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9년 선진국은 의료기관 사망률이 줄어드는데, 한국은 늘고 있다. 재택 임종에 대한 노인의 염원이나 세계 추세와 반대로 간다.”
김윤(의료관리학) 서울대 의대 교수는 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재택의료학회 창립 심포지움에서 ‘노인돌봄의료와 재택의료의 방향’ 주제발표를 했다. 지난해 한국 사망자의 74.8%가 의료기관에서 숨졌다. 10년 전보다 약 15%p 증가했다. 지난해 총 사망자 37만2800명 중 28만8854명이 의료기관 사망자라는 뜻이다. 이 중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하고 숨진 사람(6만3921명)을 제외하면 21만4933명이 연명의료를 받다가 병원에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 전체 사망자의 58% 가량에 해당한다.
네덜란드의 병원 사망률은 29.1%, 스웨덴은 42%, 미국은 43%, 영국은 49.1%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한국인은 사망 전 석달 동안 병원에서 1인당 403만원의 의료비를 쓴다”며 “이 돈을 재택의료, 가정사망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 호스피스를 지금처럼 내버려두면 참여할 의료기관이 거의 없다. 재택의료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되 가정 호스피스를 여기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택임종 케어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자고 제안한다. 생애말기 24시간 간병비를 최대 2개월(월 300만원 이내)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는 2022~2026년 1조5000억원을 재택임종에 투입하되 임종환자의 병원 의료비를 절감하면 조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해서 5년 후 65세 이상 사망자의 50%를 재택임종으로 돌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노인의 10.8%(2017년 기준)인 78만여명이 의료·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며, 이 중 69%인 54만명이 의료나 요양 요구도가 낮아서 집에서 케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절반 이상이 부적절하게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입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노인 재택의료서비스와 통합재가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며 “재택의료가 활성화되면 노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임종의 질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심포지움에서 “집에서 임종하는 게 이상적이긴 하지만 노후에 집에서 재택의료 서비스를 받다가 최종 순간 병원으로 가서 임종하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집에서 숨지면 변사자로 처리돼 의사의 '질병 사망' 확인을 받아야 하는 점, 아파트에서 시신을 운구하기 번거로운 점 등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서다.
재택의료 서비스를 시행 중인 경기도 파주송내과의원의 송대훈 원장은 이날 심포지움에서 "재택의료의 재택은 집이라는 공간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지인 관계, 추억이 깃든 공간 등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가정 임종지원을 하고 싶어도 지금의 수가로는 할 수 없다. 24시간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더라도 아주 제한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움에서 일본과 미국의 재택의료가 소개됐다. 자택에서 나답게 죽을 수 있다. 그런 세상을 만든다-.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취재진이 일본 도쿄도 이타바시구의 재택의료 전문기관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오우니치 가에로우)'을 방문했을 때 미즈노 신타 원장은 병원의 모토를 이렇게 소개했다. 또 재택의료 전문그룹인 유쇼카이 홈 헬스케어에 따르면 2021년 재택의료 서비스가 종료된 3023명 중 2015명이 숨졌고 이 중 70%가 집에서 숨졌다. 재택의료 대상자의 재택사망률은 39.6%로 일본 평균(12.8%)보다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