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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시간 일하는데, 죽도록 힘들다"…직장인 3명중 1명 '공짜 야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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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중앙포토

직장인. 중앙포토

"69시간 절대 하면 안 된다. 내가 그렇게 일하는데 힘들어 죽을 것 같다. 말은 챙겨준다고 하는데 제대로 주지도 않고 5분도 쉴 수 없다."

"오늘 납품일인데, 납품이고 나발이고 집에 가야겠다. 야근 수당도 없고 저녁도 내 돈 주고 사먹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지난달 들어온 제보 내용이다. 이 제보자들처럼 직장인 절반이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초과근무를 하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야근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3∼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2일 밝혔다.

평소 평일 연장 근무나 휴일 근무 등 '야근'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직장인은 50.9%(509명)였다. 야근하는 직장인의 일주일 평균 초과근로 시간은 '6시간 이하'가 53.2%로 절반을 넘었고, '6시간 초과 12시간 이하'가 33.2%였다. 법으로 금지된 '12시간 초과'도 13.5%였다.

초과근로 수당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41.3%(210명), '받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58.7%(299명)였다. 초과근로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비조합원(62.0%),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73.6%), 월 150만원 미만 소득 근로자(80.0%)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초과근로 수당 대신 어떤 보상을 받느냐는 질문에는 34.1%가 '아예 전액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포괄임금제 실시'가 27.4%, '일부만 지급' 18.4%, '교통비·식비만 지급' 13.4%, '대체 휴가' 6.7%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연합뉴스

직장갑질119의 문은영 변호사는 "공짜 야근이 만연하고 포괄임금계약 방식의 임금 지급을 당연히 여기는 것은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근로계약 체결 당시 약속한 내용을 쉽게 부정할 수 있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용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대법원은 노동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 업무의 경우 포괄임금제 임금계약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공짜 야근과 포괄임금제가 만연한 현실이 확인된 만큼, 근로시간 명시제도와 포괄임금 방식의 임금 계약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경제5단체 부회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관리 확산에 힘써 달라"며 포괄임금 오남용, 임금 체불, 공짜 야근 등 불법·편법 관행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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