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팔자에 없는 참변" 협박…핵무기 집착하는 北의 내로남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비확산 체제에 위배되는 핵무기 개발 및 보유에 대해 내로남불식 인식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핵·미사일은 전쟁 억제력 차원에서 정당화하는 반면 우크라이나의 핵 보유국 지위 회복 문제에 대해선 “매우 위험한 정치적 야욕”이라고 비판하면서다. 이 같은 인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며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행태를 망각한 이중잣대란 비판이 제기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핵 보유국 지위 회복 문제와 관련 "매우 위험한 정치적 야욕의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핵 보유국 지위 회복 문제와 관련 "매우 위험한 정치적 야욕의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우크라이나가) 지금처럼 핵 망상에 집념하다가는 오히려 러시아의 핵 조준권 안에서보다 선명한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가 미국의 핵무기 반입이요, 자체 핵 개발이요 하면서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자기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가지고 도박을 해서라도 잔명을 부지해보려는 매우 위험한 정치적 야욕의 발현”이라고 강조했다.

'핵 포기' 대가였던 '안전 보장' 형해화 

김 부부장이 언급한 ‘핵 망상’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핵 보유국 지위 회복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남긴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주권과 영토 보존을 약속받은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한 구체적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각서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모든 권리를 가지며, 1994년의 모든 결정은 의혹에 부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형해화한 상황을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의 핵 보유국 지위 회복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형해화한 상황을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의 핵 보유국 지위 회복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소련 해체 당시 약 5000여개의 핵폭탄과 170여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하지만 신생 독립국으로서 주권과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에서 핵무기를 전량 러시아로 넘겼다.

부다페스트 각서 이후 약 30년이 지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핵무기 포기의 전제 조건이었던 ‘안전 보장’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뮌헨안보회의 연설은 부다페스트 각서가 사실상 형해화한 만큼 안보 주권을 위해 다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메시지인 셈이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운영하는 온라인 전자청원 게시판엔 핵무장을 요구하는 청원글까지 게재됐다. 핵 포기 결정으론 주권과 영토보존 등 안보를 지킬 수 없는 만큼 다시금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김여정 부부장은 “주민들의 의사 표명이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씌웠지만, 그것이 젤렌스키 당국의 음흉한 정치적 모략의 산물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탄두 공개 이어 "실제 행 공격력" 엄포 

노동신문은 28일 화산-31로 명명한 새 핵탄두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28일 화산-31로 명명한 새 핵탄두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핵 보유를 둘러싼 우크라이나의 고심을 정치적 모략으로 규정하면서도 “(우리는) 실제에 있어서 핵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며 한·미를 향한 위협 수위를 높였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28일 관영 매체를 통해 직경 40~50㎝ 크기로 추정되는 전술 핵탄두 ‘화산-31’의실물을 공개했다. 또 전술 핵탄두 투발수단 8종을 제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논평에서 “핵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날뛰는 자들에게 만약 전쟁억제력이 효력이 없다면 우리의 핵이 그다음은 어떻게 쓰이겠는가는 너무도 명백하다”며 “진짜로 팔자에 없는 참변을 당하지 않으려면 숙고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자유의 방패(FS)·쌍룡훈련 등 규모를 대폭 확대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판하는 메시지였다.

한미 해군·해병대는 지난달 말 연합 상륙돌격훈련을 포함한 쌍룡훈련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한미 해군·해병대는 지난달 말 연합 상륙돌격훈련을 포함한 쌍룡훈련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목적의 훈련이지만, 북한은 이를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미의 대화 제의에 연합훈련 취소를 조건으로 제시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도 “대규모 합동군사연습 '프리덤실드'(자유의 방패)를 강행한 미국과 남조선의 전쟁 광기는 연합상륙훈련 '쌍룡'에 병행 돌입한 이후 최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며 “미국과 괴뢰들이 우리 공화국을 향해 노골적인 군사적 도발을 걸어오고 있는 이상 우리의 선택도 그에 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