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안 진정 ‘벚꽃랠리’ 기대, 코스피 2600선 회복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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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호 12면

리서치센터장 5인, 증시 전망

‘검은 토끼는 어둠 속에서 보호 받는다.’ 연초 한 증권사가 내놓은 전망 자료의 타이틀이다. 여기서 ‘올해의 띠’이기도 한 검은 토끼는 위험자산, 어둠은 경기침체를 뜻한다. 이는 침체 불확실성에 대한 주가의 조정이 이뤄졌다면, 실제 악재에 노출됐을 때 추가 조정보다는 전환점을 찾거나 개선의 가능성을 찾으며 실마리를 풀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시작된 은행 위기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증시에선 반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시장에 드리운 악재인 금융 불안이 봉합되고,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면 ‘벚꽃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중앙SUNDAY가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키움증권(가나다 순) 등 국내 5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본부장)을 대상으로 2분기 이후 증시 전망을 집계했다. 이들은 현재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가 4·5월 이후 상승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며 새로운 주도주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코스피가 4·5월 이후 반등을 보이며 2600~2800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까지 증시는 우상향 추세가 이어지며, 상승 강도는 2~3분기에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과 미국의 금리 인상 마무리가 확인되는 4·5월을 전후로 증시의 상승 탄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코스피 예상 고점으로는 2800을 제시했다.

하반기 ‘10만전자’ 기대감 높아져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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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반등 시점으로 4월 중순 이후를 주목했다. 정 센터장은 “2분기 이후 증시 저점은 4월 중 통과를 예상한다”며 “3분기에는 연 고점인 2600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상승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은행 위기가 진정되고, 미국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반등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며 올해 코스피 고점으로는 2700선을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시의 계단식 상승을 점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2분기까지는 코스피 2200~2500을 오가는 박스권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고, 하반기에는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면서 증시가 상승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반도체 랠리에 따라 2800 혹은 3000선도 돌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분기 이후 국내 증시의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글로벌 금융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신중하게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이 멈췄다는 시그널이 상승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올해 내내 글로벌 중소형 은행들이 휘청거림에 따른 여진이 지속될 수 있어 국내 증시의 바닥과 고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는 전 고점인 3300선에서 현재 2400 수준으로 밀려있기에, 충격이 와서 한두방 더 맞는다고 해도 장기적 관점에선 주식 매수에 관심을 가질 시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의 바닥은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승현 센터장은 “연초 의미있는 저점(2180)을 기록했다고 판단되며, 1400원대의 원·달러 환율과 2150선에서 코스피의 저점이 확인된 지난해 9월 말 변곡점이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지산 센터장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처럼 또다른 신규 악재가 출몰하지 않는 이상, 연중 저점(2180)을 하회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대 변수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경기의 회복,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실적 등을 꼽았다. 서상영 본부장은 “하반기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면서 주가는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며 “다만 경기선행지수가 전환되는 것이지, 경기는 올해 내내 침체되며 우리나라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수 밖에 없어 증시의 상승폭을 제한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연우 센터장은 “1분기 수출 악화의 중심에는 중국과 반도체의 부진이 자리한다”며 “하반기 중국 경기 회복과 반도체 실적이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가시화되면, 증시 상승을 위한 동력이 뒷받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선 새 주도주 찾기가 한창이다. 김승현 센터장은 “2분기 이후 시장의 관심은 긴축 완화에서 경기 회복으로 이전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 변화는 글로벌 경기회복의 수혜가 집중되는 경기민감업종에 대한 선호도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봤다. 유망 업종으로는 반도체, 자동차, 화장품 등을 제시했다. 김승현 센터장은 “수출 대표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무역수지 적자 등의 악재가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상태이며, 화장품 업종은 중국 관련 리오프닝 수혜주 가운데 저평가된 업종”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도 2분기 이후 주도주로 반도체를 꼽았다. 서상영 본부장은 “과거 알파고가 나온 이후 인공지능(AI)과 관련된 투자가 확산하면서 반도체가 수퍼호황기를 맞았다”며 “이번 AI 혁명을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므로, 결국 반도체가 주도 업종으로 증시 상승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조정 시 분할 매수 바람직

반도체는 1분기 부진한 실적으로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지만, 향후 반등을 이끌 종목 역시 반도체라는 분석이다. 2021년 초 동학개미들의 지지를 업고 9만원선을 돌파했던 삼성전자는 하반기 다시 ‘9만전자’·‘10만전자’의 기대가 부풀어오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른 센터장들도 반도체 중심 투자에 대해선 견해를 같이한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과감한 투자보다는 주가 조정 시 분할 매수를 추천했다. 정연수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의 재정 및 정책 효과가 집중되는 산업군을 주목하라”며 눈여겨볼 업종으로 반도체와 인터넷주, 2차 전지, 자동차, 방산 등을 꼽으며, 추격매수보다는 시장의 변동성을 활용해 조정 국면(2200~2300선)에서 분할 매수를 권고했다. 김지산 센터장은 “향후 1~2개월간 박스권 장세를 상정해놓고 현금 흐름이 우수한 반도체·IT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에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보다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분석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실적 등에 따라 주가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김학균 센터장은 “배당수익률이 3% 이상 되는 종목 중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우선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셀 코리아’ 외국인들, 삼성전자 3월에만 1조543억어치 사들여…개인들은 내다팔아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로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이 상반된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3월(1~30일) 개인 투자자들은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에 나서면서 누적 순매도 금액이 9800억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 포함)에서 총 1조4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내다팔며 얼어붙은 투심을 보여줬다. 하지만 삼성전자·현대차 등 우량 대형주는 대거 사들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30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다. 3월에만 1조54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3월 초 6만원선에서 횡보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31일 6만4000원까지 올라섰다. 2위 종목의 순매수액이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각별한 기대를 유추해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메모리 업사이클에 기반해 2024~2025년 이익 추청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은 대형 우량주인 현대차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도 듬뿍 담았다. 자동차업종의 대장주인 현대차는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기업 3위(1925억원)에 올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2조5203억원)는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증가가 예상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미국 시장 실적 향상이 지속적으로 예상되며, 올해 중국 공장 매각을 비롯해 인도공장 인수, 배당 및 자사주 소각으로 자본배치가 효율적으로 전환돼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같은 기간 1805억원어치를 사들여, 외국인 순매수 종목 4위를 차지했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화하는 해외 수출, 항공 부문의 수요 회복, 누리호 고도화 사업 등을 감안하면 단기 실적 성장과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2차 전지는 반도체 업종과 더불어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투자 선호도가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다.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1·2위 종목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다. 각각 9295억원과 78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집중적으로 매도했고, 2차전지 기업으로는 삼성SDI를 대거 사들였다. 외국인들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던 코스닥의 2차전지 종목을 내다팔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삼성SDI를 통해 안정적인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최근 2차 전지의 주가 조정에도 대표적인 성장 산업인 만큼 조정 기간과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는 정책·이슈에 대한 기대된 선반영된 분야”라며 “1분기 실적을 확인하면서 과열 부담의 완화 국면이 전개될 시 분할 매수에 나서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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