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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이 ‘일본 침략에 감사하다’고 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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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중국을 방문했다. 3월 28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에서 공히 존경받는 쑨원(孫文)의 묘를 찾아 중국과 대만의 평화를 강조했다. 또 “대륙(중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접을 하고 있다”며 “대만으로 돌아가면 이런 호의를 대만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당 소속으로 총통에 올랐던 마잉주는 대만에서 대표적인 친중 정치인으로 꼽힌다. 총통 시절인 2015년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27일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분리된 지 74년 만에 이뤄진 전직 대만 총통의 첫 본토 방문이다. [AFP=연합뉴스]

27일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분리된 지 74년 만에 이뤄진 전직 대만 총통의 첫 본토 방문이다. [AFP=연합뉴스]

공교롭게 비슷한 기간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 총통은 미국을 찾는다. 대표적인 반중 정치인인 그의 방미는 중국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차이잉원이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만난다면 “하나의 도발이 될 것”이라며 “결연한 반격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대만의 전현직 국가원수가 대만을 사이에 두고 대립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중의 대리전을 치르는 모양새다.

대만을 둘러싼 무력 긴장이 완연히 고조된 상황에서 가장 강하게 제기되는 의문이 있다. 중국은 과연 대만을 침공해 전쟁을 벌일 것인가, 그러지 않을 것인가다. 묘한 시기에 때마침 게재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고문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중국 문제 전문가 사이먼 가오는 기고문에서 위의 물음에 대해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대만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하지만 군사적 침공은 중국 공산당의 플랜B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플랜A는? 통일전선전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가오는 “통일전선전술은 공산당의 오랜 전략전술”이라며 “전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대만을 점령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전선전술은 경쟁 세력이 자신보다 강하거나 힘으로 제압하는데 큰 희생을 치러야 할 때 상대와 손을 잡는 전술이다. 외부에 있는 공동의 적을 물리치는 등 목적으로 상대와 협력하는 한편 자신의 힘을 키우거나 각종 이간계(離間計)로 상대 세력을 와해시킨 후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가오는 “3월 양회에서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에 선출된 것은 전쟁보다 통일전선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정협은 중국 각계각층 대표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통일전선 조직이다.

이번 마잉주의 방중도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이다.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대선에서 중국 공산당은 마잉주가 속한 국민당의 정권 탈환을 기대할 것이다. 또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국민당이 선전하면 대만 국민의 여론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은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과 대륙 제패를 놓고 벌인 대결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공산당의 홍군은 국민당군에 패퇴를 거듭해 궤멸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1936년 반일주의자 군벌 장쉐량(張學良)을 설득해 장제스를 감금하는 시안사변을 획책하는 데 성공했다. 국·공 두 세력은 대결을 중지하고 우선 항일전쟁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제2차 국공합작이었다.

항일전쟁은 주로 전력이 강한 국민당이 치렀고 적잖은 전력 손실을 입었다. 공산당은 가급적 전투를 피하며 후방에서 농민들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또 국민당 내부에 침투해 많은 장군들을 동조자로 만들거나 공산당의 스파이를 고위층 비서로 심어 결국 항일전쟁 후 치러진 국공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대륙을 차지하는데 성공한 마오쩌둥은 나중에 ‘일본의 침략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베이징의 공산당 기관지 베이징일보는 2008년 ‘일본의 침략에 감사한다는 마오쩌둥의 발언을 정확히 이해하자’라는 기사에서 마오쩌둥의 습관적 표현이라고 해명했지만, 발언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대륙 제패 이후 공산당은 당 조직 전체에 통일전선 부서를 세웠다. 주 임무 대상은 대만이었다. 양안 교류를 이용해 대만의 기업, 언론, 종교단체, 정당, 군대에 침투했다.

시진핑은 대만 통일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자신의 지상 목표임을 공언했다. 헌법을 바꿔가며 3연임을 관철시킨 주요 명분이었다. 만약 플랜A를 결국 포기하게 된다면 언제 플랜B를 꺼내들까.

이에 대해 가오는 2024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중요 지표 중 하나로 꼽았다. “국민당 후보가 패배하고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이 집권하면, 소위 ‘평화통일’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공산당은 민진당 후보가 다시 승리하면 침공을 촉발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확산시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향후 수년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전문가이자 전 CIA 요원 존 컬버는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려면 적어도 18~24개월 전 징후를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반면 가오는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대만 침공 전투 계획 수립에 관여한 퇴역 장교를 인용해, “대만 침공을 위한 일반적인 준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했다. 이래저래 시진핑의 ‘선택의 순간’이 빨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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