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객과 ‘동행’ 요구하며 ‘이지머니’ 광고…우크라 난민 성범죄 사각지대에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영국 남부 치체스터서 열린 우크라이나 독립 기념일 행사에 한 여성이 우크라이나 전통머리 장식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8월 영국 남부 치체스터서 열린 우크라이나 독립 기념일 행사에 한 여성이 우크라이나 전통머리 장식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각국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 관련 성 착취 영상물 검색량이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난민의 취약한 경제 사정 등을 노려 음란물 출연 등을 권하거나 성매매로 유인하는 광고도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학술·연구 서비스 기업 톰슨 로이터는 글로벌 검색 엔진의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난민이 등장한다고 주장하는 불법 동영상의 조회 수가 지난 6개월간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중 13개의 짧은 영상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27만 5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여성.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여성. EPA=연합뉴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난민과 관련된 성적 착취를 담은 용어의 검색량은 전쟁 이후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에는 해당 자료의 검색량이 2022년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300% 증가했다.

침공 6개월 전후를 비교했을 때, 스페인에서 ‘우크라이나인’이라는 단어와 함께 ‘에스코트’, ‘포르노’, ‘강간’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검색량은 600%, 폴란드에서는 130% 증가했다. 오스트리아, 체코, 덴마크,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검색량이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쟁으로 터전을 잃은 이들을 성 착취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진 것이다. 때문에 전쟁 난민이 성 착취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톰슨 로이터 측은 “우크라이나 여성과 소녀에 대해 성적으로 접근하길 원하는 남성들의 수요는 결국 인신매매범이 (남성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이익을 얻으려는 동기가 된다”고 우려했다.

"고객과 ‘동행’ 하면 큰돈"…난민 대상 광고

우크라이나 소녀가 전쟁을 피해 엄마와 함께 머물 곳을 찾고 있다며 SNS에 올린 게시글.

우크라이나 소녀가 전쟁을 피해 엄마와 함께 머물 곳을 찾고 있다며 SNS에 올린 게시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현재까지 83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고국을 떠나 해외로 떠나는 우크라이나인들도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회적 접촉이 없고 지원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이들 중 90%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유엔난민기구(UNHCR)는 밝혔다. 난민들을 전쟁 지역을 떠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SNS에 접속하는 과정에서 난민을 대상으로 한 ‘성적 콘텐트’에 노출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난민의 취약한 경제적 상황 등을 미끼로 음란물에 출연하거나 성매매할 여성을 찾는 광고가 늘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런 광고들은 대개 고객과 ‘동행’ 하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발리언트 리치 OSCE 인신매매 방지 특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발리언트 리치 OSCE 인신매매 방지 특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발리언트 리치 인신매매 방지 특별대표는 “우크라이나인이 사용하는 채팅에서 (성 착취물 출연 등에 대한) 모집 시도가 있었다는 직접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안드레아 살보니 OSCE 조정관은 유로뉴스에 “난민들에게는 성매매가 합법적이고 시장이 크게 발달한 지역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을 예로 들며 “성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국가 중 하나”라며 “인신매매 피해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범죄 행위와 비범죄 행위가 구분이 안 될 뿐”이라고 말했다.

톰슨 로이터 측은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성적 착취로부터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톰슨 로이터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함께 난민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를 막기 위한 ‘비 세이프(Be Safe)’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