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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1년만에 4200억 흑자 낸 배민...“압도적 1위의 독식, 나머지는 다 적자”

중앙일보

입력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3조원에 가까운 매출과 42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배달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2조9471억원)과 영업이익(4241억원)을 달성했다. 매년 2배 이상 성장한 끝에 3년 만에 적자에서도 탈출했다. 배달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배달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업계 1위 배민이 배달 시장의 과실을 다 흡수했고, 나머지는 다 적자로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배달 앱 국내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서울 송파구 본사 모습. 연합뉴스

배달 앱 국내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서울 송파구 본사 모습. 연합뉴스

왜 중요해  

배민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급성장했다. 2019년 5654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1조995억원, 2021년 2조88억원으로 매년 2배가량 성장했다. 다만 이 기간 배달 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적자 규모도 함께 커졌다. 영업손실은 2019년 364억원, 2020년 112억원, 2021년 757억원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이번 4200억원대 이익(영업이익률 14.4%)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단박에 개선했다. 분기당 영업이익 규모로는 최근 2개 분기 연속 1100억원대 흑자를 낸 쿠팡과 유사한 수준이다. 연간 이익으로는 계열사 120개가 넘는 카카오(5805억원)에 맞먹을 수준의 실적 개선을 배민이 1년 만에 달성한 것.

배민은 이번 실적에 대해 입점 업체와 주문 수 증가를 비결로 꼽았다. 13만6000개(2019년)였던 배민 입점 식당은 지난해 30만개로 늘었고, 같은 기간 주문 수는 4억건에서 11억건(2022년)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배민은 “코로나19 이후 3년간 주문과 거래액 모두 3배가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엔데믹에도 배민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배달 앱 3사 가운데 배민의 고객 이탈 수가 가장 적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활성이용자수(MAU)는 629만명(지난해 2월)에서 321만명(올해 2월)으로 반토막이 났고 요기요도 27% 감소했지만, 배민의 MAU는 이 기간 5% 감소에 그쳤다. 팬데믹 기간동안 멀티호밍(소비자가 여러 앱을 사용) 시장이었던 배달 앱 시장이 압도적 1위 앱 하나만 쓰는 싱글 호밍으로 변한 것이다. 그만큼 배민의 시장 지배력은 더 강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시장을 독식하며 사실상 카카오처럼 되어가고 있다”면서 “배민의 지난해 단건배달 수수료 인상 정책이 실적 개선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배민은 단건배달만 하는 쿠팡이츠와 경쟁이 치열해지던 2021년 배민1을 출시했다가 지난해 상반기 배민1 프로모션(배달기사나 음식점에 현금 지원)을 중단하고 수수료를 올렸다. 음식점주들로부터 받는 중개수수료를 정액제(건당 1000원)에서 음식값의 6.8%를 수수료로 받는 정률제로 바꿨고, 배민1 단건 배달비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실제로 지난해말 기준 배민의 총 매출 가운데 서비스 매출이 2조4234억원으로 전년(1조5743억원) 대비 약 1.5배 늘었다. 수수료 매출 증가 영향이다.

승자독식? 업계 반응은

배민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사이 경쟁사인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1위 업체가 시장 전체를 독식하는 플랫폼 사업의 승자독식 속성이 배달 시장에서 확인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독주하는 시장에서 이용자마저 이탈하고 있는 2·3위 앱들은 (배민처럼) 수수료를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3위 배달 앱 뿐만 아니라, 코로나 기간 중 급성장했던 배달대행 업체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바로고와 생각대로, 만나플러스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식당들도 구조적으로 배민에 락인(lock-in, 묶여있는 상태)됐다”며 “배민 앱 내에서 식당들의 광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엔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줄면서 자영업자, 배달대행 등 배민 뺀 나머지는 다 쓴잔을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현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교수는 “배민이 그간 투자를 바탕으로 흑자를 낸 건 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에서 잘한 일이지만, 경쟁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며 1위 업체가 독과점에 가까워지면 장기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의 관점이 아니라 소비자 편익의 관점에서 배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는 없는지 향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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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은 어때  

여론을 의식한 듯 배민은 표정 관리 중이다. 이번 흑자 전환에 대해 배민은 “경쟁사보다 성장이 컸던 것은 소비자와 식당의 앱 이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서비스를 개편하고 운영 정책과 인프라를 고도화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2011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16년부터 3년간 소폭의 흑자를 본 것을 제외하면 매년 적자였고, 지난 12년간 수천억 원을 사업에 투자한 성과가 이제야 결실을 봤다는 주장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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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관계자는 “2022년 빠른 배달 품질을 원하는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만족시켜 단건배달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했고, 최근에는 소비자 니즈를 발 빠르게 파악해 배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배달’을 출시하는 등 배민은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민은 한달에 8만8000원을 받고 상호와 배달 예상 시간 등을 노출하는 ‘울트라콜’ 광고비도 9년째 동결했고, 단건배달 중개수수료는 전 세계와 국내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며 단건 배달은 전체주문량의 15%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4200억 흑자를 단순히 수수료 인상의 결과로 봐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배민은 “코로나라는 성장 발판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장 확보 경쟁이 언제든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당분간 배민 독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민은 배달 외에 B마트 등 도심 근거리 배송망을 기반으로 하는 퀵커머스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등 기술 기반의 사업 다각화 노력도 계속할 전망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배민이 자영업자나 배달대행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