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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 무릎 꿇고 사과하자 꼭 안아준 ‘오월어머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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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호 06면

5·18 희생자 유족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를 끌어 안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5·18 희생자 유족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를 끌어 안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광주 5·18 민주화운동 학살 주범은 제 할아버지입니다.”

31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5·18 단체 앞에서 한 말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재단 1층 리셉션 홀에서 5·18 유족·피해자들을 만났다. 전씨는 이 자리에서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가족 구성원으로서 (죄를) 인정하고 정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 중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유족들에게 사죄하고 묘역을 참배한 것은 우원씨가 처음이다.

전씨는 “일제강점기부터 너무 많은 희생과 아픔이 있었음에도 전두환씨는 민주주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역행한 것”이라며 “군부독재 속에서, 두려움 속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용기로 독재에 맞섰던 광주시민을 고통과 아픔에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광주에 오고 나서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전씨는 ‘가족들은 5·18에 대해 어떻게 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가족들에게 (5·18에 대해) 물어보면 대화 주제를 바꾸거나 침묵하는 바람에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폭동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는 제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알게 됐다”며 “제가 의로워서가 아닌 죄책감이 커서 이런 행동(사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만남 행사가 끝난 뒤 전씨는 의자에서 일어나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을 향했다. 전씨는 사죄의 의미로 어머니들 앞에 무릎 꿇고 큰절을 했다. 오월어머니들은 눈물을 흘리며 “용기 내줘서 고맙다”며 전씨의 손을 잡아주거나 그를 꼭 안아줬다.

전씨는 행사에 참석한 오월어머니들을 일일이 마주한 뒤 눈물을 흘리며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을 연신 했다.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민주화를 외치다 숨진 고(故) 문재학씨의 모친은 “큰 결심을 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분히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 진실을 밝혀 화해의 길로 나가자”며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

기념재단에서 일정을 마친 전씨는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방명록을 적었다. 전씨는 참배대 앞에 서서 헌화와 참배를 하고 5·18 단체 관계자 인솔에 일부 묘지를 둘러봤다. 묘지 앞에서도 무릎 꿇은 전씨는 입고 있던 검은 코트를 벗어 묘비를 닦아줬다. 전씨는 “제 옷이 아닌 더 좋은 거로 사용해야 했는데 부족하다”며 “(묘지에) 와서 보니 제 죄가 더 뚜렷이 보이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8일 뉴욕에서 귀국한 전씨는 인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38시간 만에 석방됐다. 석방 직후 광주를 찾은 전 씨는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호텔에 묵으며 휴식을 취하며 5·18 단체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전씨는 당분간 광주에 더 머무를 예정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5·18 유족들을 더 만나 사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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