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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에 담긴 모더니스트 심훈의 꿈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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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호 21면

필경사

필경사

필경사
임창복 지음
효형출판

『상록수』의 저자 심훈은 문학과 영화 외에도 유산을 남겼다. 33세였던 1934년 부모가 있던 충남 당진에 내려가 지은 집 ‘필경사’다. 그는 여기서 『상록수』를 집필해 동아일보 장편 소설 특별공모전에 당선됐다.

‘붓으로 밭을 간다’는 뜻의 필경사(筆耕舍)는 그가 1930년 발표한 동명의 시에서 따온 이름. 시는 “우리의 붓끝은 날마다 흰 종이 위를 갈며 나간다. 한 자루의 붓 그것은 우리의 쟁기요, 유일한 연장이다”로 시작된다. 작가는 원고지에 붓으로 글을 쓰는 것을 쟁기로 논밭을 일구는 행위에 빗대어 글로서 농촌을 계몽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책은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상록수』와 1930년대 건축 사료를 바탕으로 5년에 걸쳐 필경사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저자에 따르면 뾰족한 지붕에 와네쓰 기름을 바른 화려한 양옥 주택이 유행했던 당시에 심훈은 농민의 삶을 담은 농촌 주택, 초가집을 고집했다. 필경사는 20평짜리 소박한 집이지만 곳곳에 ‘모더니스트’ 심훈의 심미안이 담겨있다. 초가지붕인데 유리창은 격자무늬를 썼고 창의 높이는 서재와 생활실의 입식·좌식에 따라 다르게 했다. 저자는 “농촌의 계몽과 독립을 꿈꾸던 그의 정신이 필경사에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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