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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다시 나타났다…서울 아파트 사는 3명 중 1명이 203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맞벌이하는 직장인 장모(36)씨는 최근 서울 강북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6억5000만원에 샀다. 그동안 모은 2억5000만원에 부모에게서 1억원을 빌렸고, 모자란 돈(취득세 포함 약 3억6000만원)은 연 4.25%의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마련했다.

장씨는 “집값이 많이 빠져 집을 사야겠다고 판단했고 특례보금자리론도 놓치면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이 다시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3채 중 1채는 2030대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0~30대 젊은 층의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만14건으로 전체 거래량(3만1337건)의 32%에 달했다. 전월(29.9%)보다 2.1%포인트 높은 수치로, 2021년 1월(33%) 이후 2년1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2030의 매입 비중은 34.7%(794건)로, 지난 1월(30.8%)보다 4%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집값이 고공 행진한 2021년 1월엔 44.7%까지 치솟았으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해 10월 26%로 떨어졌다.

서울 25개 구 중 강서구의 2030 매입 비중이 54.7%로 가장 높았다. 성동구(45.6%)와 금천구(45.5%), 영등포구(43.9%), 동대문구(42.9%), 도봉구(41.4%), 강북구(40%)도 2030 구매 비중이 40%대를 기록했다. 대부분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이다.

강서구 등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유 자산이 비교적 적은 20~30대가 ‘그나마 집값이 싸다’는 생각에 물건을 많이 찾는다”며 “대부분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30의 아파트 매입이 늘어난 건 대출 문턱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 지난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이 대표 상품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고정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정책성 금융상품이다. 실제 직방이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응답자 1812명)한 결과, 20대 이하와 30대 중 각각 83.8%, 82.1%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계획이 있거나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선 규제지역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80%까지 허용되고, 생애최초·신혼 디딤돌 구입자금대출 한도도 각각 2억5000만원에서 3억원, 2억7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상향됐다.

가파른 집값 하락도 2030의 아파트 매입에 한몫했다.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국 기준 17%, 서울이 22% 하락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집값이 많이 내려간 상황에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이자 부담도 작아지면서 ‘마냥 기다릴 순 없다’는 불안감이 젊은 층의 아파트 매수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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