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관숙의 한국 속 중국] "한국서 먹히면 중국서도 통한다" 韓 여행업계 중국 베테랑의 뼈 있는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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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사귐은 국민 간의 친함에 있다(國之交在於民相親)". 한중이 또 다른 30년을 여는 첫해 2023년을 맞아, '이사 갈 수 없는 영원한 이웃'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에 자리잡은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3달 치 용돈과 가방 하나만 덜렁 들고 무작정 한국에 온 지 어느덧 20년. 한국어학당에 다니며 시급 3500원인 치킨집 아르바이트로 스스로 용돈을 벌어 유학 생활을 이어갔던 독립심 '만랩' 상하이 아가씨는 이제 한국 여행업계 중국 비즈니스 16년 차 베테랑으로 우뚝 섰다. 세계 2위 온라인 여행사 한국지사 대표를 거쳐 2년 전부터 중국 알리바바의 여행 서비스 플랫폼 '플리기(Fliggy᛫飛豬)'에서 새로운 도전 중이라는 장원(蔣雯) 알리바바코리아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의 이야기다. 용돈이 떨어지면 돌아오리라 믿었던 부모님의 기대와는 반대로 꿋꿋하게 한국에 남아 자신만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았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자 여행업계 프로로서 플리기의 국내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열성을 쏟고 있다. 최근 코로나 방역 해제와 한᛫중 비자 발급 재개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장원 이사를 만나 값진 조언과 생생한 경험, 그리고 20년 한국살이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한국 여행업계 중국 비즈니스 베테랑으로 꼽히는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한국 여행업계 중국 비즈니스 베테랑으로 꼽히는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치킨집 알바하며 한국어 익힌 中유학생, 16년 차 여행업계 베테랑으로 거듭나 

한국에서 주로 무슨 일을 했나?
여행업계에서 쭉 일했다. 한국에서의 첫 직장인 서울 롯데호텔에서 6년, 트립닷컴(Trip.com) 한국지사에서 8년 있었고, 2년 전 알리바바코리아로 이직해 플리기의 국내 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플리기는 알리바바그룹 산하 온라인 여행 서비스 플랫폼이다. 국내외 교통, 호텔, 숙박 등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주요 고객층은 중국의 MZ세대들이다.    
한국에는 언제 처음 왔나?
올해로 만 20년 됐다. 한국에 처음 온 건 2003년 9월 12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20대 초반에 한국으로 왔으니, 이제 곧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중국에 있었던 기간보다 더 길어지려고 한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K-POP 같은 한류 문화를 좋아했었다. 당시 유학을 고민 중이었는데, 호주᛫캐나다 등 여러 나라 중에서 내가 직접 한국을 선택했다. 서방 국가보다는 한국이 중국에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한᛫중 수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앞으로 한국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인재가 더 많이 필요하고, 취직도 잘될 거라는 기사를 보게 됐다. 그때 한국에 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당시 상하이에 일본어 전공자는 많았지만,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한국은 이미 해외에 사는 친척들 도움 없이 내가 홀로서기에 도전해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오게 됐다.    
한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
부모님은 단기 유학을 생각하셨다. 사실 대부분의 아버지는 딸을 멀리 안 보내려고 한다. 지금 생각하니 아버지와 내기를 한 것 같다. 한국 올 당시 아버지는 딱 3달 치 용돈만 주셨다. 어학당 등록하고 생활비를 쓰다 돈이 다 떨어지면 당연히 중국으로 돌아올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 용돈이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돈과 가방 하나만 덜렁 들고 무작정 한국으로 왔다. 용돈이 다 떨어진 뒤에는 치킨집 같은 데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시급은 35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장원(蔣雯) 이사는 팬데믹 이전에 다녀온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을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본인제공]

장원(蔣雯) 이사는 팬데믹 이전에 다녀온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을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본인제공]

특별히 좋아했던 K-POP 가수나 영화가 있나?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브라운아이즈와 엠씨더맥스(M.C the MAX), 이수영 노래를 좋아했었다. 특히 S.E.S 노래는 공부할 때 정말 많이 들었다. 유학 시절 늘 집에 혼자였기 때문에 음악이 큰 힘이 됐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할 때 봤던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한국어가 이렇게 유창하게 된 비결은?  
처음 왔을 때, '안녕하세요' 밖에 몰랐다. 오전에 어학당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는 친구들과 계속 스터디를 했다. 저녁에는 주로 아르바이트 일을 했는데, 시간 날 때마다 사장님과 수다를 떨었다. 사실 어학당에는 외국 친구들이 많아 한국인과 만날 일이 별로 없었는데, 나는 계속 기회를 찾아 다녔던 것 같다. 한국어를 빨리 배우고 싶어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했다. 학교 내 모임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요즘 집에서는 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나?
여러 가지 언어를 다 쓴다. 부모님이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오셔서 함께 살고 있는데, 두 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는 중국어를 쓰고 한국인인 아빠와는 한국어로 대화한다. 부모님이 상하이말을 하시다 보니 아들들이 중국 사투리를 다 배웠더라. 역시 아이들도 환경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더 빨리 배우는 것 같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이젠 한국 길이 더 익숙해, '플리기' 기반 다져 中관광객 유치 늘리는게 목표

한국에서 외국인 워킹맘으로 사는 건?
어느 나라에서든 워킹맘은 정말 힘든 것 같다. 예전엔 잠을 많이 못 자서 괴로웠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약속이나 미팅이 없을 때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평일은 부모님이 도와주시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다. 하지만 '엄마가 행복해야 애들도 행복하다'는 말처럼 엄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도 잘 크는 것 같다. 얼마 전 이직하면서 2달 정도 쉬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집에서 쉬는 엄마가 어색하다고 하더라.  
한국에 살면서 중국과 다르다고 생각한 점은?
한국분들은 뭔가 '공통'된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 사람은 남의 시선에 대해 신경을 쓰는 편인 반면 중국 사람은 좀 더 개별적이고 개성이 강하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유행하는 메이크업이나 패션을 선호해서 스타일이 서로 비슷비슷하다. 중국 사람들은 외모 면에서 남 신경 안 쓰고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꾸미는 편이다.
팬데믹 이전 중국 장시(江西)성 루산(廬山) 정상에 오른 장원(蔣雯) 이사. [사진 본인제공]

팬데믹 이전 중국 장시(江西)성 루산(廬山) 정상에 오른 장원(蔣雯) 이사. [사진 본인제공]

한국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도움 주신 분이 참 많다. 내가 한국에 오래 살게 된 건 다 그분들 덕분이다. 직장도 면접 기회를 알려주셔서 지원했다. 사실 공부가 끝나면 뭘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그때 내 주변 귀인들이 한국에 계속 남을 수 있게 도와주셨고, 또 지금까지도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당분간은 한국에서 쭉 지낼 생각이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솔직히 지금은 한국 생활이 중국보다 더 편하고, 길도 한국이 더 익숙하다. 중국은 퇴직하고 좀 더 나이가 들면 돌아가고 싶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한국어와 중국어 두 언어에 정통했으니, 아마 나는 앞으로도 계속 한᛫중 양국을 오가는 일에 종사할 것 같다. 앞으로 한국에 더 많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내 목표다. 플리기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올해는 본격적으로 한국에 '공급망'을 구축하고, 전체적인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한국인 인플루언서와 함께 한 랜선 투어 반응 폭발적, 한국에 중국어 능통자 많아  

얼마 전 한᛫중 간 비자 중단으로 여행업계가 타격을 받았는데, 플리기는 어땠나?
한국 파트가 좀 주춤하긴 했지만, 사실 플리기는 글로벌한 서비스라 전체 그룹 차원에서 봤을 때 큰 영향은 없었다. 중국인이 다른 나라로 가는 건 정상화됐기 때문에 한국 말고 다른 나라로 여행을 많이 간 것 같다.  
한᛫중 간 이런 이슈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도 그렇고 항상 준비된 마음으로 내일이라도 바로 런칭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게 답인 것 같다. 지난 3년간 팬데믹 시기에도 계속 새로운 상품을 연구했다. 지금은 타오바오 라이브 커머스와 연계해 한국 여행상품 추천이나 한국 여행지 홍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큰 인기라고 들었다
코로나 시기에 크게 떴다. 다들 집에 있으니 더 많이 봤던 것 같다. 한국의 홈쇼핑처럼 라이브 커머스에는 상당히 경쟁력 있는 상품들이 소개된다. 나도 플리기에 와서 4차례 라이브를 진행했는데, 직접 방송하기도 하고 촬영이나 편집에도 관여해서 지금은 전체 프로세스를 다 알게 됐다. 라이브 커머스를 할 때 모든 콘텐트를 다 신경 쓰다 보니 내가 작은 영화 제작사의 사장이나 감독이 된 느낌이었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하는 분들은 어떻게 섭외하나?  
중국 내에서 인플루언서를 섭외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호스트를 찾은 적도 있다. 한번은 고양시와 함께 한 랜선 투어에서 한국인 인플루언서를 초대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이분이 중국말로 너무 귀엽게 연출하셔서 댓글에 한국 사람이 중국어를 왜 이렇게 잘하냐는 질문이 많이 올라왔었다. 사실 처음에는 아무래도 한국분의 중국어가 원어민보다 유창할 순 없으니 조금 걱정했는데, 중국 고객들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라이브 커머스가 한᛫중 교류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요즘 중국어 가능한 한국인 인플루언서가 꽤 많다고 알고 있다. 중국에서 오래 유학하신 분들도 많고, 특히 85년에서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분 중에 중국어가 유창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곳 알리바바 서울지사에도 80% 이상 직원이 중국어를 안다.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한국 여행업계 중국 비즈니스 베테랑으로 꼽히는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한국 여행업계 중국 비즈니스 베테랑으로 꼽히는 장원(蔣雯) 플리기 호텔 부문 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바바코리아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한국에서 안 통하면 중국에선 더 안 된다, 젊은 층 여행 트렌드 깊이 연구해야

한국 여행업계 베테랑으로서 조언이 있다면?
한국에서 '중국인들은 어떤 여행상품을 좋아하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내 대답은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건 중국 사람도 좋아한다'이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여행 트렌드가 많이 비슷해졌다. 골프᛫서핑᛫스노보드᛫캠핑 등 한국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활동은 중국에서도 똑같이 유행한다. 한국에서 흥행할 만한 아이템을 상품화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주말에 한국 젊은이들이 어디 가서 뭐 하고 노는지 그 여행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업계분들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한국에서 안 통하는 상품은 중국에선 더 안 된다. 요즘 중국 고객들은 정보가 빠르고 유니크한 상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니즈가 정말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한·중 관계에 대한 평소 생각이나 바라는 점은?
한국에 사는 20년 동안 계속 민간 대사의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한᛫중 양국의 문화나 사람들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중간에서 조율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분이 중국에 직접 갔다 오면 중국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 나라에 가서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교류하다 보면 자연히 인상이 바뀌게 마련이다. 글로만 보면 표정이나 말투를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생각인지 전혀 알 수 없고, 오해도 많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제 코로나 시대도 끝났으니, 한᛫중 간에 교류가 많아지고 여행업도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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