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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지지율보다 더 높은 정권 견제론, 총선까지 지속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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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호 05면

[여의도 톺아보기] 총선 1년 앞, 여론조사 관전 포인트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총선은 대개 ‘국정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의 대결로 치러진다. 각 정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다양한 전략과 캠페인을 준비하고 실행하지만 결국엔 국정 안정이냐, 정권 심판이냐의 싸움으로 귀결되곤 한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의 결과도 여야 어느 쪽이 보다 많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선거를 바라보게 하는지에 따라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 어느 나라보다 역동성과 가변성이 큰 한국 정치에서 1년 뒤 선거 결과를 예상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불과 두세 달 만에 정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수많은 여론조사 데이터 중 세 가지 지표는 참고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선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총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정당 지지율은 현재 선호 정당을 묻는 질문으로, 총선 때 어느 정당을 지지할 거냐는 또 다른 문제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도 업무 수행에 대한 상대적 평가인 만큼 총선 때 여당 지지율로 치환하기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더 설득력 있는 지표는 ‘총선 프레임에 대한 선호도’다. ‘다가오는 총선과 관련해 어느 의견에 더 공감하느냐’고 물은 뒤 선택지로 ‘국정 안정 또는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와 ‘정권 견제 또는 심판을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항목이 주로 제시된다. 국정 안정·지원론과 정권 견제·심판론이란 두 개의 프레임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셈이다.

이 같은 프레임 선호도를 정당·국정 지지율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총선에서의 정당 선택 메커니즘이 현재 지지 정당의 선택 기준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율 조사의 경우 아무 정당도 지지하지 않은 응답자는 이른바 무당층으로 묶인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총선 당일 투표장으로 향해 어느 한 정당을 선택하게 된다. 지금 당장은 딱히 끌리는 정당이 없지만 정치엔 관심이 있는 만큼 총선 때는 어떻게든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겠다는 유권자들이다. 프레임 선호도 조사 결과는 이들의 표심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이에 더해 총선은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라는 요소가 강하게 작동하는 선거다. 유권자들은 권력을 맡은 세력이 그동안 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따라 상을 줄지, 벌을 줄지 결정하게 된다. 총선은 기본적으로 여당에 부담인 선거라는 얘기다. 반면 야당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견제론과 심판론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국민적 인기가 높을 때는 견제론을, 대통령 임기가 중반쯤 흐른 뒤엔 심판론을 내미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총선은 이처럼 야당은 공세를 취하고 여당은 방어를 하는 구도로 대부분 진행된다. 그동안의 국정 운영에 만족하는 유권자는 당연히 여당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 그런데 야당 후보를 선택하는 건 꼭 야당을 좋아하거나 지지해서만은 아니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일을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야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 당일 투표장에 나가 회초리를 들곤 했던 게 지금까지의 총선 패턴이었다. 야당이 대부분의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내년 총선과 관련해 최근 실시된 조사 결과를 보면 견제론이 좀 더 높게 나오긴 하지만 안정론보다 월등히 높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그래픽 참조〉 눈에 띄는 부분은 거의 모든 조사에서 여당 지지율 대비 안정론의 상승폭보다 야당 지지율 대비 견제론의 상승폭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의 야당을 흔쾌히 지지하진 않지만 정권 견제론엔 동조하는 유권자가 적잖음을 보여주는 수치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흐름은 여당인 국민의힘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한·일 관계와 노동시간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게 여의도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다. 여당에 유력한 차기 주자가 존재할 경우 현직 대통령과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심판론을 비껴갈 수 있지만 현 여당은 그런 구조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이런 국면에서 여당이 꺼낼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는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비록 야당이지만 거대 의석을 가진 또 다른 기득권인 만큼 심판받아 마땅하다’거나 ‘야당의 발목 잡기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비난의 화살을 야당으로 돌리는 전략이다. 야당 심판론이 효력을 발휘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바로 직전인 2020년 총선 때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보수 야당을 따끔하게 질책하려는 여론의 흐름이 결국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이어진 바 있다.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견제론이 높게 작동하는 환경에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야당 지지라는 회초리를 들어 정부·여당의 종아리를 때리고 싶은 유권자들도 ‘이 회초리는 과연 깨끗한 걸까’라는 의구심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무리 총선 구도가 유리하게 전개되더라도 당에 대한 거부감을 씻어내지 못할 경우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 투표율이 50%대에 머물 때는 지지층을 누가 더 많이 결집하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사전투표제 도입 등으로 이젠 총선 투표율이 60%를 훌쩍 넘고 있다. 2020년 총선은 66.2%에 달했다. 이 정도 투표율이면 평소 특정 진영에 속해 있지 않은 중도 성향과 무당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 고정 지지층에만 어필하는 전략으론 승산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앞으로 1년간 어느 쪽이 더 과감히 구태를 벗어던지고 대중이 ‘신뢰’할 만한 모습을 보일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정권 견제론 대 국정 안정론, 창과 방패의 싸움이 어떻게 귀결될지도 결국 여기에 달려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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