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 로하스에게 '첫 승 기념구' 돌려 받은 사연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47) 감독이 '첫 승 기념구'를 소장할 수 있게 됐다. 감독의 호의와 선수의 양보가 오간, 훈훈한 결과다.

구단이 회수한 감독 첫 경기 우승 기념구를 들고 활짝 웃는 이승엽 감독. 배영은 기자

구단이 회수한 감독 첫 경기 우승 기념구를 들고 활짝 웃는 이승엽 감독. 배영은 기자

이 감독은 프로 사령탑 데뷔전이던 지난 1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어렵게 첫 승리를 신고했다. 개막전부터 4시간 48분에 걸친 혈투를 벌였고, 결국 연장 11회 말 터진 호세 로하스의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 감독은 경기 후 "'힘들다'는 표현으로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희로애락을 모두 느낀 경기였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두산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승리 기념구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협력업체 직원이 외야로 달려가 로하스의 홈런 공을 습득한 팬을 만났고, 미리 준비한 사인볼과 팬북을 선물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이 감독은 구단 직원이 팬에게 돌려 받은 기념구를 건네자 "그 공은 나보다 로하스에게 줘야 한다. 나는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고 받으면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감독 이승엽의 데뷔전 승리구'보다 '타자 로하스의 KBO리그 첫 홈런구'로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다. 이 감독처럼 로하스도 이날 두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1일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연장 11회 말 끝내기 역전 홈런을 치고 기뻐하는 로하스. 뉴스1

지난 1일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연장 11회 말 끝내기 역전 홈런을 치고 기뻐하는 로하스. 뉴스1

그러나 로하스 역시 그 공을 사양했다. "나는 첫 안타(7회 말 우전안타) 기념구를 이미 받았다. 이 승리구는 감독님에게 더 의미 있는 공이니 받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 감독은 2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내심 그 공을 갖고 싶기는 했다. 그래도 선수가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해 로하스에게 보냈는데, 다시 내게 주더라"며 "정말 고맙다.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인사했다.

승리가 짜릿했던 만큼 의미도 더 크다. 이 감독은 "5점을 지고 있어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다음에 끌려가는 경기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자로서의 첫 경기이자 시즌 개막전 승리라 잊을 수 없을 거다. 그래도 이젠 다시 다음 경기에 집중할 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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