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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위기’ 불안에 日엔화 몸값 뛴다…BOJ ‘피벗’여부도 관심

중앙일보

입력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앞. 뉴스1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앞. 뉴스1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른 ‘은행 위기’로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일본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역사적인 ‘엔저(엔화 가치 하락)’를 기록했던 엔화가 올해는 강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폴 맥켈 HSBC 글로벌 외환리서치 총괄은 엔화가치가 조만간 달러당 130엔대가 깨지고 올해 말에는 ‘1달러=120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값이 그만큼 비싸진다는 뜻이다. 도이체방크 투자 부문인 DWS그룹도 엔화 가치가 앞으로 1년간 달러당 125엔까지, 모건스탠리는 120엔까지 상승(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봤다.

엔화 강세를 전망한 월가에서는 엔화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알리안츠 글로벌이나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 등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엔화 선호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통화담당 책임자인 밴 루는 “엔화가 지난해 극도로 약세를 보였던 추세는 반전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 우리가 보고 있는 주요 경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엔화 가치는 3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바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 엔화 가치는 지난달 주요 10개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3.8% 오르면서, 스위스프랑(2.8%)이나 영국 파운드(2.4%) 등의 상승세를 앞질렀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달 ‘은행 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연달아 무너지면서 안전자산의 대명사였던 미국 달러와 스위스프랑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높아졌다. 이에 시장이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엔화를 ‘피난처’로 찾으면서 엔화 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SVB 파산 전인 지난달 초 엔·달러 환율은 137엔대였지만,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130~132엔대를 기록했다. 미야이리 유스케 노무라 통화담당 전략가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금융 불안으로 인해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엔화가 상대적인 안전자산 통화로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긴축 속도를 더는 높이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엔화 가치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페달을 밟는 동안 일본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0.1%)’를 고수했다. 두 나라의 금리 격차는 달러 수요를 늘려,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었다. 하지만 Fed는 SVB 사태 여파로 지난 22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그쳤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위기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금리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우에다 가즈오 차기 일본은행(BOJ) 총재. 블룸버그

우에다 가즈오 차기 일본은행(BOJ) 총재. 블룸버그

‘나홀로 완화’ 기조를 이어오던 BOJ가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을 택할 수 있단 관측도 엔화 강세 전망을 뒷받침한다. 일본 물가가 여전히 BOJ 목표치(2%)를 웃도는 점은 대규모 완화 정책을 수정할 근거가 된다. 우에다 가즈오 신임 총재가 오는 9일 취임해 이른바 ‘아베노믹스’ 정책의 점진적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일본 간의 금리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 최근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오는 6월부터 정책 수정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지난 2월 기준 19개월째 이어진 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엔화 강세 흐름을 더디게 하는 변수로 꼽힌다. 무역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선 달러 수요가 늘고, 경기 후퇴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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