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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로 코딩하고 전자펜으로 채점…'빅테크'의 교육 해법

중앙일보

입력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Bett UK 2023'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교육용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런던=장윤서 기자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Bett UK 2023'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교육용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런던=장윤서 기자

수천 년 전 고대를 배경으로 한 미지의 세계, 어두컴컴한 감옥 같은 이곳을 탈출하려면 바닥에 숨겨진 비밀의 문을 열어야 한다. 탈출에 필요한 건 명령어. 게임 이용자는 블록 모양의 명령어들을 마우스로 끌고 와 순서대로 쌓았다. ‘3번 움직인 후 비밀문을 연다’라는 지시문이 완성되자 캐릭터가 탈출에 성공했다는 화면이 나타났다. 게임에 ‘블록코딩’을 결합해 이용자에게 코딩을 익히게 한 게임이다.

30일(현지시각) 개막 2일 차를 맞은 ‘영국교육기술박람회(BETT UK) 2023’.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코딩 교육을 결합했다. 마인크래프트는 3D 블록으로 건물을 지으며 세계를 탐험하는 게임으로, 전 세계 MZ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국내에선 ‘초통령 게임’으로도 불린다. 지난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를 인수한 MS는 이 게임의 교육용 버전을 만들었다. MS 관계자는 “단순히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라는 설정과 스토리가 있어 더욱 몰입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30일(현지시간) 'Bett UK 2023'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교육용 마인크래프트의 코딩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런던=장윤서 기자

30일(현지시간) 'Bett UK 2023'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교육용 마인크래프트의 코딩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런던=장윤서 기자

코딩뿐만이 아니다. MS는 교육용 마인크래프트에 화학 원소를 배우는 게임 등 700개 이상을 탑재했다. 최근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해 실제 프로젝트의 이름을 딴 로켓 제작 게임 ‘아르테미스’를 추가했다. 게임 속 캐릭터 로켓의 원리를 설명하면 학생은 연료 비율을 측정하고 노즈콘을 작동시키며 로켓을 발사해야 한다.

MS, 구글, 삼성…IT 공룡들 ‘교육’ 택한 이유

30일(현지시간) 'Bett UK 2023'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감정 이모티콘(Feelmoji)'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런던=장윤서 기자

30일(현지시간) 'Bett UK 2023'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감정 이모티콘(Feelmoji)'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런던=장윤서 기자

이번 BETT가 열린 영국 런던 엑셀(ExCel) 전시장에서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한 주인공은 MS다. 전 세계 교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메신저 서비스 ‘팀즈’에 학생들의 감정과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교사가 “지난주 시험 어땠니?”라고 물어보면 학생들은 약 50가지의 감정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른다. 교사에게는 각각의 감정을 나타내는 캐릭터인 ‘감정 이모티콘(Feelmoji)’이 학생 대신 교실에 모여있는 듯한 화면이 보인다. 맥스 프리츠 MS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는 “어린아이들은 감정 표현을 어려워하는데 쉽게 전달할 수 있다”며 “대학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도 교육용 제품과 서비스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 승부수를 뒀다. 삼성 스마트폰과 자동으로 연동되는 대형 전자칠판을 부스 한가운데 전시했다. 구글은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한 ‘조별과제 추적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글 클래스룸에 조별과제를 올리면 학생들이 각각 어떤 부분을 맡았는지 교사가 볼 수 있다. 또 온라인 학습지에 학생이 답을 쓰면 교사가 실시간으로 채점이나 설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전자펜이 ‘디지털 빨간 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개막 2일 차를 맞은 'Bett UK 2023'의 모습. 런던=장윤서 기자

30일(현지시간) 개막 2일 차를 맞은 'Bett UK 2023'의 모습. 런던=장윤서 기자

빅테크 기업들이 교육과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Edutech)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교실이 기술로 인해 가장 빠르게, 많이 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기술이 학교나 교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인도 최대 교육 기업 바이주스의 공동창립자 스테픈 줄은 “건강한 커뮤니티를 위해 학교는 꼭 있어야 한다. 에듀테크는 학교와 교사, 부모를 지원하는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교사가 직접 에듀테크 서비스 골라

30일(현지시간) 'Bett UK 2023'에서 학교와 기업 관계자가 만나 대화하는 모습. 런던=장윤서 기자

30일(현지시간) 'Bett UK 2023'에서 학교와 기업 관계자가 만나 대화하는 모습. 런던=장윤서 기자

BETT에선 코로나19로 단절됐던 지난 3년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 마스크’ 관객들이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화를 나눴다. 교사와 학교장, 대학 관계자들은 제품을 체험하고 부스에서 구매 상담을 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온 관람객 헥토르 에스코베도(콰우티틀란 이스칼리 대학 직원)는 “전자증명서에 대한 앱 솔루션을 찾고 있다”며 “10번 넘게 상담하고 있는데 흥미롭다”고 말했다.

BETT는 이번 행사부터 교사·학교와 기업 간의 즉석 만남을 주선하는 ‘커넥트벳(Connect@Bett)’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에 원하는 서비스와 예산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업체를 연결해준다. 15분이라는 제한시간 동안 제품을 체험해보거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BETT 주최 측은 “어제 하루에만 3500여명이 매칭됐다”고 말했다.

이날 교사 안드레아 코르티나(스페인·바모스 포 스쿨)와 존 토드(영국)도 커넥트벳을 통해 만났다. 코르티나는 “교사로 일하며 스페인어 교육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며 책상 한쪽에 책자를 쌓아두고 노트북으로 서비스 화면을 보여줬다. 토드는 “나이지리아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방과 후 활동에 쓸 스페인어 학습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며 “부스를 일일이 찾아가지 않고도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정부 중심 유통 구조 바꿔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노보텔에서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기업 관계자들의 건의 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노보텔에서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기업 관계자들의 건의 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BETT가 열리는 동안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의 만남도 이뤄졌다. 29~30일 행사장 안팎에서 잇따라 열린 교육부와의 간담회에서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 주도의 교육 서비스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습관리시스템(LMS) 개발 기업 유비온의 구재명 부장은 “영국은 학교나 교사들이 에듀테크 활용에 적극적인데 국내는 교육부나 중앙부처의 움직임이 많다 보니 오히려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선생님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며 “학교장터에 에듀테크 카테고리를 별도로 신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이어 “우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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