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유동규, 이재명 면전서 "김문기, 2009년부터 李와 통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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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3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때 권력 쟁취를 위해 한배를 탔던 두 사람이 법정에서 피고인과 증인으로 다시 만났다.

“증인신문 하겠습니다. 유동규 씨 불러주세요.”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호명에 따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서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피고인석에서 앉아 고개를 들어 유 전 본부장을 힐끔 쳐다봤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3차 공판에서다. 유 전 본부장은 정면을 바라보며 큰 걸음으로 피고인석을 지나쳐 증인석에 섰다.

두 사람은 2009년 변호사와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으로 만나 10년 넘게 동고동락했다. 대면한 것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12월 여러 방송사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를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인 2009년 한 세미나에서 김씨와 만났고, 또 성남시장 재직 당시인 2015년 1월 김씨 및 유 전 본부장과 함께 9박 11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갔었다는 점을 들어 이 대표가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봤다. 대장동 사업 실무 책임자였던 김씨가 2021년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자 검찰은 김씨의 상급자였던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토대로 두 사람의 관계를 입증하려 해 왔다.

“낯가리는 이재명…안면 있는 김씨 출장 데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대표와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은 법정에서 대면한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대표와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은 법정에서 대면한다. 뉴스1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김씨과 함께 이 대표를 만나거나, 이 대표에 관해 얘기한 기억의 단편을 하나씩 쏟아냈다. 유 전 본부장은 “(2009년 세미나) 당시 김씨가 이 대표와 따로 통화한다고 들었다”며 “(김씨와) ‘발제 누구냐’ ‘성남시장 나올 준비하고 있는 이재명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세미나였기 때문에 관람자도 거의 없었다.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임 성격이라 적극적으로 인사하고 서로 소통하는 자리가 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나서라도 참석자들이 서로 알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그는 또 김씨가 2013년 11월 공사에 입사한 후 함께 성남시장이 된 이 대표에 보고하러 간 적이 있다며 “(김씨를 보고) 이 대표가 조금 당황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약간 ‘어…’ 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겐 김씨가 들어온다고 얘기했지만 이 대표에겐 말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초 호주 출장에 다른 공사 직원이 동행할 예정이었지만 김씨로 교체한 배경에 대해선 “정진상이 ‘시장이 편해 하는 사람을 데리고 가라’ 해서 김씨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낯가림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며 “(이 대표와) 안면이 있는 김씨가 아무래도 편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출장 전부터 김씨와 골프를 치러 갈 예정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생소한 사람이면 ‘쟤 누구냐’ 했을 것이다. 그런 게 없었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와 김씨, 유 전 본부장은 출장 도중 공식 일정에서 빠져나와 골프를 치러 가기도 했었다. 그는 “(정진상에게서 이 대표를) ‘잘 좀 챙겨줘라, 골프도 한 번 치고 하라’ 들었다”며 “가이드가 저희 셋만 (골프장에)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골프를 칠 당시 이 대표가) '여기 리모델링 하는 사람 다 와있어서 리모델링 되겠냐'고 했다"라고도 말했다. 김씨와 이 대표가 2인용 골프 카트를 함께 탔으며, 김씨가 이를 운전했다고도 떠올렸다.

이재명 측 “김문기는 유동규 수행원…교류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고(故) 김문기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가 2015년 1월 12일 방문했다는 호주 '야라 벤드 퍼블릭 골프 코스 멜버른' 골프장. 사진 유튜브 캡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고(故) 김문기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가 2015년 1월 12일 방문했다는 호주 '야라 벤드 퍼블릭 골프 코스 멜버른' 골프장. 사진 유튜브 캡쳐

유 전 본부장의 증인신문은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메모장에 필기를 하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등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을 주의깊게 듣던 이 대표는 이따금씩 눈을 감거나 천장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오후 6시 넘어서까지 계속되던 재판은 유 전 본부장의 건강 상의 이유로 중단됐다. 유 전 본부장은 “오늘 수술을 받아 망막이 찢어진 상태”라며 “눈을 비비면 잘못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다음 기일에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법원은 오는 4월 14일 유 전 본부장의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오전 재판에서 이 대표 측은 출장 당시 이 대표가 김씨와 동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김씨는 유 전 본부장의 수행원”이라며 “(당시 이 대표의) 공식적 수행비서는 김진욱 주무관이었다. 김씨가 김 주무관 자리를 뺏어 가면서 이 대표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정문 앞에 계란을 던진 흔적이 남아 있다. 김정연 기자

31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정문 앞에 계란을 던진 흔적이 남아 있다. 김정연 기자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중앙지법 서관 정문 앞에는 각각 이 대표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시민과 유튜버들이 진을 치고 각각 “이재명은 감방이 최고다” “김건희를 수사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은 오전 10시 27분 무렵 이 대표가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앞에 나타나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계란은 모두 빗나갔다. 이날 이 대표는 법정 앞에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법정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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