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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분만에 끝난 KT 주총…49개 계열사도 경영공백 우려

중앙일보

입력

KT 사외이사 후보 3인이 주주총회 전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31일 오전 한 KT 주주가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KT 사외이사 후보 3인이 주주총회 전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31일 오전 한 KT 주주가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열린 KT의 정기 주주총회는 KT 차기 대표이사(CEO) 선출과 관련해 5개월간 이어졌던 혼란의 축소판이었다.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연달아 사퇴해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한 지 사흘 만에 이사회 마저 대행체제로 운영하게 됐다. 주가는 장중 한 때 52주 신저가까지 내려갔고, 소액 주주들은 KT 경영진과 이사진에 불만을 표했다. 기존 KT 이사회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전 9시에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시작한 주총은 45분 만에 끝났다. 재선임에 도전했던 사외이사 3인(강충구·여은정·표현명)이 이날 아침 급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 대부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선임 안건도 후보 사퇴로 폐기됐고, 이에 따라 윤 후보가 사퇴 전 추천했던 2인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정관 일부 변경과 재무 관련 안건 3건만 의결을 거쳐 통과됐다.

2023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입장 확인 중 한 주주가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다. 권유진 기자

2023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입장 확인 중 한 주주가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다. 권유진 기자

지난해 경영 상황을 보고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공유해야하는 주주총회장 내부에서는 시종일관 고성이 난무했다. 주총이 시작되자 일부 주주들은 현재의 경영 공백 사태의 책임이 기존 경영진들의 운영 실패에 있다고 비판했다. 28일 임기를 시작한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은 “차기 대표 선임까지 약 5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주모임 “비전문가 낙하산 반대”

주총이 끝난 후에도 소액주주와 KT새노조는 KT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 정상화’와 ‘낙하산 반대’를, KT새노조 등은 ‘이권 카르텔’을 비판했다. 네이버 카페 ‘KT소액주주모임’ 운영자는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두 대표 후보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회사 측에서 정확하게 밝혀달라”며 “비전문가인 정치인 등이 (KT의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합류해) 회사 경영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이들을 막는 내용을) 정관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KT 해직 직원들로 구성된 KT전국민주동지회 관계자는 주총장 로비에서 “이사회와 박 직무대행 모두 공범인데 비상경영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KT를 이 정도로 망가뜨린 자들이 봉급을 그대로 받고 퇴직금까지 받는 게 말이 되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사회도 당분간 대행체제 

이날 재선임을 포기한 3인을 포함해 이강철·벤자민 홍·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가 모두 사퇴하면서 이제 KT 이사회에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 됐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여권과 이사회가 대치하는 모양새가 거듭되며 벌어진 일이다.

임기가 만료된 3인은 대행 자격으로 당분간 이사회에 남아 있을 예정이다. 상법에 따르면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사외이사는 최소 3인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 또 3인 구성이 안 됐을 경우, 임기가 만료되거나 사임한 이사가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상법 386조). 이사회 내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새로운 대표를 찾기 위해 일단 사외이사를 물색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사외이사 4인으로 정족수는 채워졌지만 임시직이기 때문에 차기 대표 후보자를 이들이 결정한다면 적절성 논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임 이사들은 이르면 5월 열릴 임시 주총을 통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도 경영 공백 우려 

KT의 경영 공백 사태는 49개 계열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 중 9개 상장사도 이날 주총을 열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차기 대표에 내정됐던 윤정식 전 OBS경인TV 사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양춘식 경영서비스본부장이 새 대표로 선임됐다. 지니뮤직 등 7개 상장사는 현 대표가 재선임됐지만 KT에 새 대표가 취임하고 본격적인 인사를 하게 되면 경영진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 KT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들은 주총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다. KT 본사의 상황을 주목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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