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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흔드는 초저출산...2070년 '월급 42%' 보험료 낼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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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민연금을 이대로 놔둘 경우 2055년 기금이 바닥나고 2060년 연금 가입자는 월 소득의 30% 가까이 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인구, 경제 변수 등을 조합한 8개 시나리오 중 지금과 같은 초저출산 상황이 이어질 경우 미래 보험료율은 42%까지 오를 거란 전망이 나왔다. 기금투자수익률을 1% 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5년 늦출 것으로 예상됐다.

31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잠정치(시산결과)를 이번에 확정한 것이다.

두 달 전 공개됐듯 국민연금은 앞으로 약 20년 정도는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구조가 유지된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와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재정이 점점 악화한다. 2041년 지출이 수입(보험료 수입+기금운용수익)을 넘어서 수지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립기금은 그 직전인 2040년 최대 1755조원에 이르고 이후 급속히 감소해 15년 만인 2055년 완전히 소진된다. 이는 2018년 4차 재정계산 때(2057년)보다 2년 당겨진 것이다. 기금이 고갈된 뒤 부과방식비용률은 2060년 29.8%, 2070년 33.4%까지 올랐다가 2093년엔 29.7%까지 떨어진다. 부과방식비용률은 쌓아둔 기금 없이 보험료 수입만으로 수급자들에게 연금을 내줄 때 필요한 보험료율이다.

국민연금 재정 고갈 2년 당겨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국민연금 재정 고갈 2년 당겨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5가지 재정목표(적립배율 1·2·5배 등)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보험료율을 분석했더니, 17.9~23.7% 수준으로 제시됐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최소 2배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은 “필요보험료율이 4차 결과 때보다 약 1.6~1.85%포인트 증가했다”라고 했다.

이번에는 잠정치 발표 때와 달리 인구와 경제 등 연금 재정을 불리고 줄이는 주요 변수를 반영한 8가지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기존에는 인구·경제 변수의 중위값을 가정했다.

그러나 통계청 인구 시나리오 중 ▶고위(합계출산율 최대 1.40명) ▶저위(1.02명) ▶초저출산(0.98명) ▶출산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61명)에다 총요소생산성을 기준으로 하는 경제 변수를 낙관적, 비관적 상황으로 나눠 조합했다. 또 기금투자수익률과 임금상승률 등의 개별 변수를 추가해 총 8가지 예상 상황을 봤더니 부과방식비용률(2093년 기준)이 적게는 25.2%부터 많게는 42.1%까지 크게 차이 났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민원인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민원인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최악은 코로나19 영향이 장기간 지속해 합계출산율이 2030년 0.64명, 2040년 0.89명, 2050년 이후 0.98명 등으로 1명 아래를 이어가는 ‘초저출산’ 시나리오에서였다. 기본 전망(2030년 0.96명, 2040년 1.19명, 2050년 이후 1.21명 등)보다 크게 떨어진다.

이때 노인부양비는 2060년 108.5%, 2070년에는 129.1%까지 치솟았다. 부과방식비용률도 2060년 34.3%에서 2070년 42.0%, 2093년 42.1%까지 올랐다. 월소득이 300만원이면 126만원 가량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하는 셈이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올해 출산율이 오른다 해도 태어난 아기들이 가입자가 되려면 20년 이상이 지나야 한다. 그럼 2043년인데 (기금은) 이미 2년 전 소진된 상태”라며 “그래서 소진시점에는 영향을 안 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차를 두고 부과방식이용률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 가정보다 소폭 높은 출산율을 가정한 인구 고위 땐 노인부양비가 낮아지면서 부과방식비용률이 2093년 기준 29.7%에서 25.2%까지 내려가는 걸로 나왔다.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때는 보험료 소득이 많아지는 효과로 비용률이 27.4%로 떨어지고, 기금 소진 연도도 2056년으로 1년 늦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금투자수익률이 특히 큰 영향을 주는 변수로 나타났다. 기본 가정에선 4.5% 수준의 수익률을 전제했는데 1% 포인트 오를 경우 소진 시점은 5년 뒤인 2060년으로 미뤄졌다. 현재 국민연금의 누적 연 환산 투자 수익률은 5.11%다. 최근 5년간 수익률을 보면 2018년 -0.92%, 2019년 11.31%, 2020년 9.7%, 2021년 10.77%, 2022년 -8.22%로 나타났다.

민감도 분석 결과(조합 시나리오). 자료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민감도 분석 결과(조합 시나리오). 자료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이스란 국장은 “보험료율 2% 포인트 인상과 동일한 효과”라며 “인상 부담을 완화하는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
전병목 위원장은 “부분 적립방식이라 막대한 기금이 쌓여 운영되는 기간 수익률이 높아진다면 지출이 막대해도 기금 역시 막대하게 쌓여 누적 효과가 생긴다”며 “기금 소진 시점을 그나마 뒤로 미룰 수 있다”라고 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논의만큼 개혁에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대통령께서도 기금 수익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고 이를 감안해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감도 분석 결과(개별 시나리오). 자료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민감도 분석 결과(개별 시나리오). 자료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정부는 가칭 연금수리위원회를 내달부터 꾸려 이번 5차 재정추계에 반영된 변수와 추계 모형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8월에 공청회를 연 뒤 10월까지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등이 담긴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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