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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주총으로 인수전 마침표…이수만 지우고 ‘SM 3.0’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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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제28기 정기주주총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제28기 정기주주총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이 마침내 최종 수순을 밟았다. 하이브의 포기로 경영권을 얻은 카카오가 무사히 1대 주주로 올랐고,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추천한 후보들이 모두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SM 창업자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SM 3.0’이 이제 막을 올렸다.

31일 낮 12시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D타워 SM 사옥에서 ‘SM 제28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추천한 이사진들이 모두 선임됐다. 이날 선임된 사내이사는 장철혁 현 SM 최고 재무 책임자(CFO), 김지원 SM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SM 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이다.

장철혁 SM 최고 재무책임자는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회계, 세무, 인수·합병(M&A) 전문가로, ‘SM 3.0’ 전략 수행을 위한 재무 효율성 증대, 투자의사 결정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력한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장 사내이사는 “SM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주주, K팝 팬들, 임직원”이라며 “회사가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영이라고 생각해서 ‘SM 3.0’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지원 마케팅센터장은 20년 이상의 언론 대응, 팬클럽 운영 경험을 활용해 SM의 지식재산권(IP) 수익화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할 예정이다. 최정민 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은 ‘SM 3.0 전략’의 핵심축인 해외 네트워크 확장, 해외 투자 기여에 나설 전망이다.

사외이사로는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태희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문정빈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민경환 블로코어 파트너, 이승민 피터앤김 파트너 변호사,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 총 6인이 선임됐다.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장윤중 부사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미국 법인 최고경영자(CEO)로, 카카오와 SM의 해외 사업 부문 다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주당 1200원으로 책정된 배당금 역시 의결이 가결됐다. SM은 20여년 간 무배당 원칙을 고수했지만, 지난해 주당 200원으로 창사 이래 첫 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이수만 불참에도 여전한 주주 항의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주총이 열리기 직전까지 관심을 끈 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참석 여부였다. 이 전 총괄은 지난 2월 자신이 보유했던 SM 지분 18.45% 중 14.8%를 주당 12만 원에 하이브에 매각해 현재 지분 3.6%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주총의 진행이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조사한다”며 문재웅 변호사를 검사인으로 선임한 만큼, 이날 직접 방문해 깜짝 발언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수 전 총괄은 주총이 열리기 직전 취재진에 보내는 편지로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라고 밝혔다. “제 이름을 따서 창립했던 SM이 오늘로써 한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며 “소회가 없을 수 없겠지만, 제가 오래전에 가수로서 불렀던 노래, ‘행복’의 가사가 이 모든 과정을 대변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늘 그래왔듯이 저는 미래를 향해 간다. 이제 K팝은 K팝을 넘어 세계와 함께 하는, 글로벌 뮤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기자 여러분들과 저, 그리고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함께 만나 세상을 위한 즐거운 축제를 벌이게 되는 날을 고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수만 전 총괄의 참석은 없었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주총에서 빠지지 않았다. 특히 이 전 총괄이 그동안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으로부터 받은 돈을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경욱 전 SM 대표(1998~2005년)는 “과거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라이크기획 계약이 체결됐는데, 대주주 이수만 전 총괄의 위력에 의해서 이사회가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정에 의한 것이라면, 주주의 이익이 되어야 마땅한 1600억원의 용역비를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수 SM 현 공동대표이사는 “해당 건은 다방면의 깊은 검토가 필요하기에 즉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답변했다.

‘SM 3.0’, 이미 ‘이수만 지우기’ 시작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연합뉴스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연합뉴스

이날 주총을 기점으로 SM은 다시 한번 도약한다. ‘SM 3.0’의 핵심은 이수만 전 총괄로 대표된 ‘1인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 멀티 레이블과 제작센터 체제의 도입이다. SM은 “5개 제작 센터와 가상 아티스트 IP·글로벌 제작 센터에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고, “음악 퍼블리싱(출판) 전문 자회사 설립”을 통한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활동 아티스트(가수) 수 21팀 이상, 연간 음반 출시 횟수 40개 이상, 연간 음반 판매량 2700만장 이상, 연간 공연 횟수 400회 이상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 주가 36만원,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익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SM은 이미 ‘이수만 지우기’를 시작했다. 최근 발매된 샤이니 멤버 온유의 첫 정규 앨범 ‘서클’과 엑소 멤버 카이의 솔로 미니 3집 ‘로버’ 크레디트(제작에 기여한 사람들의 명단)에서 이수만 전 총괄의 이름이 빠졌다. ‘서클’ 크레디트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자리엔 SM이, ‘로버’ 크레디트엔 이성수 대표의 이름이 올랐다.

SM-카카오 북미 시장 시너지 기대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사진 각사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사진 각사

SM과 카카오와의 협력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점은 글로벌 시장 확대다. 1세대 K팝 그룹인 H.O.T.와 보아를 시작으로 일찌감치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온 SM은 카카오와 함께 북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방탄소년단(BTS), YG의 블랙핑크, JYP의 스트레이키즈가 꾸준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기를 얻는 동안 SM은 다소 부진한 성과를 내왔다.

카카오는 발 빠르게 북미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지 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와 소니뮤직 산하의 컬럼비아 레코드가 파트너십을 최근 체결, 다음 달 10일 첫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카카오 산하 레이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아이브의 북미 진출 등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맡는다. 컬럼비아 레코드는 비욘세, 아델, 해리 스타일스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은 물론 BTS의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의 미국 유통 및 홍보를 진행했다.

따라서 SM은 카카오와 북미 지역의 합작 법인을 설립한 뒤, 현지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해 시장 확장을 계획 중이다. 내년 하반기엔 미주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신인그룹도 제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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