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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임금격차 1위 한국, 그래서 출산율 꼴찌?

중앙일보

입력

‘M자형’ 여성 고용률의 비밀

‘알파걸’(도전정신·리더십이 탁월한 강한 여성)이란 단어가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된 지 벌써 20년. 그간 여성이 대학 성적은 물론 각종 취업 고시에서 남성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통계가 쏟아졌다. 그런데 여전히 여성과 남성 사이에 큰 폭의 격차가 나타나는 분야가 있다. 임금 소득이다.

동일 직종, 동일 가치 노동을 한다는 전제하에 한국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은 69만원(2021년 소득 기준, 31.1% 격차)을 손에 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를 시작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성별 임금 격차에서 한국은 부동의 1위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1.9%, 미국은 16.9%다.

이 같은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루빈은 “여성이 임신·출산·육아의 제1 책임자가 된 대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별 격차 줄이기는 간단치 않다’란 제목의 지난 6일자 칼럼에서 “20대 입사 초기엔 성별 임금 격차가 거의 없지만 34~44세 사이에 격차가 현격히 벌어지고, 이후 여성의 임금은 남성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고 근거를 들었다.

미국도 1982년엔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65센트를 벌어 한국과 격차가 비슷했다. 이후 20년간 격차가 빠르게 줄어 여성의 수입이 80센트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후 20년은 격차가 굳어지면서 2022년 기준 82센트에 머물렀다. 루빈은 이처럼 격차가 줄지 않는 이유를 여성에게 출산·육아 책임이 더 많이 전가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임금이 적고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새 직장이나 부서로 옮긴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뿐 아니라 여성 업무가 통상 남성보다 생산성이 낮다는 고용주의 고정관념이 격차의 근본 원인이라고도 지적했다.

여성고용

여성고용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 1위이자 합계출산율 꼴찌(2022년 0.78명)인데 칼럼은 둘 사이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말 그렇다면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할 대목

▶젠더 논란 비화된 성별 임금 격차

여성이 임금 격차에 시달리는 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이유는 뭘까. 한국은 세계은행 조사(190개국 대상)에서도 ‘여성 임금’ 항목에서 25점을 받아 최하 수준에 랭크됐다.

전문가들은 여성 임금을 고용률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OECD가 발표한 ‘여성 연령별 고용률’을 살펴보면 유독 한국 여성 고용률은 25~29세(70.9%)에서 35~39세(57.4%)로 접어들면서 13.4%포인트 급락했다가 40대 이후 재취업하는 뚜렷한 ‘M자형 곡선’의 특징을 보인다. 게다가 여성 임금노동자 10명 중 5명꼴로 비정규직이었고, 시간당 임금도 남성의 60.8%에 그쳤다.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는 30대 워킹맘 가운데 결국 일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고 또 재취업하더라도 한시·기간제 등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집단 전체의 고용률이 한꺼번에 꺾이는 것은 사회구조적 문제이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여성들이 적게 일해서 적게 받는 게 아니라 사회가 여성을 출산·육아의 굴레에 몰아넣고 구조적으로 일자리에서 퇴출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기(전 한국노동연구원장) 한림대 경제학부 객원교수는 “여성에게 고용과 급여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결혼과 출산·육아는 고위험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10만원, 20만원씩 아동수당·육아수당을 주는 것보다 직장 내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고 성별 임금 격차를 해결하는 게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유력지가 던지는 화두에 우리 모두 관심이 큽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찾아 읽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동시대의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논제를 찾아서 요약하고, 세계의 이슈를 ‘한국의 입장’에서 짚어봅니다. 세계 정세와 이슈를 통찰력 있게 핵심만 간추려 전해 드립니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 ‘월드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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