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과천 방음터널 화재 사건으로 인한 61명의 사상자(5명 사망·56명 부상)는 운전 기사와 도로 관리 업체 직원들의 미흡한 초동 대처가 뒤얽혀 피해를 키운 결과로 판명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31일 제2경인연결고속도로 유지관리 업체 임원 A씨(60대)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송치했다. 당시 도로 관리 업체의 상황실 책임자 B씨(40대)만 구속됐고 나머지 5명은 불구속인 채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6명의 각각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이태원 참사에서 예방 및 구조 업무 담당자들에게 적용된 과실범의 공동정범의 법리를 활용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의 과실이 사고 발생이나 피해 확대의 원인이 된 경우 요긴한 법리로 1997년 성수대교 붕괴 사건 등 대형 인재의 책임자 처벌에 활용됐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9일 오후 1시49분쯤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C씨의 집게차에서 난 불로 5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쳤다. 화재에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로 된 방음터널 벽과 천장에 불이 옮겨 붙어 생긴 일이다.
경찰은 A씨 등 업체 임직원들이 불이 난 사실을 비상방송과 차로제어시스템(차로 주행 허용 여부를 알리는 장치), 그리고 도로 전광 표지 등을 통해 제때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B씨 등 당시 근무자 3명은 진입 차단 장치를 작동시켜 방음터널 안으로 차량이 진입하지 않도록 통제해야 했는데, 모두 CCTV를 주시하지 않다가 뒤늦게 화재 발생 사실을 알아차리는 바람에 시간을 허비했다는 게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불이 난 집게차 운전기사 C씨(60대)는 화재 발생 장소 주변에 소화기와 비상벨, 소화수를 분사할 수 있는 호스 등이 설치돼 있는데도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차량에 있던 소화기 뿐 아니라 가용한 주변 소화시설을 모두 동원해 대응했어야 했다는 취지다. 화재가 시작된 집게차에서 약 1t 무게의 격벽을 무단으로 개조한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집게차 소유 법인 대표 D씨(40대)에게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이유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기관은 당초 중대재해처벌법상 시민재해를 염두에 두고 법리적용을 검토했으나 평상시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주)가 재해 예방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배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유사한 방음터널이 전국 곳곳에 있다”며 “터널 내 화재 발생 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하고 노후 상용 차량을 불법으로 개조하거나 정비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불은 2시간여 만에 꺼졌지만, 방음터널 총길이 840m 중 600m 구간이 탔고 차량 44대가 불에 탔다. 화재 구간이 포함된 북의왕IC~삼막IC 7.2㎞ 구간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