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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팬데믹 3년…배민은 질주하고, 두나무는 주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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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의 표정이 엇갈렸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팬데믹 기간 마지막 성적표를 살펴보니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흑자 전환 첫해에 42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중에선 컬리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두 회사 모두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늘었다. 사업 확대로 투자 폭을 늘린 야놀자와 암호화폐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두나무는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민의 선전이다.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 4241억을 기록하며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 뛴 2조 9471억원이다. 2018년 5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영업손실 364억원을 거두며 적자 전환했다. 이후 2020년(-112억원), 2021년(-757억원)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배달 수요가 늘자 배민은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배민이 기록한 주문 수는 총 11억1100만건으로 3년 전(2019년 4억 건)과 비교해 약 3배를 기록했다. 배민 입점 식당도 2019년 말 13만6000여 곳에서 지난해 말 기준 30만여 곳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의 월간이용자 수(MAU)는 1953만명으로 1년 전보다 6% 감소했다. 요기요(-28%), 쿠팡이츠(-49%)와 비교해 선방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멀티호밍(소비자가 여러 앱을 사용) 시장이었던 배달 앱 시장이 압도적 1위 앱 하나만 쓰는 싱글 호밍으로 변한 것이다.

흑자로 돌아선 우아한형제들

흑자로 돌아선 우아한형제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시장을 독식하며 사실상 카카오처럼 되어가고 있다”며 “배민의 지난해 단건 배달 수수료 인상 정책이 실적 개선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배민은 단건 배달만 하는 쿠팡이츠와 경쟁이 치열해지던 2021년 배민1을 출시했다가 지난해 상반기 배민1 프로모션(배달기사나 음식점에 현금 지원)을 중단하고 수수료를 올렸다. 음식점주로부터 받는 중개수수료를 정액제(건당 1000원)에서 음식값의 6.8%를 수수료로 받는 정률제로 바꿨고, 배민1 단건 배달비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배민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사이 경쟁사인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독주하는 시장에서 이용자마저 이탈하고 있는 2·3위 앱들은 (배민처럼) 수수료를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3위 배달 앱 뿐만 아니라, 코로나 기간 중 급성장했던 배달대행 업체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바로고와 생각대로, 만나플러스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안재현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교수는 “배민이 그간 투자를 바탕으로 흑자를 낸 건 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에서 잘한 일이지만, 경쟁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며 1위 업체가 독과점에 가까워지면 장기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의 관점이 아니라 소비자 편익의 관점에서 배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는 없는지 향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날개가 사라진 이후에도 이익을 늘려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월 온라인쇼핑 동향 발표’에 따르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조 2295억원으로, 7개월째 감소세다. 또 배달료가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극복할 숙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민의 배달료가 6000원으로 다른 업체보다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컬리와 토스의 경우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덩달아 커졌다. 컬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컬리 매출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2조372억원, 거래액은 32% 성장한 2조6000억원.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영업손실은 2335억원으로 전년 2177억원 대비 규모가 커졌다. 컬리는 지속적인 신규 가입자 증가와 구매 당 장바구니 크기(고객이 1회 구매 시 지출하는 비용) 확대 등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토스도 첫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토스 매출은 1조188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넘게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472억원으로 전년 1796억원 대비 38%가량 늘었다. 다만 토스뱅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연간 순이자이익 2174억원을 기록, 출범 첫해인 2021년 113억원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하는 추세다.

야놀자와 두나무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이 나빠졌다. 야놀자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3% 늘어난 6045억원, 영업이익은 89.3% 감소한 61억원으로 집계됐다. 두나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8101억원으로 전년(3조2713억원)보다 75.2%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3조7045억원)보다 66.2% 줄어든 1조249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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