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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최태원·노소영 말 안했지만…화제된 '특유재산' 토론회

중앙일보

입력

“경영 성과는 혼인 중 기업경영자의 경영 활동 결과인 한, 이혼할 때 재산분할 대상이 돼야 한다.” (이동진 교수)

“부부간의 내밀한 분쟁이 부부와 별개인 회사의 존립과 운영에까지 과도한 영향을 미치게 해선 안 된다.” (현소혜 교수)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 소송 과정에서 이슈가 된 ‘특유재산’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31일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연 ‘특유재산분할의 판례 동향과 법적 쟁점’ 토론회에서다.

누구도 최태원 회장이나 노소영 관장의 이름을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그들의 1심 판결에서 파생된 자리였다. 김학자 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특유재산에 대한 법적 이슈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부담되는 자리임에도 기꺼이 발제와 토론을 맡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했고, 이동진 서울대 법전원 교수는 “최근 기업경영자 이혼 사건에서 막대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산분할액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중 한쪽 명의로 된 재산이다. 결혼 전부터 갖고 있었거나, 결혼 중이라도 상속·증여로 받았다면 특유재산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SK 주식 50%를 달라고 했는데, 서울가정법원의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특유재산으로 봤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경영자의 노무의 성과는 공동재산”이라며 “특유재산의 가치 유지나 증가에 부부 중 어느 일방이라도 상당 정도 기여한 이상, 일방이 보유자라 하더라도 특유재산의 분할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는 특유재산이 개인기업의 물적 자산이 아닌 법인기업의 지분인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부부가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연대성’을 갖는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했다. “재산분할의 청산적 성격은 구체적 재산적 기여의 청산이 아닌 부부간 연대성의 재산적 표현이다”며 “일방이 유난히 탁월한 소득 능력 또는 운을 가진 경우는 달리 봐야겠지만 외벌이-전업주부혼에서 실무상 혼인 기간이 증가하면 분할비율이 1/2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는 건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1/2이란 건, 배우자가 망하면 나도 망하고 배우자가 대박 나면 나도 대박 터진다는 부부간의 연대성을 의미한다”라고도 했다.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대 의견을 폈다. 현 교수는 “부부간 연대성에 근거한 재산분할을 하는 사례가 해외에도 많긴 하지만, 대개 혼인 전 재산에 대해 계약을 해 두는 나라들”이라며 “혼인 중 증여·상속으로 취득한 특유재산은 증여자나 피상속인이 부부 쌍방에게 주겠단 뜻을 밝힌 게 아닌 이상 취득과정에 배우자의 기여나 협력이 없는 재산이니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현 교수는 “가사노동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기업의 재산분할을 허용하면 부부와 별개 인격체로 독립해 존재하는 회사 등 사업체의 존립과 운영에까지 과도한 영향을 미치게 돼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가정법원은 가사사건을 하는 곳이지, 시장경제와 회사법의 법리에 따라 결정된 대주주나 이사의 법적 지위를 좌지우지할 권한까지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전에 서울가정법원에도 있었던 정용신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미국에서처럼 혼전계약(Prenup)을 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 법에도 혼인 전 재산약정에 대한 조항이 있긴 하고(민법 829조), 극소수지만 부부재산계약을 등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2001년 첫 사례를 시작으로 2020년 3월까지 전국 421건의 부부재산약정등기가 집계됐다.

이날 토론회는 이례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전 여변 회장이기도 했던 전주혜 의원도 토론회장에 직접 와 토론을 지켜봤고, 온라인에선 200명이 넘는 변호사·법전원 학생·기업 관계자들이 방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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