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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된 최대 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전국 51개 조직으로 성장

중앙일보

입력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지난해 9월 7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탈원전·탈석탄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생태보호구역 지정, 플라스틱 사용 감량 및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지난해 9월 7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탈원전·탈석탄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생태보호구역 지정, 플라스틱 사용 감량 및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국내 최대 환경 운동 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2일 서른 살 생일을 맞았다.
지난 1993년 4월 부산·대구·광주·마산창원·울산·진주·목포의 환경단체와 공해추방운동연합 등 8개 단체 회원들이 환경운동연합을 결성한 지 30년이 된 것이다.

창립 당시 박경리(소설가, 2008년 작고)·이세중(당시 대한변협 회장)·장을병(당시 성균관대 총장, 2009년 작고) 등 3인이 공동대표를 맡았고, 공추련 의장이었던 최열 현 환경재단 이사장이 사무총장을 맡았다.

1일 30주년 맞아 기념행사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마당에서 열린 환경운동연합 창립 30주년 행사 장면. 강찬수 기자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마당에서 열린 환경운동연합 창립 30주년 행사 장면. 강찬수 기자

환경운동연합은 현재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51개 지역 조직, 시민환경연구소·에코생협·환경법률센터 등 4개 전문기관, 기후변화행동연구소·환경보건시민센터·환경안전건강연구소 등 7개의 협력단체를 아우를 정도로 커졌다.

한때 회원 수가 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현재 지속해서 회비를 내는 회원은 2만50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는 이철수(판화가·농부)·김수동(안동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김호철(법무법인 한결 파트너 변호사)·박미경(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 네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2021년 2월부터 김춘이(53) 사무총장이 전체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강원도 영월 주민들이 1998년12월 13일 한강에서 대형 현수막을 건 채 동강 영월 다목적댐건설 저지를 위한 뗏목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강원도 영월 주민들이 1998년12월 13일 한강에서 대형 현수막을 건 채 동강 영월 다목적댐건설 저지를 위한 뗏목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누하동 사무실 마당에서 회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서 환경운동연합은▶새만금 갯벌 살리기 ▶영월 동강 댐 반대 ▶4대강 사업 반대 ▶반핵운동 ▶기후 위기 대응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대응 ▶고래 보호 운동▶가습기 살균제 대책 요구 등을 지난 30년 동안 펼쳐왔던 활동 가운데 대표적인 활동으로 꼽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또 '지구와 함께, 시민과 함께, 생태 전환 사회로'라는 비전을 채택하고, ▶시민의 힘으로 만드는 환경운동연합 ▶자연과 공생하는 시민 공동체 ▶지구적 연대와 협력 강화 ▶기후 위기 극복 등 향후 활동 목표 4가지도 도 제시했다.

2008년 이후 활동 위축되기도

환경운동연합 창립 30주년 행사에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환경운동연합에서 1993~2003년에 사무총장을, 2003~2005년에는 공동 대표를 지냈다. 강찬수 기자

환경운동연합 창립 30주년 행사에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환경운동연합에서 1993~2003년에 사무총장을, 2003~2005년에는 공동 대표를 지냈다. 강찬수 기자

환경운동연합은 2008년 부실한 회계 관리, 프로젝트 사업비 전용 등으로 회원과 시민들의 비판을 받았고, 이후 활동이 다소 침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때 50명이 넘었던 중앙 조직의 상근 활동가 숫자도 이제는 30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1일 행사에서도 잔치의 활기찬 분위기보다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철수 대표는 "환경운동의 지형이 크게 바뀌어 이제는 계층·진영·관계에 따라 환경 의제를 대하는 태도나 관점도 달라졌고, 환경운동이 진영 싸움의 일부가 됐다는 걸 실감한다"며 "진정성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진다"고 말했다.

윤준하 전 대표는 "제대로 된 환경운동을 하지 않으면 회원도 없고, 회비도 없고, 조직도 없어진다. 환경운동연합이 힘을 잃으면 시민운동 전체가 어려워진다"며 "환경운동을 운동답게 제대로 하자"고 강조했다.

최열 전 대표는 "기후 위기 등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활동가들은 과거 선배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과학기술도 발달해 그럴 수 있는 여건도 갖춰져 있다"며 "젊은 활동가들은 옛날 선배들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격려했다.

김춘이 사무총장은 "이제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 활동가들이 조직을 일으킬 시기"라며 "이들은 스스로 전문성을 키우려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론과 현장을 잘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환경운동연합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환경운동연합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김 사무총장은 "사람의 목숨과 생태계를 살리는 환경운동은 오랫동안 해야 성과가 나타난다"며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다소 부족해도 긴 호흡으로 지켜봐 주실 것을 회원과 시민들에게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전환 과정에서 진통도

환경운동연합 창립 30주년 행사에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창립 30주년 행사에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환경운동연합]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21년 6월 임의단체에서 서울시 산하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30여 명의 정회원을 제외한 대부분 회원은 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는 후원회원으로 지위가 바뀌게 됐다.

단체에서 오래 활동해온 회원들은 "우리를 돈만 내는 회원으로 '토사구팽'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회원은 지난 1일 행사장 주변에서 플래카드를 내걸고 항의 시위를 하고,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중앙과 지역 조직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며 "전체 회원들의 지혜를 모으면 이 문제도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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