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박근혜도 힘들 때 찾았다…尹 "자신감 얻는다" 말한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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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6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주먹을 부딪히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6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주먹을 부딪히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서문시장에만 오면 아픈 것도 다 낫고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4월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후 치열했던 대선 과정이 떠오른 듯 이런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에게 서문시장은 특별해 보인다. 큰 선거를 앞두고도 세 번이나 방문했을 정도다.

尹 대통령 위기 때 찾은 시장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가량 지난 시점에서 국정 지지율이 30% 안팎을 오가자 지난해 8월 다시 이곳을 찾았다. 시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어려울 때도 서문시장과 대구 시민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기운을 받고 가겠다”고 외쳤다.

김건희 여사가 올 1월 1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두 등 음식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올 1월 1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두 등 음식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도 지난 1월 서문시장을 찾았다. 설 명절 용품 등을 산 뒤 납작 만두를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며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 여사는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상인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재방문을 약속하기도 했다.

국채보상운동 태동한 역사현장

‘현장정치 1번지’이자 서민 애환이 서린 서문시장이 지난 1일로 100주년이 됐다. 대구의 큰 장은 원래 16세기 조선 시대 때 대구 읍성 북문 밖에 섰던 ‘대구장’이다. 하지만 일제 개발계획으로 대구장은 1922년 서문 외곽 천황당 못자리(현 중구 대신동)로 이사했다. 이듬해 서문시장으로 문을 열었다.

서문시장은 일제강점기 전·후에 국채보상운동과 지역 만세운동이 태동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60년대에는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핏줄이 됐다. 의류와 원단 등 섬유 거래량이 전국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활발했다. 시장은 호황을 맞았고 규모가 커졌다. 현재 서문시장은 건물 면적만 6만4902㎡로, 1·2·4·5지구와 동산·아진·건어물 상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 점포는 4000여 개, 상인 수는 2만여 명에 달한다.

윤 대통령 참석한 서문시장 100살 기념식

1일 서문시장 상수(上壽)연이 열렸다. ‘2023 서문시장 100주년 대축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이날 오후 4시부터 열렸고, 윤 대통령 부부도 참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 부부는 서문시장 초입에서부터 환영 나온 서문시장 상인들, 대구시민과 일일이 인사하고 악수하며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걸어서 입장하며 대구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걸어서 입장하며 대구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에서 “정부가 할 일은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라며 “부당한 지대 추구에 혈안이 된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열심히 땀 흘리는 국민 여러분께서 잘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대구 시민 땀과 눈물이 담긴 역사의 현장인 서문시장에 이러한 우리의 헌법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자리에서 다시 여러분을 뵈니 ‘국정 방향, 국정 목표가 오직 국민’이라는 초심을 다시 새기게 된다”며 “왜 정치를 시작했고, 왜 대통령이 됐는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지 가슴 벅차게 느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거물급 정치인 찾는 시장 왜

서문시장은 ‘현장정치 1번지’로 잘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거물급 정치인들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거나 지지층을 결집하려 할 때 서문시장을 즐겨 찾으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실제 대통령 직선제 개헌 직후인 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지지를 얻기 위해 서문시장을 찾았다. 그는 “고통스럽고 괴로울 때 (보통 사람) ‘노태우’를 불러달라”고 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이곳에 왔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역풍이 불자 당시 한나라당 당 대표였던 그는 세 결집을 위해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이곳을 찾아왔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정치적 최대 위기를 맞았던 2016년 역시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다녀갔다.

2016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에서 큰 불이나 점포를 태우고 있다. [사진 대구시]

2016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에서 큰 불이나 점포를 태우고 있다. [사진 대구시]

대형 화재·코로나19로 고비도 

대구에서 가장 큰 서문시장은 숱한 고비도 겪었다. 대구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 번졌던 2020년 2월 조선 시대 개장 이래 처음으로 시장 전체가 엿새간 문을 닫았다.

또 그간 기록된 화재만 17건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52년 2월 촛불에서 시작된 화재로 점포 4200개 전체가 탔고 한 명이 사망했다. 이후 75년에는 담뱃불 화재로 4지구 전체를 잃었다. 2005년엔 전기합선으로 2지구가 잿더미가 됐다. 2016년 원인불명의 4지구 화재는 점포 679개를 태웠다. 현재 서문시장 4지구는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기존 건물을 철거한 4700여㎡ 땅에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상가 건물을 새로 짓기로 했다.

소비문화 변화로 상권이 예전 못지않은 서문시장은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황선탁 대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은 “현재 주차장이 협소한 데다 버스 전용 주차장도 없어 방문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지원센터와 기념관 건립, 4지구의 빠른 재건축 등을 통해 서문시장의 역사가 지금처럼 이어지도록 상인들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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