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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북미 최대 게임쇼 E3, 개막 두달 앞두고 취소…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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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오는 6월 개최 예정이었던 E3가 공식 취소됐다. [사진 리드팝]

오는 6월 개최 예정이었던 E3가 공식 취소됐다. [사진 리드팝]

‘세계 3대 게임쇼’도 옛말이 되는 걸까. 오는 6월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지역 최대 게임쇼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전자오락박람회)가 개막을 두 달여 앞두고 취소됐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화려한 컴백을 준비했지만 대형 게임사의 잇따른 불참 선언에 결국 행사를 열지 못하게 됐다.

무슨 일인데

E3를 주최하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와 전시기획사 리드팝은 30일(현지시간) “E3 2023의 온·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며 “E3의 미래에 대해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 13일부터 16일까지로 예정됐던 오프라인 행사뿐 아니라 같은 달 11일부터 1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온라인 행사까지 모두 취소된 것.

앞서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등 콘솔 3사가 E3 불참을 선언한 여파가 컸다. 이어 유럽 최대 게임사인 유비소프트, 일본 게임 유통사 세가, 반다이남코, 중국 텐센트 등 게임업계 빅 플레이어들도 E3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E3 개최가 사실상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왔다.

왜 중요해

◦ 무너진 위상: E3는 독일의 게임스컴, 일본의 도쿄게임쇼(TGS)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꼽혀왔다. 1995년 처음 개최된 이후 매년 6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렸다. 마지막으로 정상 개최된 2019년만 해도 MS가 E3에서 차세대 콘솔게임기를 공개하고 구글과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비전을 발표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는 행사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취소됐고 2021년엔 온라인으로만 명맥을 이어갔다. 올해는 정상 개최를 밝히면서 부활을 예고해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다.

E3의 위상이 위태해진 것은 게임사별 자체 온라인 발표회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닌텐도는 2011년부터 일찌감치 자체 쇼케이스 ‘닌텐도 다이렉트’로 신작을 소개 중이다. 소니는 ESA와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2019년부터 E3에 불참, 자체 디지털 쇼케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시작했다. MS도 2020년부터 ‘엑스박스(X Box) 쇼케이스’를 열고 있다.

◦게임도, 자금도 없다: 경기침체도 불참 행렬의 이유로 지목된다. 코로나19로 개발 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었던 데다, 최근 경기까지 얼어붙자 게임사들은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며 허리띠를 꽉 조여 매는 중.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경기도 안 좋은데 큰돈 내고 박람회에 나갔다가 경쟁사에게 화제를 빼앗길 수 있다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게 기업들로선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도 “E3는 콧대 높기로 유명한 행사”라며 “게임사들이 보여줄 것도 없고, 바이어를 비대면으로 만나는 것도 익숙해졌는데 굳이 고자세인 E3에 나갈 이유가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E3는 취소됐지만, 6월에는 다른 게임 행사들이 그 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온라인 게임 행사 ‘서머 게임 페스트(Summer Game Fest)’는 6월 8일, MS의 엑스박스(Xbox) 쇼케이스는 6월 11일, 유비소프트의 ‘유비소프트 포워드 라이브 이벤트’는 6월 12일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