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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에 임명장 준 尹, 전날 밤늦게까지 '친구 김성한' 환송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이 내정 하루 만인 30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외교·안보 사령탑으로서의 업무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조 실장은 “중차대한 시기인데 안보실장이란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지난 11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인 ‘글로벌 중추 국가’ 건설을 위해서 주춧돌을 잘 놨다고 생각한다”며 “그 주춧돌 위에 좋은 내용으로 집을 지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보답하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조 실장은 특히 “안보실을 포함해 대통령실 전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원팀으로 노력해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따로 기자들을 만나 안보실장 교체 배경을 둘러싼 ‘보고 누락과 내부 갈등’ 등의 보도에 대해 추가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임 김 전 실장은 교수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설 때 한·미동맹 우선 협력이라는 방향과 기틀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외교적 디테일의 가미는 현장 경험이 있는 조 실장이 적합할 수 있다”며 “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실장은 ‘대광초 50년 지기 친구’였던 김성한 전 실장만큼 윤 대통령과 인연이 오래되지는 않았다. 외무고시 제14회로 외교부에 입부한 뒤 북미 국장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1차관 등을 거친 엘리트 외교관 출신으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았고, 윤석열 정부 초대 주미 대사로 발탁됐다.

조 실장의 당면 과제는 한 달도 남지 않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행사를 잘 준비하는 것이다. 그가 첫 출근 일성으로 글로벌 중추 국가 완성을 목표를 내걸면서 “중차대한 시기”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조야에 대한 이해가 깊고 네트워크도 탄탄하다”며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루게 될 이슈는 경제 안보 사안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영역이라 조 실장도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실 전열 정비도 숙제다. ‘김성한 전격 교체’의 주된 이유로 지목된 보고 누락 사태의 저변에는 안보실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날 조 실장이 “한마음”·“원팀”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보실장 임명장 수여식에는 김태효 1차장과 임종득 2차장 등 외교·안보라인 참모들도 참석해 윤 대통령, 조 실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투톱 실장’ 체제인 대통령실의 다른 한 축인 김대기 비서실장과는 같은 56년생으로 경기고(71회)-서울대(75학번) 동기다. 조 실장은 정치학과를 나와 외무고시에, 김 실장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태(印太)지역회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태(印太)지역회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이 속전속결로 안보 실장을 교체하면서 외교·안보라인의 연쇄 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치인 출신인 박진 외교부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군 수뇌부에 대한 쇄신 필요성도 제기되는 중으로, 북한 무인기 부실 대응 등으로 질타받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곧 대통령 특보 자리 재구성을 시작으로 외교·안보라인을 포함한 전체적인 리셋(reset)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김성한 전 실장과 환송 만찬을 가졌다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을 비롯한 몇몇 참모들과 함께 서울 모처에서 밤 10시가 다 되도록 함께 식사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도 속에 있는 여러 말씀을 하셨고, 김 전 실장도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며 “김 전 실장이 ‘(사의 표명을)만류하는 말도 들었지만,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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