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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계에 달한 수출 한국, 산업구조 혁신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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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수출 한국이 통째로 흔들이고 있다. 6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에 무역적자는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 남구 감만부두 전경. 송봉근 기자

수출 한국이 통째로 흔들이고 있다. 6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에 무역적자는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 남구 감만부두 전경. 송봉근 기자

수출 6개월 연속 감소, 무역적자 13개월째

반도체 수출 급감하고 중국 시장 변한 탓

수출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행진은 13개월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551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13.6%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줄어든 수치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3월 무역수지는 46억2000만 달러 적자며,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적자 행진이다.

주원인은 반도체와 중국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산업구조다. 한국 경제의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3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했다. 정보기술(IT) 제품 등의 수요 위축에다 한국 반도체의 주력인 메모리 제품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며 무역수지 최대 흑자국이었던 중국 시장 또한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27억7000만 달러다. 6개월 연속 이어진 기록이다. 더구나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소위 ‘리오프닝(re-opening)’을 맞고 있지만, 한국의 수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고 중국이 전 세계에 완제품을 수출하던 구조가 막을 내리고, 한국의 주력 제품이 중국과 경쟁하는 시대가 온 탓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살 수밖에 없는 국가다. 경제 규모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런 나라에서 6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와 1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지금의 산업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마침 한국경제연구원이 어제 내놓은 수출 10대국의 수출 품목·국가 집중도 분석은 우리 산업구조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수출에서 반도체와 같은 특정 제품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수출국 또한 다양하지 않다. 우선 한국의 수출 품목 집중도는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개년 평균 기준 수출 품목 집중도는 779.3포인트로, 세계 10대 수출국 평균(548.1)을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장치·기기(20.2%), 자동차(10.5%) 등 품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수출 대상 국가 집중도도 1019포인트로, 세계 10대 수출국 중 캐나다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최근 이어진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경험했듯, 특정 품목과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위기 상황에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R&D) 혁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통한 수출 품목 다양화, 수출시장의 다변화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