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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구속…부하 유죄로 혐의 소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조현천(64)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31일 구속됐다.

정인재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 후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개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및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여론 조성, 기무사 예산 3000만원 남용 혐의(직권남용·정치관여)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혐의는 대부분 조 전 사령관의 부하였던 지영관·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이 앞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혐의들이다.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당시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 등 윗선의 뜻에 따라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성하도록 부하 직원에 지시한 혐의만 조 전 사령관에게 새롭게 적용됐다.

검찰은 핵심 의혹인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주도한 혐의(내란예비·음모)는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만큼 앞으로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은 조 전 사령관 재직시절인 2017년 기무사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 시 계엄령·위수령을 공포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작성한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이다. 관련 문건이 2018년 7월 공개되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같은 해 7월 26일 구성된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군·검찰 합동수사단(단장 노만석·전익수)이 수사를 개시했다.

합수단은 지영관 전 참모장의 경우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박 전 대통령 지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예비역을 동원해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하도록 하는 등 정치관여를 저지른 혐의가 있다고 보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현 공공수사2부)에 이송했다. 지 전 참모장은 같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해 10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가 심리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현재는 보석으로 석방돼 항소심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소 전 참모장은 계엄령 검토 사실을 은폐하려는 목적으로 위장 태스크포스(TF) 명칭을 사용하고 관련 공문을 기안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등)로 합수단에 기소돼 보통군사법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2부에서 유죄로 뒤짚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항소심은 소 전 참모장에 대해 “계엄 관련 문건 작성 업무의 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숨기고자 TF가 허위로 업무계획 문건을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국군기무사령관 시절의 조현천 전 사령관. 사진공동취재단

국군기무사령관 시절의 조현천 전 사령관.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합수단 수사의 핵심인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은 조 전 사령관이 2017년 12월 미국으로 달아나며 진척을 보지못했다. 합수단은 2018년 9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치와 함께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지만, 같은해 11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채 기소중지 처분했다.

그러다가 지난 29일 조 전 사령관이 5년 3개월 만에 자진 귀국해 체포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조 전 사령관 측은 귀국 당일 “귀국은 지난해 가을부터 천천히 준비해 온 것으로, 특별한 외적 계기는 없다”며 “정치권과도 사전에 상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계엄령의 구체적 절차를 검토한 문건에 불과하고, 불법행위를 염두에 둔 실행 계획이 아니다”라며 “수사를 통해 오해가 풀리고 실체관계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보고서. 중앙포토

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보고서. 중앙포토

다만 계엄령 문건 관련 수사는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인은 “내란음모죄 입증에 자신이 있었다면 이번 구속영장 청구 때 계엄령 문건 혐의도 포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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