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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미식가를 사로잡을 모던 한식의 시작, 밍글스 강민구 셰프[쿠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장 맛있고 귀한 재료를 제대로 다뤄서 손님들께 대접하는 것이 제 기준이에요.

한식 파인다이닝 밍글스, 캐주얼 유로피언 다이닝 페스타 바이 민구, 홍콩에 새로 문을 연 한식 레스토랑 한식구까지 오픈하는 곳마다 미쉐린 선택을 받은 강민구 셰프에게 비법을 물어보니 돌아온 답이다. '제대로 다룬다는 말'의 무게를 아는 듯, 성공한 오너셰프의 포부를 물을 땐 다소 경직되어 있던 얼굴이 ‘장(醬)’ 이야기가 나오자 순식간에 풀어졌다. 장을 주제로 하는 한식 요리 책을 4년이 넘도록 작업하고 있다는 그를 청담동 밍글스에서 만났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이자 8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밍글스의 오너셰프, 강민구. 사진 송미성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이자 8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밍글스의 오너셰프, 강민구. 사진 송미성

파인다이닝부터 유로피언 다이닝까지 다양한 F&B 브랜드를 계속 선보인다. 

사업 확장을 의도해서 만든 건 아니지만, 공통점은 있다. 내가 고객으로 소비하고 싶은 브랜드라는 점이다. 가끔은 파인다이닝도 즐기고 싶고, 때때로 유로피언도 생각나고, 좀 더 캐주얼한 한식 레스토랑도 빼놓을 수 없었다. 또 사업적으로 밍글스를 서포트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이유가 적절한 때, 좋은 기회로 합쳐져 여러 브랜드를 낼 수 있었다.

브랜드가 늘어도 셰프로의 나의 정체성은 밍글스에 있다. 간혹 레스토랑이 여러 개이니 자주 자리를 비우지 않을까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밍글스 서비스 시간에는 항상 주방을 지킨다. 다른 곳을 살펴봐야 할 때는 밍글스의 브레이크 타임이나 휴일을 이용해 다녀온다.

2020년엔 미식의 도시 홍콩에 한식 레스토랑을 열었다.

원래는 파리에 한식 레스토랑을 열고 싶었다. 2019년에 파리 진출을 준비했는데, 파리가 제대로 된 한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국 퀴진에 집중도가 높고, 아시아 음식에 대한 이해가 더뎠다. 그들이 기대하는 한식은 양념 많고, 짜고, 달고, 그런 자극적인 것이었다.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에 이르러, 파리 진출 계획을 미뤘다. 근데 마침 홍콩에서 연락이 왔다. 곧바로 파리 진출용으로 준비했던 사업계획서를 보냈고, 2주 만에 계약이 진행되었다.

매장 오픈을 위해 홍콩에 갔더니 전세계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다 여기에 있나 싶을 정도로 미식 수준은 높았고, 특히 아시아 음식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잔기술이 아닌 정통, 정공법으로 만든 요리가 환영 받는 도시였다. 현지에서도 가감 없는 한식을 원하는 데다가 한국 식재료를 그대로 공수할 수 있어 기존의 레시피를 현지화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한식구 주방에는 많은 한국인 셰프들이 제대로 된 한국의 맛을 구현하고 있다.

나라와 상관없이 '맛있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비법 혹은 기준이 있을까. 

기준은 없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은 나라 별로도 차이가 있지만, 시대에 따라서도 계속 변한다. 심지어 식재료도 계속 변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딸기는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질이 너무 다르다. 당도도 당도지만 향과 산미 등의 밸런스가 좋아졌다. 아스파라거스는 내가 처음 요리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어졌다. 그러니 그때 그때 좋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그 재료의 매력을 잘 살려 요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맛있고 귀한 재료를 제대로 다뤄서 손님들께 대접하는 것이 기준이라면 기준이다.

서비스 시간에는 항상 밍글스의 주방을 지키고 있는 강민구 셰프. 사진 송미성

서비스 시간에는 항상 밍글스의 주방을 지키고 있는 강민구 셰프. 사진 송미성

그렇다면, 요즘 눈 여겨보는 식재료가 있는지 

한식을 기본으로 하다보니, 발효음식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발효음식도 종류가 다양하다. 김치도 있고, 된장, 고추장 같은 장류도 있고, 장아찌도 있다. 그중 특히 장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장이 없으면 한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맛있는 한식의 비결은 늘 장에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추장 정도만 인지하고, 한국의 간장, 된장을 일본의 소유, 미소와 비슷하다고 여긴다. 만드는 법부터 다른데 말이다. 한식의 근원이 되는 장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4년 전부터 장을 주제로 한 한식 요리책을 작업 중이다.

발효음식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다른 나라의 전통 발효식품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템페(Tempeh)에 관심이 많다. 콩은 아시아에서 굉장히 중요한 식재료다. 우리나라의 된장, 청국장, 일본의 낫토, 인도네시아의 템페 등 콩을 발효해 식품을 만든 뒤 그것을 기본으로 만드는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템페는 발효 식품 특유의 향취가 거의 없고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전 종근당건강과 함께 템페가 들어간 단백질 과자를 개발했는데, 이 특징 때문에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과자가 나왔다. 나중엔 밍글스에서도 템페를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4년 동안 책을 준비 중이라니, 내용이 궁금하다. 

질문 먼저 하겠다. 한국 간장과 일본 쇼유의 차이 점을 알고 있나? 한국 사람들도 대부분 정확한 차이를 모른다. 설명하면, 한국의 전통 장은 우선 메주를 소금물에 담근 뒤 발효시키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건져낸 메주는 된장이 되고, 발효된 소금물은 간장이 된다. 즉, 두 가지 장이 같은 항아리에서 나온다. 일본의 쇼유와 미소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당연하게도 한식에는 한국의 간장과 된장이 잘 어울리고, 일식에는 일본의 쇼유와 미소가 잘 어울린다.

준비하는 책의 가장 큰 목표는 한국 장의 특징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한식을 할 때는 한국의 장을 써야하고, 그래야 제대로 된 한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장을 활용한 약 60가지의 레시피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레시피는 외국인들에게 만들어 보게하고 피드백 받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식에 호기심이 생긴 외국인에게 제대로 된 장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론과 실용을 두루 갖춘 책이길 원한다. 내년 봄쯤 영문판으로 만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해외 투자를 받고 홍콩에 문을 연 한식구가 미쉐린 선택을 받았다. 한국 레스토랑의 새로운 이정표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모던 코리안 레스토랑이 주목 받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보니 참고할 만한 선례가 거의 없었다. 밍글스가 차곡차곡 쌓아 온 과정을 보고 후배 셰프들이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점이라면 ‘변화’다. 변화는 앞으로도 꾸준히 추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파인다이닝의 어려운 점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다른 손님이 오고, 그 분들에게 좋은 경험과 만족을 드려야 한다. 그래서 늘 달라지려고 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고객에게 지난 번 방문보다 못한 기쁨을 준다면 그건 실패한 변화다. 늘 새로우면서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을 둘 다 가지고 싶은데, 굉장한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웃음).

셰프 강민구의 다음은 무엇인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나의 목표는 해외에 한국 음식을 더 많이 알리는 것이다. 곧 나올 책이 그 목표를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밍글스는 앞으로도 부지런히 변할 거다. 고객에게는 늘 새로운 만족을, 젊은 셰프들에게는 좋은 선례가 되도록 노력하면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주목이 밍글스와 강민구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팀을 이루는 동료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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