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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연 부원장∙3지대 러브콜에도…윤희숙 퇴짜 놓은 속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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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윤희숙 전 국회의원을 중앙일보S 인터뷰룸에서 중앙SUNDAY가 인터뷰 했다. 최영재 기자

1일 오후 윤희숙 전 국회의원을 중앙일보S 인터뷰룸에서 중앙SUNDAY가 인터뷰 했다. 최영재 기자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을 맡고 있는 친윤계 핵심 박수영 의원은 지난 29일 밤 윤 전 의원을 따로 만났다. 이틀 전 여연 원장 임명장을 받은 뒤 윤 전 의원에게 여연 상근 부원장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하자 얼굴을 보고 설득하려 만든 자리였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여연 개혁의 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거듭 부원장직 수락을 요청했지만 윤 전 의원은 결국 고사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지난해 3·9 대선에서 실제 결과(0.73% 포인트 신승)와 동떨어진 ‘두 자릿수 포인트 차 승리’를 전망해 ‘무용론’이 제기됐던 여연을 통째 개혁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취임 직후 진행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내년 총선 예측도 틀리면 여연 문을 닫겠다”며 개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박 의원은 실무진과 함께 실질적으로 여연을 이끌 부원장 적임자로 윤 전 의원을 단박에 떠올렸다고 한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원래 박 의원이 윤 전 의원과 친한 사이”라며 “윤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정책통인 데다 부원장으로 취임할 경우 ‘컨벤션 효과’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고, 당내에선 “윤 전 의원이 에고(Ego·자아)가 강한 스타일이라 부원장 정도로는 만족을 못 했을 것”(국민의힘 관계자)이란 말이 나왔다.

금태섭 전 의원(맨 왼쪽)이 사회자를 맡은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한 윤희숙 전 의원과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맨 오른쪽). TV조선 유튜브 채널 캡쳐

금태섭 전 의원(맨 왼쪽)이 사회자를 맡은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한 윤희숙 전 의원과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맨 오른쪽). TV조선 유튜브 채널 캡쳐

최근 화제가 된 ‘제3지대’ 모임과 관련해서도 윤 전 의원은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이 다음 달 국회에서 주최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성찰과 모색)’의 첫 토론회에 윤 전 의원을 발표자로 초빙한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여야 대표 ‘소장파’ 인사가 총출동해 기성 정치를 반성하는 게 기획의 골자였다.

하지만 포럼 또한 윤 전 의원의 퇴짜를 맞았다. 윤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처음에는 방송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금 전 의원과 친분으로 윤 전 의원이 포럼 참석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으로 안다”며 “그랬다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좌장이라는 얘길 듣고는 자칫 정치적인 오해를 살 수 있겠다는 판단에 결국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0일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적지 않던 윤 전 의원은 관련 기사가 나오자 “저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포럼 주최 측에 이미 밝혔다”며 석 달여 만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하고 ″이 시간부로 대선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며 대선 경선 후보직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하고 ″이 시간부로 대선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며 대선 경선 후보직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정치권의 손짓이 이어지고 있는 건 윤 전 의원의 정치적 상품성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의원이 중도적 이미지를 가진 데다 여성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만큼, 쓰임새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2020년 7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임대차 3법 비판 연설로 스타덤에 오른 뒤 2021년 7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부친의 부동산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자 의원직 사퇴 강수를 두며 금배지를 내려놨다. 이후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윤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를 꾸준히 비판하며 ‘이재명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다.

그러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자 여권 일각에서 대항마로 거론됐고 본인도 “당이 필요로 한다면 당의 요청에 따르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지역 밀착형인 윤형선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여권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이 차기 총선을 통해 국회 복귀를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토론회에 거리를 둔 것도 복귀 의지로 읽힌다”며 “투기 의혹으로 불명예 사직하기는 했지만 대선까지 출마하려던 정치인인데 어떻게 총선 출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2월 윤 전 의원의 부친은 투기 의혹을 받은 세종시 땅을 매각한 뒤 차익을 전액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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