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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뿜는 소리 들으면 딱 안다…폰으로 비뇨 질환 조기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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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병원리포트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팀


135만 명 신부전증 등 질환 겪어
음향 분석법, 초음파와 차이 미세
자가진단·환자별 맞춤 진료 기대

스마트폰으로 소변 소리를 분석해 소변량을 자동으로 측정함으로써 소변량 변화를 보이는 다양한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팀(제1저자 한림대성심병원 비뇨의학과 김환익 교수)은 최근 이 같은 소변량 자동 측정 기반 기술을 개발해 그 유용성을 입증한 연구결과를 세계 비뇨의학 저널(World Journal of Urology)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신장·요관·방광·요도로 구성된 비뇨기계는 소변을 통해 체내의 노폐물을 매일 일정량 배출하는데, 비뇨기계에 기능적인 이상이 발생하면 소변량이 평소보다 크게 줄거나 증가할 수 있다. 국내에만 환자 수가 135만 명에 달하는 전립샘비대증, 콩팥(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신부전증 등 소변량의 변화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질환은 다양하다. 그러나 소변량 측정 및 변화 파악이 현실상 쉽지 않아 환자의 주관적인 느낌에 의존해야 했다.

이 교수팀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배뇨 시 소변이 물 표면에 닿을 때 발생하는 소리를 분석해 총 배뇨량을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소변이 배출되는 강도가 방광의 배뇨압, 즉 시간당 요도를 통과하는 소변의 유량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에 비례한다는 점에 착안한 기술이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기술의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해 57명의 환자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실시, 배뇨 전 실시한 초음파검사에서 측정한 방광 내 소변량과 배뇨 시 소리 분석 알고리즘에 따른 측정값 245개를 교차 비교했다. 그 결과 두 방식의 차이는 평균 16㏄에 불과했다. 성인 남성의 배뇨량이 200㏄를 전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음향 분석법의 정확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음향 기반 배뇨량 측정법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표본을 바탕으로 전향적인 분석을 통해 실효성을 밝힌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단순히 음향 분석 결과가 정확한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알고리즘의 높은 정확도 측면에서 의미가 깊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음향 기반 측정법 분야에서 표준이 될 수 있는 초음파 활용 연구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사적인 공간에서 배뇨량을 확인할 수 있어 검사실에서 배뇨해야 하는 정신적 부담감과 이로 인한 측정 오류를 줄일 수 있다”며 “환자의 자가 진단은 물론, 의료진도 환자의 배뇨 상태를 더 정확하게 판단해 맞춤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결과”라며 “건강한 사람부터 배뇨장애가 있는 환자까지 더욱 많은 표본을 통해 해당 기술을 검증 및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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