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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 줄이고, 더 고급스럽게…코로나가 바꾼 요즘 결혼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호텔 업계가 웨딩 성수기 준비에 분주하다. 본격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결혼식 건수가 느는 데다, 프리미엄 수요가 뚜렷하게 높아지면서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3 웨딩 쇼케이스' 현장.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새로운 웨딩 콘셉트 '벚꽃 터널' 무대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조선팰리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3 웨딩 쇼케이스' 현장.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새로운 웨딩 콘셉트 '벚꽃 터널' 무대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조선팰리스

호텔 웨딩 쇼케이스 속속 열려

“아마 이번 주말에는 서울에서 벚꽃으로 웨딩홀 장식할 수 있는 곳이 없을 겁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의 더그레이트홀에서 만난 박강민 플로리스트의 말이다.

이날 조선팰리스 호텔은 예비 신혼부부 60쌍과 웨딩 컨설턴트 등 100여 명을 초대해 ‘2023 웨딩 쇼케이스’를 열었다. 주제는 ‘벚꽃 터널’. 버진로드(신부 입장 길)부터 무대, 손님석 테이블까지 1만여 송이 생화가 빼곡하게 꽂혀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천장에 자리한 벚나무들. ‘터널’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천장에 구멍을 뚫고 도르래를 설치한 뒤 꽃나무를 걸어둬 웅장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물씬 든다. 보다 고급스러운 연출을 위해 층고가 7.1m에 이르는 호텔 홀의 특성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천장까지 벚꽃으로 장식하다 보니 이날 하루 이벤트를 위해 서울 전 지역은 물론, 경기도 양평과 충남 부여까지 가서 벚나무를 공수해왔다. 그래도 모자라 홍매화·홍설유화 같은 봄꽃나무를 준비해 총 500대가량을 사용했다.

층고 높은 천장에 꽃나무를 '거는(행잉)' 방식으로 한층 웅장함을 살렸다. 사진 조선팰리스

층고 높은 천장에 꽃나무를 '거는(행잉)' 방식으로 한층 웅장함을 살렸다. 사진 조선팰리스

호텔 업계에서 웨딩 쇼케이스는 한 해 한 번 새로운 웨딩 콘셉트를 공개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해의 최신 유행하는 꽃장식은 물론 웨딩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다. 최근에는 호텔 웨딩의 상징인 생화 장식이 더 화려해지고 웅장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박강민 플로리스트는 “홀을 꽉 채우는 웅장한 느낌과 볼륨(양)감을 주려다 보니 꽃도 쓰이지만, 나무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추세로 꽃송이가 큰 꽃보다 자잘한 꽃과 초록색 잎이 달린 나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더 화려해졌지만, 작아졌다

지난달 1일에는 그랜드하얏트 호텔이 새로운 웨딩 콘셉트 ‘트리아농 드 남산’을 공개했다. 최대 150여 명만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결혼식을 위한 ‘남산룸’ 콘셉트로, 보통 500명 이상의 하객이 오는 ‘그랜드볼룸’과 대비된다.

장식도 한층 아기자기해졌다. 화려한 궁중 저택 뒤편의 비밀의 정원을 콘셉트로 라일락 등 들꽃을 주로 사용해 장식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최근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는 스몰 웨딩과 비공개 예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소규모 호텔 예식의 새로운 콘셉트를 공개했다”며 “한 달 전부터 ‘남산룸’의 내년 예식 예약을 받고 있는데, 현재 내년 5월까지 꽉 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일 공개된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새로운 웨딩 콘셉트 '트리아농 드 남산.' 최대 150명 수용할 수 있는 '남산홀'을 위한 웨딩 콘셉트다. 사진 그랜드 하얏트 서울

지난달 1일 공개된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새로운 웨딩 콘셉트 '트리아농 드 남산.' 최대 150명 수용할 수 있는 '남산홀'을 위한 웨딩 콘셉트다. 사진 그랜드 하얏트 서울

부쩍 고급화, 호텔 웨딩 수요 늘어

작지만 고급스럽게-. 지난 몇 년간 웨딩 업계의 큰 흐름이었던 ‘스몰 웨딩’ 트렌드는 올해도 지속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기간 ‘강제 스몰’ 웨딩을 했던 탓에, 하객 수를 줄여도 된다는 암묵적 ‘합의’가 생겼고, 이런 경향이 엔데믹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객을 100~150명으로 줄이는 대신, 고급스러운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하는 수요가 럭셔리의 대명사인 호텔 웨딩으로 몰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의 올해 결혼 예약은 거의 마감된 상태다. 일부 호텔의 경우 내년 4·5월 피크타임까지 예약이 완료됐다. 호텔 웨딩 ‘만석’ 현상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드물었던 현상이다. 롯데호텔 서울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웨딩 건수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2배 정도 늘었다.

반면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예식장(웨딩홀) 수는 급감했다. 지난 2018년 11월 기준 전국 972개, 서울 181개였던 예식장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759개, 서울 143개로 줄어들었다. 예식장이 최근 3년 새 20% 이상 사라진 셈이다. 코로나19로 예식 건수가 줄어들면서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경우가 많은 데다, 최근 웨딩 산업 자체가 양극화되면서 호텔 예식이 과거보다 일반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혼부부들의 결혼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여유 있는 자금을 준비한 경우가 많고, 본인들의 스타일에 맞춰진 결혼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일대일 맞춤 결혼식 등 소규모·고급화 웨딩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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