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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답’의 민간자문위…연금 개혁은 언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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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호 30면

16명의 교수·연구자가 모여 보고서 제출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받을지엔 “모름”

뒤에 숨은 정부·여당, 이젠 전면에 나서야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입장과 소득대체율 인상 불가를 주장하는 입장이 대립하였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지난 29일에 내놓은 ‘연금 개혁안 검토 현황’ 보고서에 담긴 문장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급액 비율)에 대한 합의된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소득대체율 책정은 국민연금 개혁 3대 이슈 중 하나다. ‘얼마를 받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다.

현재의 소득대체율은 42.5%다. 은퇴할 때 소득이 아닌, 젊었을 때 소득까지 포함한 평균적 소득이 분모가 되므로 체감 대체율은 30% 안팎에 그친다. 현행 정부 계획은 2028년까지 40%로 2.5%포인트를 내린다는 것이다. 재원 고갈을 늦추기 위한 방편이다. 상당수 연금 전문가들은 50%까지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정도는 돼야 연금 구실을 한다고 말한다. 40%냐, 50%냐,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이냐를 새로 정해야 한다. 그런데 민간자문위는 내부 견해차 때문에 답안지를 채우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3대 이슈 중 다른 하나는 ‘얼마나 내느냐’다. 현재의 보험료율(소득 대비 국민연금 납부액)은 9%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2055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난다. 노인이 점점 더 오래 살고, 청·장년 인구는 줄어서 생기는 일이다. 고갈 속도가 지금의 추산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있다. 9%에서 올려야 한다는 것에는 대체로 사회적 합의(돈을 더 내서라도 연금 체계 붕괴는 막아야 한다)가 이뤄졌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12%, 15% 등의 숫자가 관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언급됐다. 보고서에 담긴 민간자문위의 답은 “(우리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이었다. 합의된 수치가 없다는 뜻이다.

얼마를 받느냐, 얼마를 내느냐에 버금가는 핵심 사항은 국민연금을 ‘언제부터 받느냐’이다. 현재는 63세부터인데, 2028년에는 64세, 2033년에는 65세가 수급 개시 연령으로 정해져 있다. 점진적으로 67세까지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그동안 각계에서 나왔다. 이에 대한 합의된 의견 제시도 민간자문위가 떠안은 숙제였다. 그런데 위원회가 보고서에 적은 의견은 “(수급 개시 연령 조정에는) 예상되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제 사회적 여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함”이다. 역시 ‘노(no) 답’이다. 이처럼 알맹이 없는 보고서를 도대체 왜 만든 것이냐는 의문이 든다.

민간자문위는 총 16명인데, 크게 사회복지 전문가와 경제·공공정책 전문가로 양분돼 있다. 실질적 노후 생계 보장이라는 복지적 관점과 국민연금 시스템의 건전성·지속성을 걱정하는 경제적 시각이 부닥칠 수밖에 없다. 제각기 생각이 다른 학자들을 대거 모아서 합의된 개혁안을 도출하겠다는 국회 연금특위의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기구를 하나 만들어 정부에서 넘어온 ‘뜨거운 감자’를 대신 받도록 한 것 아닌가.

세대·계층의 이해가 극명하게 갈리는 연금 개혁은 정부와 여당이 리더십을 강하게 발휘해 현실의 벽을 깨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교수·연구자를 앞세우고 자신들은 뒤에 물러나 있으면 승산이 없다. 모든 개혁이 마찬가지다. 위험과 책임을 감수하며 과감하게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 미래를 바꿔 나가는 게 개혁이다. 몇 달 뒤 총선 정국에 접어들면 ‘더 내고, 늦게 받는’ 연금 구조조정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나라와 국민, 특히 후대의 운명이 걸린 일인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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