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아” 은행 연체율 계속 올라…저축은행선 5% 육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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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연합뉴스

2일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연합뉴스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가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에선 연체율이 5%에 육박한 곳도 나왔다.

2일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올 2월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를 기록했다. 신규 연체율은 전월 말 대출 잔액 중 당월 발생한 신규 연체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금융회사에 얼마만큼의 새로운 부실이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0.04%(평균) 수준에서 관리되다 8월 0.05%로 올랐다. 이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매달 0.01%포인트씩 상승했다. 2월 가계대출의 신규 연체율은 0.07%, 기업대출은 0.1%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은행의 또 다른 자산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금융사는 빌려준 돈(여신)의 건전성 정도를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5단계로 나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총 여신(대출) 가운데 ‘고정’ 이하의 부실한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5대 은행의 지난 2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0.27%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0.22~0.25% 수준을 오르내리다 9월 0.21%까지 내렸지만, 이후 다시 반등하고 있다. 은행이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할 것 같은 돈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는 배경엔 대출금리의 상승이 있다. 경기 침체로 대출자의 상환 능력은 떨어져 있는데 이자는 계속 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의 대출금리(가중평균)는 연 5.56%로, 전년(연 3.25%)보다 2.31%포인트 급등했다. 가장 최근은 2월 은행 대출금리는 연 5.32%를 기록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저신용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저축은행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79곳의 총 연체율은 3.4%로 전년보다 0.9%포인트 치솟았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016년 5.8%를 기록한 뒤 매해 하락했으나 지난해 반등했다.

특히 자산 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연체율도 올랐다. 이 가운데 OK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전년 말 대비 1.05%포인트 상승한 4.93%로 가장 높았고, 페퍼저축은행도 1.78%포인트 상승해 4.12%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4.1%였다.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유동성 축소로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약화한 탓”이라면서도 “적립해둔 대손충당금을 바탕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등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는 금융권에 ‘숨어있는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각종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지원하고 있다. 이 조치가 끝나면 부실 채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금융사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위험 노출액도 많은 상황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사의 연체율이 높아져서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할 수 있는 등 불안한 시기”라며 “따라서 정부도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의 조치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사의 연체율이 정상화하고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전까지는 각종 대출자 보호 조치를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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