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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가래떡처럼 뽑아내지만...너무 늦은 '소각 제로 가게'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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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달 27일 재활용 중간 처리장인 ‘소각 제로 가게’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달 27일 재활용 중간 처리장인 ‘소각 제로 가게’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마포구가 지난달 27일 성산동 마포구청 광장에 ‘소각 제로 가게’ 1호점을 냈다. 이 가게는 재활용 쓰레기 중간처리장이다. 가로 9m, 세로 3m 크기 주황색 컨테이너 가게 안에선 플라스틱·비닐·캔 등 생활 쓰레기 18종을 분류해 세척·압착·분쇄 등 과정이 이뤄진다. 캔‧페트병은 부피를 4분의 1에서 최대 8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폐스티로폼 '가래떡'처럼 뽑아내  

포장재로 쓰인 폐스티로폼은 ‘인고트(ingot)’ 상태로 바꿔주는 기기도 갖췄다. 폐스티로폼을 녹여 공기를 빼내면 굵은 가래떡 형태가 되는데 이게 인고트다. 인고트는 다시 잘게 잘라 원료용 펠릿 등으로 쓴다.

제로 가게를 이용하면 돈도 벌 수 있다. 재활용 품목 또는 무게에 따라 10~600포인트를 받는데 일주일 후 현금 또는 제로 페이로 바뀐다. 포인트는 투명 페트병은 개당 10, 책은 1㎏당 50, 알루미늄은 1㎏당 600씩 쌓인다. 1포인트는 1원씩 쳐준다. 이날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직접 시연했다. 박 구청장은 “이렇게 쓰레기를 갖고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오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마포소각장추가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달 7일 마포소각장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소각장 설치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마포소각장추가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달 7일 마포소각장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소각장 설치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박강수 "소각 제로 가게가 근본 해결책" 

마포구는 지난해 8월 마포 상암동이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 후보지로 선정되자 반발해왔다. 이후 7개월 만에 내놓은 게 소각 제로 가게다. “소각장을 추가로 짓기 전에 쓰레기 발생량을 줄일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다면, 그걸 선택해야 한다”면서다. 마포구는 올 상반기 안에 5곳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목표는 100곳 이상이다.

재활용률을 높여 소각장으로 갈 쓰레기양을 줄이는 것은 누구든 환영할 만 한 일이다. 2020년 기준 서울시 생활 쓰레기 재활용률은 66.2% 수준이다.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3매립장에서 생활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3매립장에서 생활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신규 소각장 없으면 '쓰레기 대란' 터질 수도 

하지만 이미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시간이 없다. 당장 2026년부터 인천 수도권 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직접 묻는 게 금지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쓰레기가 하루 평균 3200t 쏟아진다. 반면 마포·강남·노원·양천 이렇게 4곳 소각장 하루 처리용량은 2200t에 불과하다. 새 소각장이 없으면, 2년여 뒤엔 1000t은 갈 데가 없다. ‘쓰레기 대란’이 불 보듯 뻔하다.

마포 주장대로 효과적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려면 제로 가게가 25개 자치구에서 고루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가 이 사업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가게 한 곳 짓는데 약 5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100곳만 해도 50억원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마포 소각장 반면교사 삼아야 

결국 현 상황에선 신규 소각장은 짓되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 그럼 기존 마포 소각장 소각량만이라도 우선 감축할 수 있다. 나아가 마포 소각장을 이용하는 종로·용산·서대문·중구만이라도 발생량 줄이기에 나선다면, 기존 소각장 가동시간도 확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도 일부 책임이 있다. 소각장 후보지 주민 반발이 뻔한데도 직매립 금지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해에서야 후보지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쓰레기 발생량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한 소각장은 추가로 지어야 한다. 강남·노원·양천 소각장 사용 연한은 정해져 있다. 결국 ‘새로 지어야 한다’는 서울시와 ‘계속 희생만 할 수 없다’는 자치구간 갈등 상황이 계속 생길 수 있다.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마포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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