” 안 팀장의 질문에 수아 학생기자가 “전기!”라고 답했어요. “맞아요. 전기가 현재 불빛을 내는 대표적인 에너지죠. 그 시작은 백열전구였어요.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40시간 이상 꺼지지 않는 백열전구 개량에 성공하고, 1880년에는 1000시간 이상으로 수명이 늘어난 백열전구를 대량 생산했죠. 에디슨 이전에도 여러 과학자가 백열전구를 만들었지만 실용성이 없었어요. 에디슨은 백열전구 수명을 늘리고 체계적인 전기 공급 시스템을 만들어 대중화에 성공했죠. 에디슨은 식물성 섬유의 탄소막대를 필라멘트(전구·진공관 내부에 전류가 흐르면 빛·전자를 방출하는 가는 선)로 만들어 사용했어요. 이 필라멘트는 뜨거운 열을 오래 견디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죠. 1910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과학자 윌리엄 쿨리지가 온도가 3380도 이상 돼야 녹는 텅스텐으로 고열을 견디고 밝은 빛을 장시간 낼 수 있는 필라멘트를 개발하면서 백열전구는 한 단계 진화했어요.”

‘주마등’은 원통형 등갓에 붙인 말 그림이 촛불 열기의 대류현상으로 돌아가는 장식용·관상용 조명이다.

‘주마등’은 원통형 등갓에 붙인 말 그림이 촛불 열기의 대류현상으로 돌아가는 장식용·관상용 조명이다.

필라멘트는 전류가 흘러 뜨거워졌을 때 주변에 산소가 있으면 반응해 불타 끊어져요. 또한 고온의 진공상태에서 증발하기 쉬워, 증발을 막고 불에 잘 타지 않도록 질소·아르곤 같은 비활성 기체를 넣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거처로 사용된 경복궁 내 건청궁에 1887년 3월 최초로 760개의 백열전구가 점등됐어요. 이후 백열전구는 1980년대까지 전국으로 보급됐죠. “과거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전깃불이 익숙치 않아 백열전구를 등잔·촛대라고 생각해서 담뱃불을 붙이려다 깨뜨리곤 했죠. 그래서 백열전구 고장 민원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백열전구·형광등·LED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수아 학생기자가 궁금해했어요. “백열전구는 모닥불처럼 높은 온도로 가열할 때 빛이 발생하는 원리(백열현상)를 이용한 조명이에요. 전류가 흐르면 필라멘트가 뜨거워져 열과 빛이 나죠. 수명은 약 1000시간 내외지만, 오래 켜두면 필라멘트의 가열이 가속화돼 수명이 짧아지죠. 백열전구는 붉은색을 띤 백색 빛을 발산해 전기 조명 중 가장 자연의 빛을 닮아 인간이 느끼기에 편안합니다. 자주 끄고 켤 때, 조명기구 부피를 최소화하고 싶을 때, 차분하고 무드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죠. 백열전구는 전력 사용량 중 5%만 빛을 내 에너지 과소비를 일으키며, 95%는 열에너지로 발산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끼치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산업·장식용을 제외하고 가정용 백열전구 생산·수입을 전면 중단했어요. 그 전에 생산된 것은 사용 가능해요.”

백열전구 vs 형광등 vs LED

백열전구 vs 형광등 vs LED

1938년 GE의 과학자 G E 인만이 개발한 형광등은 기다란 유리관에 빛에 반응하는 형광물질을 바르고, 아르곤·수은 기체를 넣은 전기 조명이에요. 전류가 흐르면 양 끝 필라멘트에서 방전이 일어나 내부 기체가 활동하며 자외선을 생성하고, 자외선이 형광물질과 반응해 가시광선(물체를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으로 변하면서 빛을 내죠. 형광등은 전력 소비량이 백열전구의 절반 이하고, 수명은 6000~1만2000시간이에요. 다만 수은 기체에서 방출되는 자외선을 직접 쬐면 인체에 해롭고, 이 자외선이 주변 온도에 영향을 받아 너무 추우면 불이 깜빡거리거나 켜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죠. 백열전구와 형광등의 장점을 결합한 삼파장 형광등(전구형 형광등)은 빛의 3원색(RGB) 발광 형광물질을 사용해 태양빛과 거의 흡사한 빛을 내죠.

휴대전화·TV·컴퓨터·간판 등 현재 쓰이는 조명 대부분은 LED(Light Emitting Diode·발광 다이오드)입니다. “1962년 GE 과학자 닉 홀로니악이 발명한 반도체 LED는 전류가 흐르면 -와 +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빛을 내요.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으며, 전력 소비량은 백열전구 대비 5분의 1 수준이고, 수명은 3만~5만 시간,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기체를 사용하지 않아요. LED 자체의 크기도 작고, 여러 형태로 디자인할 수 있죠. 백열전구·형광등보다 인위적인 빛을 낸다는 게 최소한의 단점이에요.”

환한 빛을 내는 조명은 인간이 어두운 곳에서도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환한 빛을 내는 조명은 인간이 어두운 곳에서도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조명의 기능과 활용

조명을 잘 사용하려면 그 기능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조명은 빛이 퍼지는 범위에 따라 직접조명·간접조명·전반확산조명 등으로 나뉘어요. “‘직접조명’은 빛이 직접 조사돼 일반적으로 전력 소비 대비 밝고 효율성이 높으며 설치가 저렴하죠. 하지만 눈부심이 있고 균일한 조도(lux·공간 밝기)가 어려워요. ‘간접조명’은 빛이 벽·천장 따위에 반사해 만들어진 반사광을 이용합니다. 직접조명보다 효율이 낮고, 조명을 드러나지 않게 숨기거나 천장과 벽의 색·재질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인테리어에 큰 비용이 들죠. 다만 반사광을 이용해 눈부심이 적고, 조도도 균일하며 부드러워 공간 분위기를 차분하게 해요 ‘전반확산조명’은 전 방향으로 빛을 비춰 실내에 균등한 조도를 갖게 하는 간접조명과 직접조명의 중간 방식입니다. 보통 등갓을 사용해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빛이 퍼지도록 하는데, 등갓이 크면 눈부심과 그림자가 줄어들어요.”

조명은 실링라이트·다운라이트·펜던트·스포트라이트 등 기구에 따라 그 기능이 달라집니다. 천장에 직접 다는 조명인 ‘실링라이트’는 방을 환하게 밝혀주는 것은 물론, 확장성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어느 인테리어에서나 다양하게 쓰여요. ‘다운라이트’는 천장에 매립된 작은 조명으로 아래를 선명하게 비추죠. 크기가 작아 보통 여러 개를 규칙적으로 설치하며, 매립형이라 깔끔하게 빛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는 벽에 걸린 그림이나 선반 위 물건 등 특정한 곳을 비추는 포인트 조명이에요. 빛을 한곳에 모으는 집광성이 높아 대상을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하죠. ‘펜던트’는 와이어·체인 등을 이용해 위에서 내려뜨리는 조명이에요. 아크릴·유리·철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며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보기에 좋죠. 흔히 식탁 위에 설치합니다.

빛의 3원색인 적색·녹색·청색 조명으로 색깔 그림자 만들기 체험을 하는 김민솔 학생기자.

빛의 3원색인 적색·녹색·청색 조명으로 색깔 그림자 만들기 체험을 하는 김민솔 학생기자.

수아 학생기자가 “정육점 조명은 왜 빨간색인가요? 장소에 따라 조명의 색도 달라지나요?”라고 물었어요. “조명은 판매 전략의 하나로도 사용돼요. 정육점의 경우, 육류와 같이 붉은 계열 조명을 사용하면 소비자가 신선한 고기라고 느낄 수 있어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생선회 전문점이나 일식집은 차가운 흰색 계열 조명을 사용해 음식을 신선하게 보이게 합니다. 햇빛과 가장 비슷한 흰색 빛은 색온도가 높고, 붉은빛은 색온도가 낮아요. 색온도가 높은 조명 아래선 집중력·논리력이 커져 수학·과학 공부를, 색온도가 낮으면 창의력과 감수성이 활발해져 미술·음악 등 예술 공부를 하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죠.”

환경에 맞는 조명을 사용해 공간을 더욱 쾌적하게 만드는 것을 ‘조명계획’이라고 합니다. 조명계획은 공간별 특징에 맞춘 다양하고 풍부한 빛 환경,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의도에 맞는 조명기구 선정과 배치 계획, 효율적인 빛 관리로 에너지 절약, 시각적·심리적 안정감과 쾌적함을 통한 감성 충만 등을 목적으로 하죠. “사람마다 편안함을 느끼는 밝기가 달라요. 가격·브랜드보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 맞는 밝기의 조명을 찾는 게 중요하죠. 집만 봐도 침실·공부방·거실 등 공간에 맞는 조도가 따로 있어요. 독서할 때는 글씨가 잘 보이도록 600~1500lux의 조도가 높은 조명을, 휴식을 취하는 거실이나 침실은 150~600lux의 어두운 조명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

부적절하고 과도한 조명 사용으로 우리의 생활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빛공해를 주제로 한 전시장.

부적절하고 과도한 조명 사용으로 우리의 생활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빛공해를 주제로 한 전시장.

조명은 생활에 편리함을 주며 발전해 왔지만, 그 편리함이 때로는 세상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바로 빛으로 인한 공해인 ‘빛공해’죠.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빛공해는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라고 정의해요. “휴대전화를 보며 밤거리를 걷다가 밝은 자동차 조명에 깜짝 놀라 사고가 나기도 하고, 불을 꺼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빛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환경공해예요. 빛공해는 생태계에도 영향을 주는데요. 크리스마스 때 나무에 뜨거운 조명을 다는 것은 생장에 문제를 일으키고, 도시의 밝은 조명 때문에 별빛·달빛이 가려지면 철새가 길을 잃곤 하죠. 여름에 짝을 찾기 위해 아침과 낮에 우는 매미는 지나치게 밝은 야간 조명 때문에 해가 뜬 줄 알고 밤에도 계속 울어요.”

조명박물관 지하 1층에선 빛의 원리·착시 현상 등을 배우고 현대적 감각의 조명 전시물도 구경할 수 있다.

조명박물관 지하 1층에선 빛의 원리·착시 현상 등을 배우고 현대적 감각의 조명 전시물도 구경할 수 있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빛공해를 발암물질로 규정했죠. 환경부의 빛공해 민원 발생 현황에 따르면 빛공해 민원은 집계를 시작한 2013년 3214건에서 2022년 7915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어요. 2016년 이탈리아·독일·미국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전 세계 빛공해 실태를 연구한 결과,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우리나라는 빛공해 오염도 2위를 기록했죠. “빛공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나요?” 유진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2013년 정부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시행해 도로·공원 등 특정 공간을 비추는 공간조명과 옥외광고물을 비추는 광고조명, 시설물·조형물 등을 장식할 목적으로 외관에 설치하는 장식조명 등을 관리합니다. 지자체도 ‘빛공해 방지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빛공해 지역의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해 빛공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죠. 조명기업들도 친환경 LED 생산·빛공해 방지용 조명 연구 등을 합니다.”

민솔 학생기자가 “조명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요?”라고 질문했어요. “미래 조명으로 라이트테라피·바이오조명·식물공장조명 등이 많이 언급됩니다. 현대 조명, 특히 LED는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조명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집 안을 시스템 조명화해서 휴대전화 앱으로 색상·조도 표현을 자유롭게 하고, 출퇴근 시간에 맞춰 점등·소등을 설정하는 식이죠. 앞으로는 조명만 비춰도 휴대전화 배터리가 충전되고, 병을 치료하는 등 그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돼요. 다만 조명의 발전은 밝기가 더 강하고 쓰임이 많은 조명을 개발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인간 생활의 편리함과 함께 생태계까지 생각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봐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LED 조명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강성두(맨 오른쪽) KH 필룩스 이사.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LED 조명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강성두(맨 오른쪽) KH 필룩스 이사.

조명이 만들어지는 과정

조명박물관 옆에는 조명회사 KH 필룩스 생산부 건물이 있습니다. 생산부를 책임지는 강성두 이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LED 조명 생산 과정을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곳이지만 소년중앙 취재를 위해 공개한 것이죠. LED 조명을 생산하고, 다양한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사하는 생산부에선 여러 기계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강 이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LED 조명을 만들 때 쓰는 PCB(Printed Circuit Board·인쇄회로기판)를 보여줬어요. “PCB는 전류가 흘러 LED가 작동하게 하는 부품이에요. PCB를 만들기 위해선 전기회로가 편성된 기판이 필요하죠. 유리섬유·수지 등을 사용해 딱딱한 기판으로 만든 PCB를 RPCB(Rigid PCB), 폴리이미드 등 유연한 소재로 만든 PCB를 FPCB(Flexible PCB)라고 해요. 일반적으로 RPCB가 많이 사용되며, 자유자재로 꺾을 수 있는 LED 조명에는 FPCB가 사용되기도 하죠”

강 이사가 RPCB를 만들기 위해 딱딱한 기판을 ‘스크린 프린터’에 넣었어요. “스크린 프린터는 기판에 있는 여러 개 작은 구멍에 끈적끈적한 액체 상태의 납을 집어넣어요. 납은 LED를 기판에 고정하고, 전기가 잘 통하게 하죠.” 납을 넣은 기판은 ‘칩 마운트’로 옮겨집니다. 칩 마운트는 LED를 납 위에 하나씩 올려놓는 작업을 하죠. “뉴스를 보면 반도체 공장에서 주사기 같은 기계가 움직이면서 반도체를 만들잖아요. 칩 마운트가 그 역할을 한다고 보면 돼요.”

장상윤(맨 왼쪽) KH 필룩스 품질경영팀 과장이 불이 켜진 상태로 침수시험기에 넣은 LED 조명이 이상 없다는 걸 보여줬다.

장상윤(맨 왼쪽) KH 필룩스 품질경영팀 과장이 불이 켜진 상태로 침수시험기에 넣은 LED 조명이 이상 없다는 걸 보여줬다.

이후 LED와 납이 잘 붙게 열을 가하는 ‘리플라워’에 넣어 납땜을 합니다. 납땜이 끝난 RPCB는 식힌 뒤, 전류를 흐르게 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요. 불량 제품은 원인을 찾아 수리하거나 폐기하죠. 완성된 RPCB는 LED 조명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전구를 씌워주고, 알루미늄 등 열을 잘 방출해주는 방열판을 설치하는 다양한 조립 과정을 거칩니다. “야구장·축구장의 큰 조명탑이 강한 빛을 내도 불이 나지 않는 건 그만한 크기의 방열판이 달려있기 때문이에요. 열이 방출돼 주변 공기는 뜨겁지만 높은 곳에 있어 관중이 그 열기를 느끼지 못하죠.”

완성된 LED 조명 제품은 여러 단계의 검사를 거쳐 판매됩니다. 장상윤 KH 필룩스 품질경영팀 과장이 ‘신뢰성 시험실’에서 소개한 첫 검사 기계는 항온항습기였어요. “냉장고같이 생긴 이 기계는 온도와 습도를 임의로 제어할 수 있어요. 조명은 더운 곳에서도, 추운 곳에서도 쓰이는데 제품에 따라 사용 가능한 적정 온도가 다르죠.” 온도는 영하 10도, 습도는 0%에 맞춰진 항온항습기 안에 LED 조명 제품을 넣었습니다. “이건 영하 10도 냉장창고에서 쓸 수 있는 조명이에요. 항온항습기를 통해 영하 10도에서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더 나아가 그 이하로 온도를 내릴 때는 어떠한지도 파악하죠.”

조명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스노우하우스’ ‘숲속의 반딧불이’ 조명 만들기 체험 완성품을 들고 있는 김민솔·조유진·오수아(왼쪽부터) 학생기자. 만들기 체험은 현장에서 접수할 수 있다.

조명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스노우하우스’ ‘숲속의 반딧불이’ 조명 만들기 체험 완성품을 들고 있는 김민솔·조유진·오수아(왼쪽부터) 학생기자. 만들기 체험은 현장에서 접수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살펴본 검사 기계는 ‘구형광속계’였습니다. “동그란 구형광속계 안에 조명을 넣고 전류를 흐르게 하면, 기계와 연결된 컴퓨터에 조명의 빛이 어느 정도 밝은지, 색깔은 무엇인지, 전기는 얼마나 소비하는지 등의 결과가 나와요.” ‘침수시험기’도 있었어요. 큰 수조 같은 침수시험기 안에서 빛나는 조명을 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감전되면 어떡해요”라고 걱정했어요. 장 과장이 침수시험기에서 조명을 꺼내 맨손으로 만졌지만 이상이 없었죠. “침수시험기는 주로 눈·비의 영향을 받는 건물 밖에 설치된 LED 조명을 테스트할 때 사용해요. 1m 깊이의 수조에 조명을 켠 채로 넣어 일정 시간 동안 둔 뒤 다시 꺼내 감전 위험·불 꺼짐 여부를 확인하죠.”

유진 학생기자가 “LED 조명 검사는 얼마나 걸리나요?”라고 질문했어요. “보통 한 제품을 테스트하는 데 15일이 걸려요. 항온항습기·구형광속계·침수시험기로 하는 검사를 포함해 약 50종류의 검사를 해요. 조명을 검사하는 건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서죠. 검사를 통해 전기적으로 안전한지 검증하고, 전기 효율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해요. 안전하고 효율이 높은 조명을 자신의 생활환경에 맞게 잘 사용한다면 빛으로 인한 삶이 더 좋아질 거예요.”

우리 집 공간에 맞는 조명은?

우리 집 공간에 맞는 조명은?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조명박물관에서 과거의 등잔·촛대·호롱부터 현대의 백열전구·형광등·LED를 보며 조명의 역사와 기능을 알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LED 조명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었죠. 작업 현장의 복잡하게 생긴 기계들로 LED 조명을 만들어내는 게 신기했고, 완성품이 제대로 빛을 내는지, 어느 정도의 온도까지 견디는지 등을 테스트하는 공간도 흥미로웠습니다. 또 하나 기억하고 싶은 것은 빛공해입니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 때문에 밤하늘의 별을 보기 어렵고, 우리가 밤잠을 설쳐 생체리듬이 깨지기도 하며, 철새들이 이동하는 데 방해를 받아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고 하니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빛공해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민솔(서울 명지초 5) 학생기자

조명박물관에 다녀온 후 조명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이번 취재를 계기로 빛공해가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깨닫게 됐죠. 다양한 조명과 실링라이트·다운라이트·펜던트 등 기구에 따른 조명의 기능을 듣고 난 후, 집에 가서 ‘우리 집 조명 중 실링라이트가 제일 많구나’ ‘이 공간은 다운라이트였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취재 덕분에 조명의 소중함을 느꼈어요. 소중 친구들도 조명박물관을 방문해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을 주는 조명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수아(경기도 하랑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가 되고 들뜬 마음에 나선 첫 취재 장소는 조명박물관이었어요. 조명의 역사와 쓰임새, 빛공해 등에 대해 안상경 팀장님이 자세히 알려주셨죠. 과거 횃불을 쓰던 때부터 LED가 나오기까지 어떤 조명이 있었는지 그 과정을 세세하게 알게 됐어요. 빛공해에 대해선 처음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빛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물관 앞 KH 필룩스 생산부 건물에서 LED 조명을 만드는 과정과 항온항습기·구형광속계·침수시험기 등을 통해 거치는 검사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했어요. 주변에 항상 조명이 있지만, 저는 조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취재를 통해 조명을 깊이 알게 돼 정말 좋았답니다.

조유진(인천 부원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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