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약진하는 K방산, 민관 손잡고 한 단계 더 도약시켜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노르웨이의 새하얀 설원, 이집트의 잿빛 사막, 유럽의 험준한 산악 지대를 포장도로 달리듯 기동하는 K9 자주포,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경쟁하며 세계 각지로 수출되는 한국산 전차와 잠수함, 전투기를 보면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한국은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지난 수십 년간 무기 개발과 성능 개선에 전력을 다해왔다. 정부와 국내 방산 기업들은 한국의 험난한 지형, 여름과 겨울 기온 차가 60도에 이르는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서 오랜 시간 운용해온 경험을 축적했다.

특히 국군의 꾸준한 수요 덕분에 국내 방산 기업들은 대량 생산을 하면서 제품 단위당 원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도 이뤄냈다. 유럽 자주포 생산업체가 내수와 수출을 합쳐 약 350문을 생산할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이 접목된 K9을 1000대 이상을 생산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K9 자주포와 천무 발사대의 국산화율이 각각 80%, 98%에 이를 정도로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부품 생태계도 한국 방산 경쟁력에 기여했다.

하지만 한국산 무기 수출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지난해 폴란드 수출을 포함한 한국산 무기의 글로벌화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기 수출은 단순히 기업 간의 거래가 아닌 정부와 정부의 외교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방부와 방사청은 폴란드를 수십 번 방문하면서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 한국과 폴란드의 양국 간 정상회담 이후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도 한국 기업이 중동 시장을 개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양국 간 정상회담 이후 한 달여 만에 UAE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2023 IDEX)에서 한화 전시관을 방문해 1시간 동안 머물며 한국산 무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화 역시 이번 기회를 계기로 중동 지역의 현지 방산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방위산업이 단순한 내수 산업을 넘어, 수출을 통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는 대한민국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방산 기업 혼자가 아닌 정부와 함께 ‘이인삼각’의 자세로 민관이 협력한다면 한국 방산기업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티어’(최상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도 결코 꿈이 아닐 것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